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강독 -The dead 후기

토토로
2023-02-17 22:11
1044

더블린 사람들의 마지막 이야기 The dead를 읽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점점 흥미롭습니다. 

세미나 친구들은 이미 작가 제임스 조이스에, 더블린 사람들 스토리에, 한국과 비슷한 역사와 정서를 가진 아일랜드에 아주 아주 푸~~~~~욱 빠져버렸습니다!!!ㅎㅎㅎㅎㅎ

이제 꼼꼼 후기 나갑니다.

 

소심해서 왠지 더 측은한 가브리엘

#크리스마스밤, 모컨 자매의 이층집에서 벌어지고 있는 댄스파티는 어느덧 후반부로 흘러간다. 이날 만찬에서 주인공 가브리엘은 짧은 연설을 하기로 되어 있기에 그는 내내 어떤 내용으로 연설을 할까 고민한다. 어려운 내용으로 하자니 청자들의 수준에 과한 것 같고, 괜히 자기 잘났다고 뽐내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된다. 그런데 마침 그날, 가브리엘은 아이버양으로부터 “당신은 친영파야! (West Briton!)”라는 모욕적인 말까지 들었다. (아이버양은 민족주의와 진보주의 성향을 지닌 동료 선생이다.) 암튼, 아이버양의 비아냥에 제대로 변명도 하지 못한 가브리엘은 자신의 연설을 이용하여 그녀를 디스하고자 한다.

자신의 이모들, 즉 old generation을 극찬하다 못해 추앙하는 내용으로. 그 추앙을 통해 은근 아이버양같은 new generation을 깍아내리는 방식으로. (좀 비겁하쥬~~~)  아이버양은 이미 집으로 돌아가고 없으니 가브리엘의 연설은 더 자신감있고 과장된다 (with exaggeration).

 

->저는 가브리엘의 이런 행동을 어떻게 봐야 할지 좀 난감하였습니다.

그는 생활력 강한 엄마, 이모들 아래에서 지원을 받으며 공부를 마쳤고, 나름 성공적인 자리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에게는 아일랜드보다는 부유한 유럽 대륙, 영국을 부러워하는 면모가 보입니다. 그렇다고 쉽게 친영파라고 치부할 수도 없습니다. 또한 그는 겉으로는 친절하고 명랑하지만 사실 꽤나 소심하고(so diffident) 생각이 많아 괴롭습니다(thought-tormented). 아마도 자라온 환경 때문이겠지요. 이런 가브리엘이 왠지 측은한 기분도 드는군요. 항영(항일)운동도 하지않지만 친영파(친일파)도 아닌  경계선에 선 식민지 지식인같기도 하고요.

 

 

어쩌면, 아니 알고 보면, 우리가 바로 Johnny?!

#가브리엘의 할아버지에겐 Johnny라는 이름을 가진 말 한 마리 있었다. 풍차를 돌리는 일을 하는 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는 조니를 타고 열병식을 나가게 됐는데  어느 지점(빌리왕 동상 앞)에 닿자 뭔가 착각에 빠진 건지, 아님 자신이 뭘 하러 가고 있는 걸 잊은 건지, 조니는 길을 멈추고는 빙빙 돌며 풍차를 돌릴 때의 행동을 반복한다.

One fine day the gentleman thought he’d like to drive out with the quality to a military review in the park... And everything went on beautifully until johnny came in sight of King Billy’s statue: and whether he fell in love with the horse King Billy sits on or whether he thought he was back again in the mill, anyhow he began to walk round the statue.

(King Billy는 영국의 William 3세 왕을 말한다. 아일랜드와 스코트랜드에서는 빌리왕이라고 불렸다. 이 동상에는 영국의 식민지배와 아일랜드의 독립운동,  개신교와 카톨릭의 대립등등의 역사가 담겨있다. 지금은 철거되고 없다. 이 우뚝 솟은 영국왕 동상을 보고 Johnny가 노예처럼 반복적인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예사롭지가 않다. )

 

->별거 아닌듯한 Johnny의 행동은 우리를 자조적 감정에 빠지게 하였습니다. 우리도 조니처럼 습관적으로 같은 일은 반복하며, 문제의식 없이 살아갈 때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부당함을 잊고, 질문하는 법을 잊습니다. Johnny & 타성에 젖어 사는 우리들. 서로 별반 다를게 없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꽤나 웃픈 세미나 시간이 되었습니다.

 

 

글의 어조 변화

#늦은 밤 파티가 끝나고 손님들이 돌아간다. 가브리엘도 아내 그레타와 돌아갈 준비를 한다. 그런데 아내가 뭔가 이상하다. 아내는 어둔 계단에서 신비한 자세로 서있다.

There was grace and mystery in her attitude as if she were a symbol of something.

