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미나 첫 시간 후기입니다~

여울아
2021-07-16 16:58
417

아르튀르 랭보 <모음> 

 

검은 A, 흰 E, 붉은 I, 푸른 U, 파란 O: 모음들이여,
언젠가는 너희들의 보이지 않는 탄생을 말하리라.
A, 지독한 악취 주위에서 윙윙거리는
터질 듯한 파리들의 검은 코르셋,

어둠의 만(灣); E, 기선과 천막의 순백(純白),
창 모양의 당당한 빙하들; 하얀 왕들, 산형화(繖形花)들의 살랑거림.
I, 자주조개들, 토한 피, 분노나
회개의 도취경 속에서 웃는 아름다운 입술.

U, 순환주기들, 초록 바다의 신성한 물결침,
동물들이 흩어져 있는 방목장의 평화, 연금술사의
커다란 학구적인 이마에 새겨진 주름살의 평화.

O, 이상한 금속성 소리로 가득 찬 최후의 나팔,
여러 세계들과 천사들이 가로지르는 침묵,
오, 오메가여, 그녀 눈의 보랏빛 테두리여! 

 

위 시는 랭보의 알파벳 시이다.

블랙 A와 같은 랭보의 표현은 문학적 표현일까?

아니면 랭보에게는 A가 검은 색깔로 보였던 걸까?

문학작품에는 독창적인 표현으로 은유가 넘쳐난다. 

그런데 만약 이것이 실제 인간의 감각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공감각은 두 가지 감각이 결합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책을 읽자마자 내가 떠오른 것은 반고흐다. 

그가 죽기 10년전 정신병원에 입원한 후 그의 작품은 이전과 많이 다르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작품들, 별이빛나는밤에, 해바라기 등이 모두 이때 작품이다. 

그의 독특한 회화적 요소가 단지 표현기법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세상이 보였다는데 가슴이 먹먹해지곤 했다.

그런데 만약 고흐가 공감각자였다면??? 세미나 중에 칸딘스키 얘기도 나왔다.   

 

공감각에 관련된 책들을 더 찾아보았더니 <소리가 보이는 사람들>이라는 책에서는 
고흐, 칸딘스키, 레이디가가도 공감각자라고 소개한다. 

화가나 음악가 집안은 훨씬 공감각자의 비율이 일반인보다 높다는 것이다. 

고흐의 경우 한 때 피아노를 배웠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 못 가 때려치워야 했다.

소리가 색깔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에 선생으로부터 "미쳤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고흐를 비롯한 이 집안 사람들이 대부분 이런 공감각 소유자였다고 한다.

화가, 작곡가, 가수들 중에 공감각자의 비율이 일반인보다 높다는 주장이다.  

 

 

이런 공감각은 유전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고 하는데,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공감각이 전혀 상관없는 걸까? 

 

공감각은 뇌의 역할에 대한 기존의 이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감각은 일정한 통로가 있을 것이라는 가설은 무너졌다. 

맹인은 눈으로 시각기능을 사용하지 않지만 점자를 손으로 더듬을 때 뇌의 시상하부 시신경이 활성화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뇌는 감각기관의 출처를 따지지 않기 때문에 감각의 대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부 기관의의 손실이 있더라도 다른 감각으로 대체가 가능한 것 아니냐는 것. 

세미나에서는 인조인간과 특히 메타버스에서의 신체화까지 다양한 얘기들이 나왔다. 

 

첫시간은 공감각이 무엇이냐는 기본 개념 위주의 실험과 내용들이 주요했다. 

기회가 된다면 생리학책에서 뇌의 가지치기나 신경전달물질에 관해 살짝 공부해보자는 얘기도 나왔다.  

앞으로 발제는 모두 다같이 조금씩 요약과 질문을 만들어오기로 했다. 

 

7장 - 인재하

8장 - 은가비

9,10장 - 여울아

11장 - 우연

 

** 과학세미나에서 처음 만난 은가비님 반갑습니다~ 

올해 육아휴직 중에 단짠 글쓰기도 하시고 과학세미나까지!! 앞으로도 쭈욱 문탁 접속을 응원합니다~

부모님 봉양으로 바쁜 와중에 함께 해주신 우연님~ 논리적인 얘길하고 싶어서 접속했다고 하셔서... 좀 당황했습니다. 

저는 더운 여름 수박 먹는 기분으로 과학세미나를 열었는데 말이죠... ㅎㅎ 수박 먹으면서 지성적인 얘길하면 되겠죠? 

철학학교에서 함께 의기투합해서 과학세미나를 같이 열게된 재하와는 앞으로도 계속 과학공부를 같이 할 것 같죠, 아마? 

그럼, 다음 주 월요일 오후 3시 뵐게요~

 

댓글 2
  • 2021-07-16 17:56

    과학 세미나는 처음이지만 매우 흥미진진해요. 세미나에서 나눈 이야기들이 며칠간 계속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재밌게 또 읽다가 월요일에 뵐게요~ 

  • 2021-07-16 20:17

    이번 과학세미나 주제 중 특히 지금 주제인 공감각에 대해 저자가 서술한 내용들이 굉장히 흥미로운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는 몰랐던 사실들이, 다른 면에서는 잘못알고 있었단 것들을 알게되는 시간이었어요. 물론 첫시간에 만난 분들도 얘기가 잘 통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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