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사람들> A Little Cloud 후기- 이 불쾌한 경이로움!

프리다
2023-05-28 09:31
764

 

지난 후기 사마현 샘이 언급하신 'encounter'라는 단어에 꽂혔다.

제임스 조이스의 <Dubliners> 단편들은 우리에게 어떤 사건의 마주침encounter으로 매번 절망의 늪에 빠트린다.

encounter의 사전적 의미는 뜻밖의 만남. 우연한 마주침, [남]과 대립하다는 뜻으로 in+contra(반대)로 이루어졌다.

<Dubliners>의 단편 중 A Little Cloud 는 정반대되는 성향인 두 인물의 encounter!

이 둘의 극명한 대조로 encounter의 효과가 가장 강렬하다.

 

꼬마챈들러는 갤러허와의 만남을 몇 시간 앞두고 8년 전을 회상하며 시작한다.

그러나 반나절도 안 돼(오후 12시~21시5분경) 한 인간 내면의 극과 극으로 치닫는 감정의 스펙트럼을 관찰하게 된다. 두 인물의 우연한 마주침은 ‘온화한 황금 먼지’ 속 평온했던 일상을 산산조각 내고 만다.

 

반복된 일상을 깨트리는 낯선 공간으로의 우연한 만남은 익숙한 것들조차 낯설게 만드는 경이로운 마법을 일으킨다.

 

1.encounter-공간에 따른 의식 변화 <a.직장–b.거리–c.콜리스식당–d.집>

 

a.직장(법률사무실 안)

꼬마챈들러는 지난 8년동안 변한 갤러허와 자신을 비교한다. 초라했던 갤러허는 런던 언론계의 총아로 변신! 그에 비해 자신은 시인의 꿈을 접고 ‘누대에 걸친 지혜의 짐’에 순응하며 안전한 삶을 택한 자신을 보며 비애gentle melancholy에 휩싸인다. 그러나 운명에 맞서 싸우는 것은 부질없다며 애써 자족한다.

 

b.더블린 거리

더블린 거리는 마치 꼬마챈들러의 모습을 투영하듯 묘사된다. 꾀죄죄한 아이들, 생쥐처럼 쪼그려 앉은, 하찮은 벌레 같은 인간들이라 배경을 묘사한다. 그러나 자신은 가본 적 없는 콜리스 식당으로 향하는 사실에 현재의 기쁨으로 충만한 상태 full of a present joy. 특권층만 드나드는 그곳의 분위기를 떠올린다. 그러나 평소 밤늦게 시내를 거닐 땐 불안했다. 때론 어두운 길을 찾아 공포를 극복하려 하지만 나지막한 웃음소리에도 이파리처럼 떤다. 영락없는 겁많은 아이의 모습...

방향이 꺾이며 거리가 전환되자 갤러허의 이미지로 전환된다. 이때부터 ‘이그네이셔스 갤러허’라 부르기 시작한다. 과거 갤러허는 방탕한 생활과 불미스런 돈거래로 런던으로 도피했다. 그러나 그의 대범함이 빛났던 일화를 떠올리며 감탄admire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자랑스러워한다. 이때부터 자신이 처음으로 우월superior 하다고 느끼고, 처음으로 거리를 역겨워한다. 거리는 인격화되어 가난하고 왜소한 집stunted houses이 남루한 코트를 입은 뜨내기들 같다며 딱하게 본다. stunted란 단어는 ‘성장을 멈춘, 왜소한’의 의미로 역시 꼬마챈들러의 모습이 투영된다. 갤러허를 통해 자신의 시를 신문에 싣는 상상을 한다. 희망에 부푼 아이처럼like an infant hope  용감하게bravely 앞으로 나간다. 그렇게 망상은 부풀어 시인으로 데뷔해, 영국 비평가들이 자신에게 쏟아낼 찬사의 문장까지 만들다 식당을 지나쳐 버린다.