가브리엘은 계단아래에서 아내를 올려다 보며 묘한 감정에 빠져든다.

 

->이 부분부터 글의 어조가 변합니다. 댄스파티에서 보였던 쾌할한 어조와 달리 상당히 애수에 빠지는 듯하고, 감상에 젖어드는 듯한 쪽으로요. 가브리엘은 아내를 올려다 보면서 그동안 신분적으로 살짝 아래로 느껴왔었던 그녀를 이제는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다고까지 느낍니다. 이어서 가브리엘과 그레타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궁금해지네요. 

그리고 다음시간엔 드디어  가브리엘이 에피파니 Epiphany(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특정사건,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나온다고 합니다.  가브리엘의 에피파니를 통해서 독자인 우리들도 각각 에피파니를 느끼게 되겠지요. 요즘 말로하면 현타라고 해야할까요. 

짧은 이야기를 통해 이런 자각의 시간을 갖게 되다니...놀랍습니다! 이 책을 원서로 읽게 되어 어렵지만 정말 좋습니다.

댓글 2
  • 2023-02-18 10:36

    꼼꼼 후기로 사진과 함께 보니 장면이 입체적으로 되살아나네요!
    읽을때마다 조이스가 숨겨든 상징들을 발견하는 순간들이 흥미를 더하는 것 같아요
    그 상징의 거울을 자신에게 비추며 마비된 모습을 들여다 보기도 했는데요
    사마현님께서 이제부터 이름을 김조니로 바꿔야겠다고 해서 박장대소한 순간이 떠오르네요^^

    • 2023-02-18 12:21

      테이블을 정리하던 사부장님도 떠오르네요 ㅋㅋ

      소설 앞부분에 윗층에서 춤추느라 천장이 흔들린다고 할 때... 집이 무너지나... 이게 죽음의 전조인가..

      가브리엘이 그레타를 말없이 올려다 보기만 할 때 남편이 아내를 의심하나... 가브리엘과 아내의 파탄인가...

      이렇게 계속 헛다리를 짚으며 도대체 언제 the dead 라는 제목에 걸맞는 사건이 생길런지 기다렸건만...

      아일랜드 댄스는 윗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으면서 바닥을 요란하게 비벼대는 게 특징이기에 아래층 천장이 shaking할 수밖에.

      "좋으면 너 혼자 휴가 가라"말할 정도로 아내를 쥐락펴락하던 가브리엘이 하필 요란한 댄스 파티가 끝나고 잠시의 정적 속에서 아내에게 새롭게 매료되는 순간이 찾아오다니...

      단편소설이지만 참 다양한 소재거리가 등장해서 지루할 틈이 없네요. 토토로님 고마워요~ 덕분에 이번 주는 마음이 참으로 가벼워요. ㅎㅎ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499
[신유물론 이론의 전장] 두번째이자 마지막 강의 후기 (2)
요요 | 2024.02.16 | 조회 164
요요 2024.02.16 164
498
[신유물론 이론의 전장] 1강 후기 말하기는 언제나 '함께-말하기'다 (4)
정군 | 2024.02.08 | 조회 266
정군 2024.02.08 266
497
[신유물론 이론의 전장] 4주차 후기 - 신명나는 사물놀이 한 판 (3)
청량리 | 2024.01.29 | 조회 302
청량리 2024.01.29 302
496
[신유물론 이론의 전장] 강의 질문 모음 (2)
정군 | 2024.01.25 | 조회 382
정군 2024.01.25 382
495
[신유물론 이론의 전장] 4주차 질문 모음 (18)
정군 | 2024.01.23 | 조회 384
정군 2024.01.23 384
494
[신유물론 이론의 전장] 3주차 후기 - 형이상학과 신유물론 (10)
가마솥 | 2024.01.20 | 조회 378
가마솥 2024.01.20 378
493
[신유물론 이론의 전장] 3주차 질문 모음 (16)
정군 | 2024.01.16 | 조회 399
정군 2024.01.16 399
492
[신유물론 이론의 전장] 2주차 후기 - 신유물론이라는 유령 (8)
경덕 | 2024.01.13 | 조회 378
경덕 2024.01.13 378
491
[신유물론 이론의 전장] 2주차 질문 모음 (17)
정군 | 2024.01.09 | 조회 346
정군 2024.01.09 346
490
<세계끝의 버섯> 3회 세미나 후기 (4)
요요 | 2024.01.05 | 조회 260
요요 2024.01.05 260
489
[신유물론 이론의 전장] 1주차 후기 (9)
김윤경 | 2024.01.03 | 조회 435
김윤경 2024.01.03 435
488
[신유물론 이론의 전장] 1주차 질문 모음 & 공지 (15)
정군 | 2023.12.29 | 조회 474
정군 2023.12.29 474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