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사람들> THE BOARDING HOUSE 후기 부제: 하숙집 소문의 진실

진공묘유
2023-04-26 15:03
616

최근 더블린 북부 Hardwicke st. 에 있는 한 하숙집을 둘러싸고 무성한 소문이 돌고 있다는 제보를 입수하여 소문의 진실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 하숙집은 홀로 남매를 키워온 ‘마담’으로 불리는 M모 여성이 운영하는 곳으로 리버풀과 맨 섬을 오가는 여행객들과, 도시로 출퇴근하는 근로자들로 늘 붐비는 곳입니다.

 

<하숙집 근처의 St. George's Church> 

 

소문은 현재 하숙집의 운영을 돕고 있는 마담의 19살된 딸과 30대 중년 남성 투숙객에 관한 것으로, 최근 유행하고 있는 혼인빙자 데이트 사기사건이 아니냐며 소문이 무성한 상태 입니다.

 

현재로서는 양측 모두 피해자라 주장하고 있으며,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 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쪼록 재판으로 이어지지 않고 당사자들간에 합의에 이르러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취재해 보았습니다.

 

하숙집을 운영하는 M모 여성은 폭력성향이 강한 알코올중독 남편을 피해 더블린 북부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딸은 어린시절에 친부와 분리되어 오빠와 생활력 강한 어머니의 보호 속에 자라 올해로 19살이 되었습니다.  

 

현재는 직장까지 찾아와 딸을 만나려는 친부를 피해 하숙집에서 어머니를 도우며 함께 하숙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녀의 오빠 또한 아버지의 성향을 물려받아 다소 과격 하지만,  하숙집은 불미스러운 일 없이 운영이 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숙집 마담의 주장에 따르면, 카톨릭 신자들이 운영하는 대형 포도주 상점에서 근무하며 하숙집에 투숙하고 있는 D씨는 30대 중반의 나이로 10대인 자신의 딸을 상대로 자신의 직업과 돈, 집안을 내세우며 마치 결혼을 전재로 교제를 하는 것처럼 접근하여, 딸을 욕보였다고 합니다.

 

하루 종일 함께 딸과 하숙집을 운영하며 한시도 떨어져 지낸적이 없는데, 어떻게 자신의 집에 손님으로 허락한 사람이 아무도 모르게 그런 파렴치한 일을 저지를 수가 있는지, 딸이 이지경이 될 때까지 본인과 주변사람들 누구도,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는 사실에 남성이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라 분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D씨는 늘 조용하고 성실하게 한 직장에서 13년째 근무해 오고 있으며, 신앙심이 깊고 진국 같은 젊은이라고 합니다. 치기어린 호기심에 그런 일을 저지를 청년이 아니라는게 소문을 믿지 않는 사람들의 입장입니다.

 

현재 소문의 진실에 대해 밝혀줄 당사자들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며, 여성의 경우 몸이 좋지 않아 하숙집 에서도 일을 하고 있지 않고 두문불출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로멘스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부모님 세대들 보다는 훨씬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흔한 만남과 헤어짐으로 지켜볼 일인지, 혹은 억울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주변의 관심과 따뜻한 시선이 필요한 때 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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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몽 크노의 ‘문체연습’ 이라는 책을 읽다가 이번 조이스의 하숙집을 다른 시선으로 한번 써보면 어떨까 하는 장난 어린 호기심이 발동하였습니다. 하나의 사건에 증인이 10명이라면 10개의 진실이 존재하겠죠. 무엇이 옳다, 그르다 할 수도 없겠구요.

 

사실과 진실이 언제나 같을 수 없다는 것, 관계가 수평적이지 않다면 누군가는 피해자가 되고 다른이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피의자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 잠시 시대적 배경을 내려놓고 사건의 중심에 있는 주인공 세 사람의 심리와 각자의 변명과 그들 마음속, 그들조차 알 수 없는 욕망이 궁금해졌습니다.