 

c.콜리스 식당

막상 ‘이그네이셔스 갤러허’와 직접 만나 대화하자 전에 볼 수 없던 천박함에 환멸vulgar을 느낀다. 경쟁 속에 살아온 결과일 뿐, 아직 인간적 매력이 있다며 다시 선망enviously의 눈길로 바라본다. 갤러허의 승리한 삶을 듣자 그의 섬세한 성격의 균형이 뒤흔들린다eqipoise. 친구와의 삶의 대비가 날카롭게acutely 느낀다. 대범함, 직업적 성공, 국제적 경험, 개인적 자유! 그것이 부당unjust해 보였다. 갤러허의 출신과 학력은 자신보다 열등inferior했다. 그러나 기회를 놓쳤던 자신의  불행한 소심성timitdity을 탓한다. 리틀챈들러는 자신의 사내다움manhood을 과시하고 싶다. ‘내년엔 갤러허의 부부에게 행복을 비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라며 자신은 이미 한 가정의 가장임을 과시한다. 이를 간파한 갤러허는 회청색 눈으로 리틀챈들러를 똑바로 바라보며 응수한다. ‘한 여자에게 묶’인 결혼은 ‘김이 빠져 맛이 없겠지, 틀림없이’라며 결혼마저도 부정당하고 만다.

 

d.

집으로 돌아온 꼬마챈들러. 사진 속 아내의 눈. 무감각unconscious하고 열정도, 환희도 없는 그녀의 눈이 역겹고repelled 꼴 보기defied 싫다. 액자 틀에 갇혀 있는 아내의 눈에서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다. 성취되지 않은 자신의 열망에 사로잡혀 시를 읽어 내려간다. 시 운율에  젖어들고 있는데 아이(It)의  울부짖음에 갇혀 버린다. 자신이 무기 징역수임을 깨달으며 아이에게 분노를 발산한다. 아내의 등장으로 아기가 울음이 멈춘 후 꼬마챈들러가 울기 시작한다. 역할은 반전되며 연약하고 무력한 아이로 좌절한다. 소심한 인간일수록 약자에게 잔인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2.encounter- 꼬마챈들러의 자의식과 타자들에 대한 인식 변화

조이스는 공간을 인격화한다.  공간이 encounter와 함께 내면과 대상에 대한 인식을 지배하기도, 변화시키기도 함을 알 수 있다.

 

인격화된 배경 묘사

챈들러 자의식

갤러허

애니

아이

a직장

온화한 황금먼지

슬픔, 잔잔한 비애

재능,한결,언론계총아

 

 

b거리

꾀죄죄한 아이들, 생쥐같은, 하찮은 벌레 같은 인간들-역거움-

성장을 멈춘,왜소한 집

기쁨으로 충만한 상태-우월

-희망에 부푼 아이처럼

-용감하게

‘Ignatius Gallaher’

-대범함-감탄-

자랑스러움

 

 

c식당

 

 섬세한 본성의 균형 뒤흔들림

-삶의 대비에 부당함-자신의 소심성 자각- 사내다움과시

천박함,환멸-선망

-의기양양-열등한-

겉만번지르르한 기자생활

 

 

d

상스러운 깔끔하고 예쁜 가구

감옥 같은 집

후회-초초-

막연한 분노-

무력감-무기징역수- 분노

-공포- 수치심

 

눈:예쁘지만 무감각,열정 환희 부재

짜증,역겨움

얼굴:예쁘지만상스러움

이름부재

child-

it-he

 

 3. 진실 찾기로 몰고 가는 encounter의 경이로움!

d집의 공간에 도착한 챈들러. 갤러허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집이 이제는 상스럽고 감옥같은 집으로 벌거벗겨졌다.

실재의 모습을 자각한 꼬마챈들러의 분노는 아이에게 향하고, 일곱차례 아이의 울부짖음으로 인한 공포와 아내의 증오의 시선을 마주하며 수치심shame을 느끼며 눈물을 흘린다.

"What was it that stood in his way? His unfortunate timidity!" 그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무엇이었던가? 그의 불행한 소심함!

 

조이스는 사소한 일상을 고정해 놓고 의식의 변화를 집요하게 응시한다.

마주침encounter으로 허위의식에 가려져 있던 진실이 드러나며 믿었던 모든 것이 붕괴한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아니, 보고 싶지 않아 무의식적으로 외면했던 불쾌한 감정을 적날하리 만큼 생생하게 복원시켜 놓는다. 환멸, 절망, 치욕, 수치심의 불쾌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어 놓고는 결말엔 의식의 흐름을 갑자기 뚝! 끊어버린다.

