과학세미나 두 번째 시간 후기

micales
2021-07-25 20:16
397

 

 저자는 전체인구 중 공감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약 4퍼센트 정도에 해당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25명 중 한명 꼴로, 다시말해 학교에서 각 반당 한 명 정도가 공감각자라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 주변의 많은 이들이 예상 외로 공감각을 지니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음악가 중에서는 빌리 조엘, 레이디 가가, 스티비 원더, 리스트, 그리고 예술가 중에서는 칸딘스키,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과학자이자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만 등이 있다. 아마도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예술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공감각은 예술성에도 기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러한 종류의 공감각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공감각은 선천성 공감각이라고 하는 것을 가리키지만(유전자와 환경 및 후성 유전자적 영향을 받아 그 공감각을 가지고 살고 있는, 즉 지각의 한 형태로 존재하는 것), 후천성 공감각 또한 존재한다. 대표적으로는 마약의 복용에 의해 이루어지거나, 명상(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등, 일시적이고 선청성 공감각과는 거리가 있다. 우리가 가끔씩 뉴스에서 으래 접하듯 음악가들이 대마초나 마리화나 등의 마약을 복용하고 이에 영감을 받는다고 하는 이유도 이러한 후천적 공감각에 있다. 이러한 경우 시각-청각 혹은 그 반대의 작용이 이루어지기도 하며, 두가지 이상의 지각형태가 혼합된다. 명상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명상을 한 숙련자들 중 몇몇은 이러한 형태의 공감각을 경험하였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들은 선천성 공감각과는 많은 거리를 두고 있다. 

 

********

 

 우리의 감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는 우리가 각각 맛을 '맛보고', 코로 냄새를 '맡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와는 조금 다르다. 우리는 귀로 '보고', 코로 '맛보고', 그 외에 여러가지 것들을 '겹쳐서' 느낀다. 엄연히 말하면 우리가 귀로 '들을' 수 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뇌에서 청각적인 자극이 시각피질에서의 반응을 유도하는 것은 (비교적)최근의 연국 결과에서 입증된 바 있다. 따라서 우리의 오감은 서로가 서로를 자극하고, 교차되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하나의 자극이라고 느끼는 것을 우리의 뇌에서는 다르게 작용하고, 해석한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예전 내가 유치원을 다니던 시절무렵, 매주 멀리서 오시는 예절 선생님과 함께 했던 다도 시간이 기억이 났다. 우리가 매번 다도시간에 차를 우리는 법과 차를 받는 예절들을 배웠었는데, 수업의 끝무렵에는 항상 차와 다과를 먹었다. 그때마다 다도 선생님께서 매번 차를 마시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몇 개의 단계가 있었는데, 먼저 차를 눈으로 보면서 그 색과 생김새(?)를 관찰하고, 찻잔을 들어 코 근처에 가져가 냄새를 과하지 않을 정도로만 맡으며 음미하고, 마지막으로 한번이 아닌, 세번에 걸쳐 차를 마신다. 어쩌면 이러한 방법이야말로 차(라는 음료를)를 단순히 마시는 것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닌, 우리 오감의 교차감각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불행히도(?), 나는 공감각이 아니기에 이들이 세상을 지각하는 방법을 알 수는 없다. 이들이 어떻게 세상을 보고 있을지는 이들만이 알 터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공감각이라는 분야자체도 상대적으로 최근에 생겨나고 발견된 분야이기에 아직도 모르는 미지의 것들이 앞에 펼쳐져 있다. 따라서 공감각을 이해하기까지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걸릴 터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알아낸 것 또한 확실한 것일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이 있다는 것은 어느정도 분명한 듯 보이며 특히나 뇌와 관련된 작용이라는 점에서 더 공부해 볼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된다. 

 

댓글 1
  • 2021-07-26 09:39

    ‘우리의 오감은 서로가 서로를 자극하고, 교차되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하나의 자극이라고 느끼는 것을 우리의 뇌에서는 다르게 작용하고, 해석한다.‘ 

    우리가 객관적 실제라고 부르는 외부세계는 결국 외부 자극에 대한 우리 뇌의 해석이고, 개체의 특이성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좀 더 과학적으로 공부한 시간이었습니다. 과거 환시와 환청,  그에 따른 정신착란의 일종이라고 여기던 것들이 실제로는 그 사람에게는 객관적으로 보여지는 외부세계라는 것이지요. 뇌의 해석 구조가 일반인과 좀 다르게 작동할 때, 어떤 경우에는 뛰어난 예술가나 수학자가 될 수도 있지만, 또 어떤 경우에는 정신병자 취급 받아 갇혀 살아야 되는 운명. 이는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과거 지식이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걸림돌이 될 때도 많습니다. 젊은 시각의 선입견 없는 설명들이 종종 나의 고루한 생각을 벗어나게 하는 경우가 있어 즐거운 세미나 시간입니다.

    쉽지 않은 책, 같이 읽게 되어 좀 더 숙독하게 된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오랜만에 ‘지식의 즐거움’을 다시 깨닫게 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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