그  인간적이고 보편적인, 너무나 솔직한 욕망은 또한 우리들 모두의 심연 어딘가에 잠들어 있지는 않은지 내 속을 현미경으로 구석구석 들여다보고 싶어지는 단편이었습니다. 그 상황에 나라면 과연 어땠을까? 키득거리게 되는건 왜일까요?  

 

우리들 또한 언제나 무수한 관계들 속을 헤엄쳐 나가며, 언제는 피의자가 되기도, 피해자가 되기도 하지는 않는지, 삶을 어떠한 태도로 살아가야 좋을지, 짧지만 깊은 사유를 하게 만드는, 자꾸만 되새김질을 일으키는 조이스의 단편이었습니다.

 

각자 그리고 함께 읽는 화요일의 <더블린 사람들>과 활기찬 수다에 또 한번 감사한 하루 였습니다. 과연 하숙집 소문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다음주를 기대해 봅니다. ^^  

댓글 5
  • 2023-04-27 10:17

    사건의 재구성! 보기에 따라 피의자가 되는군요.ㅋㅋ(재구성도 기발난데, 기사 형식으로 풀어낸 것은 더더 기발나네요.)

    The Boarding House는
    어쩌면 아침 드라마 소재로 제격인, 뻔한 3류 드라마 같은 이야기인데, 저는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3류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어요. 조이스가 주인공들의 심리를 짧지만 너무나도 잘 묘사했기 때문에, 저는 각 인물들의 심정에 빠져들었거든요.

    무니부인도, 폴리도, 도란도..심지어 건달기로 엄마와 동생을 (나름) 지켜주고 있는 잭 무니도...다 그럴만 하다! 싶고. 도덕의 칼날을 도대체 누구에게 휘둘러야 한단 말인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 2023-04-28 22:11

    진기자님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인터뷰와 주변을 심도있게 취재한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두근두근
    2번째 기사를 기다립니다.

    이상, 더블린에서 진공묘유입니다.(JJ신문사,아일랜드 현지특파원)

  • 2023-04-29 19:06

    흥이로운 후기였습니다^^
    ‘사실과 진실이 언제나 같을 수 없다는 것’에 완전 공감합니다.

    지난 시간 우리는 무니에 대해 그녀가 살아온 환경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다, 생활력 강한 엄마다, 라는 의견도 나눴는데요,
    저는 그녀를 이해 할 수는 있지만 동의할 수는 없습니다.
    시대가 낳은 피해자라는 프레임으로 정당화하기엔 그녀의 ‘악’의 무게가 너무 무겁습니다.
    무니의 도덕적 행위의 준거를 당대의 보편적 이성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양심이라는 ‘개별적 감수성’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두 모녀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리적 묘사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는데요.
    저는 이 문장이 내면을 묘사한 것 중 압도적으로 강렬했습니다.

    She had been frank in her questions and Polly had been frank in her answers. Both had been somewhat awkward, of course. She had been made awkward by her not wishing to receive the news in too cavalier a fashion or to seem to have connived and Polly had been made awkward not merely because allusions of that kind always made her awkward but also because she did not wish it to be thought that in her wise innocence she had divined the intention behind her mother’s tolerance.
    (무니는 솔직하게 질문했고 또 폴리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물론 둘 다 좀 어색하긴 했다. 그녀는 자기가 그 소식을 너무 대범하게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알고도 묵인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싫어서 어색했고, 폴리는 그런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늘 자신을 어색하게 할 뿐 아니라, 순진하면서도 알건 다 아는 자기가 엄마의 관용 뒤에 도사린 의도를 벌써 감지하고 있었다고 엄마가 생각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도 어색해졌던 것이다.)

