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ubliners > 12차 세미나 후기

프리다
2023-04-15 12:13
713

 

영어강독 시즌2! 파지사유에서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이번에 처음 합류하게 되신 복혜숙님이 사정상 참석을 못하셨지만,

다음 시간에 오셔도 무리 없이 진도 나갈 수 있도록 자세히 정리해보겠습니다.

 

만만히 봤다 큰 코 다치게 한 작품 TWO GALLANTS!!!

조이스의 단편은 인물 수준에 따라 문체를 구사해 온 터라 건달들 수준이면 무난할 줄 알았습니다.

근데 웬걸! 비속어(slang)의 폭탄에 가장 힘들게 독해한 작품입니다.

 

제목부터 기괴한 GALLANT는 고어(古語)면서 중의적인 단어로,

명사: 멋쟁이, 신사, 건달

형용사: 용감한, (특히 여성에게) 친절한, 정중한

동사: (여성을) escort 호위하다, (성적으로) 치근덕거리다,

 

모순된 의미가 중첩된 GALLANT는 파시즘적 요소가 내포돼 있다고 합니다.

역사가인 페레로(Guglielmo Ferrero)는 매춘하는 남성의 '익명적인 성적 잔인성'에 주목하며

'성적 쾌락을 성적 타락으로 보는 청교도적 혐오가 정복과 파괴'의 형태로 왜곡되었다고 봅니다.

조이스는 이 학자의 영향을 언급하며 “Ferrero gave me The Two Gallants”라고 했다고 해요.

두 멋쟁이, 혹는 두 건달은 무거운 상징을 안고 소설은 시작합니다.

 

8월 어느 저녁, 북적이는 인파의 더블린을 묘사한 난해한 문장인데요.

Like illumined pearls the lamps shone from the summits of their tall poles upon the living texture below which, changing shape and hue unceasingly, sent up into the warm grey evening air an unchanging unceasing murmur.

(가로등은 빛을 받은 진주처럼 높은 기둥 꼭대기에서 그 아래의 살아있는 질감의 인파를 내리 비췄고, 모양과 색이 끊임없이 변하는 인파는, 변함없고 끊임없는 웅성거림을 따뜻한 회색 저녁 공기 속으로 내뿜고 있었다.)

 

찬란한 진주 가로등과 회색 도시가 대비를 이루고,

화려하게 변하는 인파의 질감과,   변함없고 끊임없는 인파의 웅성거림이 대비를 이룹니다.

인파는 자신들의 다양한 질감의 욕망과는 다르게, 변함없고 끊임없는 웅성거림을 위로 내뿜고 있습니다.

도시의 모순된 욕망을 회화적으로 묘사한!! 원서로 읽지 않으면 결코 느끼지 못했을 문장입니다.

 

TWO GALLANTS 인 레너한과 콜리는 이 거리를 걸으며 웅성거리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된 대화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고 콜리가 이야기를 하면 레너한은 줄곧 아첨을 합니다.

“That takes the biscuit!” 정말 끝내주는 얘기네!

놀랍거나 최악일 때 쓰는 표현으로 여기선 칭찬의 의미로 쓰였습니다.

또한 biscuit은 여자를 지칭하는 비속어입니다.

 

콜리는 얼마 전 길에서 주운(picked up) 하녀의 환심을 사 관계를 갖고 그녀가 자신을 위해

‘진짜 최고의(real cheese)’ 담배를 훔쳐 다 주었다며 대단한 업적인 양 자랑합니다.

게다가 자신이 약아서 이름도 밝히지 않았고 실업자라고 얘기해 그녀가 자신과 결혼할 여지를 차단했다고 합니다.

 레너한은 감탄하며 “들은 얘기 중에 정말 최고 걸작

(that emphatically takes the biscuit)”이라며 아부합니다.

콜리는 이 하녀를 이용해 더 큰 건을 할 계획입니다.

레너헌은 한편으로 미심쩍은 듯 “여자가 마음이 내켜 적극적으로 나올까?(Is she game for that?)”묻습니다.

