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강독] Dubliners 10차 세미나 후기

진공묘유
2023-03-22 23:09
553

매주 만나는 조이스의 장편같은 단편들은 6명 각자의 시공간에서 6개의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 냅니다. 

 

그 다른 시공간이 하나의 입체적 조각을 완성하는 수요일 오후가 되면, 그 발칙하고 때로는 변태스러운 조이스의 상상력에 괴성과 웃음을 멈출수가 없습니다. 

 

언제나 그의 상상력은,,, 무엇을 기대하던 그 이상입니다. 

 

그리고 오늘,  Araby는 또 한번 최고 데시벨의 환호성을 갱신하며 저는 더블린 사람들을 '49금' 으로 선포합니다. 

 

더블린의 갈색벽돌집은 조이스에게 아일랜드 마비의 화신입니다.  막다른 골목으로, 냉담하고 벗어날수 없는 칙칙한 도시의 어둠속으로 그는 우리를 안내합니다. 하지만 그런 도시의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소년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녀석은 지금 앞 집 누나와 짝사랑 중입니다. 책 표지가 그저 노란색이라서 좋아할 만큼 이 소년은 '보이는 것들'에 시선을 빼앗기죠. 매일 아침 그의 루틴은 거실 바닥에 드러누워 블라인드 틈새 사이로 그녀를 지켜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어떻게든 그녀와 마주쳐보려 노력하지만, 변변한 대화 한번 나눠본 적이 없지요. 

 

I pressed the palms of my hands together until they trembled, murmuring: o! love! o! love! many times. 

 

그러던 어느날! 아무런 준비도 없는 우리에게 조이스는 저 문장을 해석하라고 합니다.  

 

어느 비 내리는 어두운 밤, 죽은 신부가 지내던 뒷방으로 가서, 그 아이는 ……. 

 

누나를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손이 부들부들 떨릴만큼 마주붙이고!!! 간절하게 사랑을 빌며 주님께 기도를 드렸구나~ 라고 순진한 생각을 하셨다면? 상상력을 안드로메다까지 끌어올려 다시 곰곰히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조이스는 독자들을 청소년 관람가에서 49금 으로 종횡무진 들었다놨다 합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 소년은 귀한 경험으로 성큼 자라나는 epiphany를 경험합니다. 

 

Gazing up into the darkness I saw myself as a creature driven and derided by vanity; and my eyes burned with anguish and anger. 

 

하룻밤의 모험이 자신의 허영을 마주하게 할 만큼, 모든 경험은, 모든 일어난 일들은 귀중한 것이라고 작가는 말하는 것일까요. 자신의 허영을 마주한다는 것은 자신의 가장 큰 에고를, 가장 강한 버전의 자신을 만나는 것은 아닐까요. 비록 만났을 지언정 우리는 얼마나 솔직하게 자신의 허영을 인정할 수 있을까요.

 

소년의 용기에 박수를! 그 소년이 부디 자신의 괴로움과 분노 또한 다룰줄 아는 어른으로 자라나길 기원해 봅니다. 

 

소설 속 주인공 소년과 소녀에게는 이름도 없습니다. 그것은 스토리에 보편성을 부여하며 이 이야기가 결코 그들만의 세상이 아닌 우리 각자의 세상이 될 수도 있다는 작가의 숨은 의도이며 배려였다고 하니 어쩌면 마지막 문장을 통해 일어나는 질문들은 결코 우연이 아닐수도 있겠군요. 

 

최근 ChatGPT로 세상이 떠들썩 합니다. 성큼 다가온 AI 시대에 우리 인간이 살아남을 자리는 어디가 될지 고민하게 되는 시점에 이 요란스런 단편을 읽으며 짧지만 강한 울림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 소설을 읽어야 한다!" 

'독서'를 할때 뇌에서는 엄청난 일들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빛의 속도만큼 빠르게 뇌의 신경망들이 소통하고 연결되고 하나의 사고로 이어지는. 하지만 그 일련의 과정은 그냥 아무 '독서'가 아닌 소설읽기 였습니다. 스토리 곧곧에 숨겨진 작가의 의도와 단서들을 찾아내고, 짐작하며, 우리는 보물찾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보물은 바로 인간의 언어로 만들어낸  인간만의 놀라운 재능인  '상상력' 입니다. 

수요 영어강독은 상상속으로 떠나는 여행의 시간입니다. 이번주 여행은 판타스틱 했구요! 다음주의 단체 여행도 너무나 기대됩니다. >.< 

댓글 2
  • 2023-03-23 15:45

    진공묘유님은 여섯색깔 단체여행을 좋게 표현해주셨는데...
    저는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야 하는데 여전히 갈피를 못잡고 있습니다. 아아... 이렇게 해석하는 군... 뭔가 해결했다고 의기양양하게 오전에 애 학교까지 다녀와 요요님과 차담도 하고 여유있게 세미나를 맞이했는데... 이거 뭡니까.. 제임스 조이스,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배신입니다!!! 헛다리도 이런 헛다리가 있겠습니까... 이걸 발견한 토토로님은 혼자 얼마나 키득거리며 재밌으셨을까요..ㅎㅎ 알고 보니 정말 모를 수 없는 문장이었는데 말이죠. 제가 바보였습니다~~
    에휴 뭐.. 아롱이 다롱이다 보니 저같은 사람도 있는 거죠..

  • 2023-03-23 17:39

    Araby의 마지막 문장. 정말 좋네요.

    그나저나...이걸 가지고 49금 이라굽쇼?
    이제 막 소년에 접어든 아이의 성적 탐닉을?
    우리 나이가 얼마인데...ㅋㅋㅋㅋ

    직설적인 표현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슬쩍 알려주는게 이책의 묘미인듯해요. 너무나도 섬세하면서 심리묘사 또한 끝내줘요.
    At night in my bedroom and by day in the classroom her image came between me and the page I strove to read.
    ㅋㅋㅋㅋ
    이렇게 소년 머릿 속엔 온통 누나 밖에 없잖아요.
    귀엽기도 하고, 바보같기도 하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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