    두 모녀의 솔직한(frank) 대화 이면에는 위선으로 뒤엉켜 있습니다.
    무니가 딸을 의도적으로 방관한 죄의식은, 관용이라는 애매한 위선 때문에 어색합니다.
    폴리도 엄마의 욕망에 암묵적으로 동조한 죄의식은,
    자기 나이에 걸맞게 순진한 척 위선을 떨어야 하니 얼마나 어색할까요!
    두 모녀는 자신들의 행위에 솔직하게 대화를 하고 있음에도 양심에 가책을 느끼며,
    1)도덕적 감수성(moral sensitivity)이 개별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에도 묵인하고 외면합니다.

    남편이 무니에게 위협한 칼, 무니가 도란에게 휘두른 칼. 조이스는 우리에게 폭력의 두 가지 양상을 보여줍니다.
    남편의 칼이 1차원적인 칼이라면, 무니의 칼은 너무도 은밀해서 폭력을 당하는 당사자도 헷갈려합니다.

    도란은 무니가 폴리를 무기로 휘두르는 칼날은 너무 부드럽고 달콤해서 이것이 사랑인지, 파멸인지 혼돈에 빠지고 맙니다.
    He could not make up his mind whether to like her or despise her for what she had done.

    이 진화되고 있는 '부드러운 악'(김진영)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에는 무엇이 있을지
    다음 시간에 함께 고민했으면 합니다.

    1)특정 상황 속에 내포된 도덕적 상황을 지각하고 해석하며, 자신의 행동 결과가 타인에 미치는 영향을 헤아릴 수 있는 능력

  • 2023-04-30 14:17

    기사형식의 재미난 후기네요~ 진공묘유님의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전달되는 듯하네요.
    저역시 결말이 어떻게 될 지 궁금했는데, 역시나 Mrs. Mooney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소설의 중심 인물 Mrs. Mooney에 관심이 가네요.
    그녀가 왜 이토록 딸의 결혼에 집착을 할까?
    소설에는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Mooney는 아버지가 데리고 있던 십장과 결혼을 했고,
    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남편은 폭력적으로 돌변했고 이혼까지 한 것으로 나옵니다.
    어쩌면 Mrs. Mooney도 아버지의 영향력아래 사랑없는 거래의 결혼을 한 것으로 보여요
    그녀 또한 딸 polly를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어있고 사회적 지위도 나은 Mr. Doran과 결혼시키려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뜻대로 Poly와 Doran이 결혼을 한다고 해도 그들이 행복해할 거 같지는 않습니다.
    Mooney의 삶을 닮아가지 않을지...

    결혼이라는 제도를 둘러싸고 세 사람 각각의 복잡한 심리는 결혼은 단지 거래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거래는 복잡하고 위험해 보이네요.
    다음 시간에 함께 얘기해봐요.

    • 2023-04-30 23:37

      신성화 된 결혼제도 자체가 굉장히 억압적이란 생각이 들어요.
      이 제도가 여자의 순결을 강요하고, 잃게 될 경우 경멸의 시선을 받아들여야하는...
      무니가 살던 20세기 초까지도 이혼이 불법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신부의 허락으로 겨우 별거까지만 할 수 있었으니 당시의 결혼제도는 훨씬 억압적인걸 알 수 있어요.

      sin(죄) 의 유래를 찾았는데 '신성한 법을 위반하는 행위로,
      순결과 오염의 개념이 불가분의 관계' 정의하고 있어요.
      live in sin 은 '결혼하지 않고 함께 살면서 성관계를 갖는 것'이란 의미로,
      to sin with 는 '간통'의 의미로 쓰인 걸 보면
      성에 대한 죄를 가장 혐오하고 오염된 죄로 보고
      성을 가장 강력하게 금기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Araby 의 소년도 성적으로 발기되거나 자위할때 누가 보는 사람이 없는데도
      '어리석은 피'라든지 그 '감각으로부터 빠져나오려'고 의식적으로 검열하거든요
      죄와 함께 벌(배상)에 대한 공포가 도란의 직감(instint) 대로 판단할 수 없도록
      만들어버린 것도 그렇구요

      죄와 벌의 작동방식이 인간을 어떻게 마비시키는지에 대해서도 얘기 나눠봤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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