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분의 힘] 두번째 시간 후기

한스
2022-08-0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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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해서 '수학'까지 공부하게 된다.
서양철학을 공부하다보니 수학과 너무 많은 연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러니 수학에 관한 책을 하나 쯤 읽어보자고 한 게 여기까지 왔다. 아무튼, 공부의 묘미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공부'이다. 궁금해서 하는 공부가 진짜 공부다.
 
이번 주는 대수학과 기하학이 만나는 지점에 와 있다.
원래 대수학은 중국, 인도, 이슬람 등 동양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당시는 모든 것을 말로 기술하는 형식. 미지수는 단어로, 방정식은 문장으로..
한편 서양에서는 기하학이 발달했다. 피타고라스, 플라톤 이후 아리스토켈레스는 우주를 지극히 기하학적인 것으로 파악하였다. 천체의 운동을 원운동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천체의 운동은 타원운동이다. 이것은 케플러에 의해 밝혀졌다.
 
아무튼, 그 대수학은 1200년 이후 르네상스가 시작되면서 유럽으로 건너갔다.
그러면서 말로 기술하는 형식에서 숫자라는 '기호의 형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 기호의 힘은 막강하다. 마치 인간이 언어를 갖게 되는 것처럼. 인간은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생각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거기서 한 단계 업.. 숫자라는 기호, 그리고 수식, 방정식.. 이 기호는 생각을 단순화시켜서 더욱 추상적이 되었다. 형이상학적 상상력의 도약이 된 원천이다.
 
기호대수학 + 기하학 = 해석기하학
이 대수학과 기하학은 만나서 큰 시너지를 이룬다. 각자는 상대방의 결점을 보완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마치 우리의 좌뇌와 우뇌가 결합된 것처럼.. 그런데 왜 이름이 '해석기하학'일까?
스텔라님은 기하학이 대수학을 만나면서 분석적이고 수식으로 표현 가능해졌는데, 이것이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수학의 이유와 아름다움
세미나 중에 왜 수학을 하게 될까? 라는 질문이 나왔다. 새삼스럽지만 중요한 질문이다.
미르샘은 삶이나 생각을 편하고 단순화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1~100까지 더하기를 어떻게? 아마 나라면 열심히 1부터 100까지 더하는 계산을 하느라 바쁘고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런데, 가우스가 간단하게 수학적 원리로 풀어낸다. 단순하고 간단한 원리.. 이 책에서도 이런 내용이 있다.
"갈릴레이는 현실을 이렇게 의도적으로 단순화하는 방법이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이해했다. "(221쪽)
 
로그(log)가 생긴 것도 마찬가지.. 눈빛바다님이 좀더 자세히 댓글로 설명해 주었다.
17세기에 존 네이피어라는 스코틀랜드 수학자가 발견한 것. 곱셈과 나눔셋을 덧셈과 뺄셈으로 쉽게 표기하는 방법이다. 그러니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것을 단순하고 편리하게 만들었는가? 또 정확해져서 항해술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수학은, 실용적인 것에 출발 --> 철학적 형이상학의 발전에 기여 --> 다시 실용적인 과학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이 책에서는 '수학의 아름다움'에 관해 여러차레 언급된다.
"ex는 모든 함수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 밑이 e인 지수함수가 가장 깔끔하고 우아하고 아름답다." (236쪽)
이 복잡한 모양, 수식이 아름답다니.. 아마 이 말이 생소하다면 나와 수준이 비슷한 것이고, 아직 수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수학의 가설이나 공리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이론을 만들어 가는 수학의 세계는 형이상학적 상상력을 요구한다.
그러다 그 이론이 조금이라도 들어맞게 되거나, 원리를 발견하게 되면 '아름답다'라고 표현한다.
 
나는 칸트의 숭고미가 생각난다.
칸트는 개인의 취향이라는 사적인 영역이, 보편적인 감흥과 조화를 이루는 것을 '아름다움'으로 보았다.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가 음악에서 수학적 원리를 발견했듯이, 많은 수학자들이 우주의 조화와 질서를 수학을 통해 발견한다. 그 발견의 희열은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칠 때 처럼 쾌락적이다.
우주가 돌아가는 원리, 대자연의 이치를 간단한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움을 넘어 숭고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것이 아름다움으로 표현되는 것일까?
 
댓글 2
  • 2022-08-09 15:09

    아르키메데스-곡선

    갈릴레이와 케플러-운동

    뉴턴과 라이프니츠-변화

     

    저자가 미적분학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간명하게 인물배치를 한 덕분에 뭔가.. 수월하게 윤곽이 잡히는 것 같습니다~

     

    한스님 후기를 읽으니까 5장의 질문이 다시 상기되네요~ 감사합니다

  • 2022-08-09 15:29

    어제는 수학의 아름다움을 보았고

    오늘은 후기의 아름다움을 보았네요.

    수학의 ‘단어’ 들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영어로는 대부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데 우리는 한자로 한번 거쳐진 것들을 써서 뭔지도 모르면서 막 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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