콜리는 그녀가 자신에게 홀딱 빠졌다(She’s a bit gone on me)며 문제없다고 합니다.

이에 레너한은 난봉꾼으로 유명한 “진정한 로사리오”라며

(“You’re what I call a gay Lothario, and the proper kind of a Lothario, too!”)

조롱하는 투로 아부합니다.

자신의 비굴함을 덜려고 조롱의 여지를 남겨두는 버릇이 있지만 콜리는 눈치를 못챕니다.

 

그러다 콜리는 한때 낭만적인 첫사랑의 그녀를 떠올립니다.

그러나 자기 돈을 써가며 여자를 만나는 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it’s a mug’s game)이라 말하지만

달을 올려보며 그녀를 그리워합니다. (She was… a bit of all right )

콜리가 그녀는 이제 몸을 팔고 있다(She’s on the turf now)고 말하자

레너한은 너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고 합니다.

콜리는 반박하며 자길 만나기 전에 다른 놈들이 있었다고 하자 레너한은 그녀를 향해

“비열한 배신자(“Base betrayer!”)라고 합니다.

 

자신들의 매춘 행위는 영웅담처럼 떠벌리면서

자신들이 사랑한 여자는 순수하기를 바라는 모순된 GALLANTS입니다.

 

레너한은 이번에 작업할 하녀는 꽤 괜찮은 애라고 마치 상품을 평가하듯 말합니다.

“She’s a fine decent tart,” he said, with appreciation; “that’s what she is.”

 

길가에선 누군가 하프를 지겨운 표정으로 연주하고 있습니다.

하프는 아일랜드 국가 상징인데요, 존경받지 못하고 품위를 빼앗긴 여자로 묘사됩니다.

조이스는 아일랜드의 비극은 영국에 의해 착취 당하는 방식으로

아일랜드 남자들도 여자들을 착취하고 있음을 묘사합니다.

 

지난 시간 소설의 반 정도를 읽었는데요, 

unceasingly, unceasing, constant, circulated, ditto 등의

‘끊임없이’,‘반복’의 의미를 가진 단어들이 문장 곳곳에 발견됩니다. 마치 더블린이라는 도시는 끊임없는 반복의 감옥에 일상이 갇힌 듯 보입니다.

조이스는 모순된 욕망으로 뒤엉킨 내면을 집요하게 파헤쳐  이 감옥에서 탈출할 열쇠를 던져준 건 아닐까요?

<콜리와 레너한이 맴도는  경로>

 

조이스의 단편을 꼼꼼히 읽어나갈수록 드는 생각이

마치 치밀하게 설계된 건축물 안에 비밀스런 단서를 곳곳에 숨겨 놓고는 우리에게 ‘따라 올 테면 따라와 봐’ 손짓하는 듯합니다.

 

 

댓글 3
  • 2023-04-15 17:01

    와우~ 후기를 읽어보니 제가 놓친 부분이 많네요.
    해석하기도 벅차다 보니..
    가볍게, 재미있게? 읽어 보는데 의미 부여를 더 크게 두고 신청한 터여서 후기들을 읽어보고.. 번지 수를 잘못 짚었구나!! ㅠ
    그래도 조금 용기 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해보려 합니다.
    후기에 엄청 재미있다고 하시니 살짝 기대도 되고요..

  • 2023-04-15 17:17

    조이스의 작품은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집단지성으로 읽어야한다. 특히 아일랜드인이 아닌 외국인 이라면 더.
    뮈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후기 좋네요^^

  • 2023-04-20 22:37

    토토로샘 말씀에 공감합니다.
    맡은 분량내에서 각자 자료 찾고 나름대로 느낀 점 공유하다보면 어느새 작품속으로 깊이 들어가 있게 됩니다.
    각자 가져온 퍼즐이 맞춰질 때마다 함께 기쁨 나눌 수 있어 어려워도 재밌게 읽어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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