익숙한 일상을 낯설게 만들어 버린다. 우리가 믿고 있는 진실이 진짜 진실일까?

우리의 인간관계, 사소한 습관까지 잡음을 내며 지직거린다.

진실은 늘 불쾌한 감정에 깃들어 있고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우리를 진실 찾기로 몰고 가는 이토록 낯선, 불쾌한 경이로움에 빠질 수 밖에!

 

 

 

참고: 제목 A Little Cloud의 성경에서의 상징은 '작은 신호로 오는 큰 역사'다. 극심한 가뭄으로 엘리야가 갈멜산 꼭대기에 올라가 기도한다. 일곱번째 기도 후 하나님께서 기도의 응답으로 작은 구름으로 곧 비가 올 것을 알려준 신호였다. 성경의 상징을 암시하듯 아이의 일곱차례의 울음 끝에 챈들러는 자신에 대한 환멸로 수치심shame을 느낀다. 마치 '소심함이 부른 큰 비극'의 의미로 패러디한 것은 아닐까?

댓글 6
  • 2023-05-28 17:50

    와우
    나는 프리다샘이 경이롭네요..

  • 2023-05-28 20:03

    저 역시 프리다샘의 후기가 경이롭습니다.
    우리끼리만 보기 아까울 정도로.(논문 같아요)

    몇 페이지 안되는 짧은 소설 A little cioud에서 이렇게 스펙트럼 넓게 감정이 진동하디니...그걸 또 예민하게 캐치하는 프리다샘 이라니...

  • 2023-05-28 22:12

    나는 니힐리즘이다.매번 정답을 찾으려 여기저기 기웃거리나,되돌아 오는 건 의문과 질문이다.
    늘 그렇듯 결론이 정해져 있는 거라면, 모든 것이 無로 대답했다.
    울림의 메아리는 공허했고 , 무의미한 양태를 보이는 건 나와 다를 바가 없었다.
    조이스 소설을 읽을 때 마다 나는 나를 읽는다.
    '나'라는 우물을 들여다 본다.'나'라는 우물에서 바라본다. 또 다른 우물을 펼쳐 본다.
    더블린 소설의 인물,그들에 대한 이해는 고통에 대한 이해이며,
    조이스의 의식의 응시는 신랄하게,어느 때는 비루할 정도로 더 예민하게 알게 해준다.
    내 안을 기어이 비집고 쳐들어와, 그 고통을 찾아내게 한다. 그래서 나는 소설 속 등장인물의 고통을 존중한다.
    그 일은...... 나를 찾는 일이기도 하다. 지직지직∞

    그거 다~필요 없는기라."로 운을 떼고
    "돈 많이 벌면 뭐하겠노,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묵겠지. 소고기 사묵으면 뭐하겠노, 힘나서 일 열심히 하겠지. 일 열심히 하면 뭐하겠노, 돈 많이 벌겠지.
    돈 많이 벌면 뭐하겠노,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묵겠지. 소고기 사묵으면 뭐하겠노, 힘나서 일 열심히 하겠지. 일 열심히 하면 뭐하겠노, 돈 많이 벌겠지."
    결국 "좋다고 소고기 사묵겠지" not much of a difference

    " I DREAM THAT I DWELT IN MARBLE HALLS "을 1절만 불러야겠다.

    프리다님~생생한 후기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번 정독(精讀)합니다.

    • 2023-05-29 13:14

      I closed my eyes tightly
      as the pain began to tremble in my heart
      from the depths of my consciousness.
      A pervert!

    • 2023-06-05 13:03

      ㅋㅋㅋ 사마변샘, 섬세한 댓글 감사해요.
      의문과 질문, '지직지직∞'에서 내가 다시 시작되는 것 같아요^^
      비틀비틀하며 나를 찾아가다 보면 허무에서 벗어나실거예요.

      '모든 고귀한 것은 힘들 뿐만 아니라 드물다'고 한답니다^^

  • 2023-06-21 00:48

    이번 후기는 출력해서 파일로 보관해야겠어요~~^^
    논문이네요.
    귀한 후기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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