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사람들> Two Gallants 후기--마비된 젊은이들

토토로
2023-04-22 07:42
683

1.더블린 젊은이들의 삶은 마비되었다.

 

Dubliners의 여섯 번째 이야기 Two Gallants를 읽었다. 이 이야기는 더블린의 가난한 두 청년(레너헌과 콜리)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젊고 몸도 건강한 편이지만 가진 것이 없다. 집도, 직업도, 돈도. 그저 하릴없이 거리를 떠돌며 여자들에게 수작을 부리고, 여자들에게 얻은 돈으로 한심한 일상을 산다. 이 이야기를 쓰여 진 시절의 유럽은 Belle Époque(좋은 시절)로 불리던 때로, 번영와 풍요가 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영국의 식민지 아일랜드만은 예외였다. 아일랜드는 낙후되었고 가난했다. 젊은이들이 가질만한 일자리가 별로 없었다. 떠나지 못하고 조국에 남은 더블린의 청년들의 삶과 정신은 마비되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었다. <Two Gallants>에 그들이 어떻게 마비되었는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배가 너무 고픈 레너헌은 초라한 식당에 앉아 자신의 처지, 자신의 앞날에 대해 생각해본다.

 

"He was tired of knocking about, of pulling the devil by the tail, of shifts and intrigues. He would be thirty-one in November. Would he never get a job? Would he never have a house of his own? He thought how pleasant it would be to have a warm fire to sit by and a good dinner to sit down to. He had walked the streets long enough with his friends and with girls."

 

"레너헌은 떠도는 것, 돈에 쪼들리는 것, 그리고 별별 음모와 사기에 지쳤다. 그는 11월이면 서른한살이 될 것이다. 직업을 갖게 될까? 집을 갖게 될까? 따뜻한 불앞에 앉아 괜찮은 저녁을 먹을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는 친구들 여자들과 거리를 너무도 오래 떠돌아왔다."

 

 그러나 너무 너무 아쉽게도 약간의 배가 차오르니 레너헌은 다시 현실에 안주하는 생각을 한다. 적당한 여자를 만나, 적당히 안락한 구석에서, 적당히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몰라...라는 생각. 그런 생각은 그를 마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2.더블린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에서 얻어지는 보편성

 

조이스는 젊은 나이에 아일랜드를 떠나 유럽대륙에서 지내지만 그는 주로 조국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쓴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나는 언제나 더블린에 대해 쓴다. 내가 더블린을 잘 알게 되면 세계의 모든 도시도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조이스

 

<더블린 사람들>단편을 읽으면서 매번 우리들의 현실을 보게 된다. <이블린>에서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했던 어머니 세대가 떠오르고,  <애러비>에서는 어린시절 첫사랑에게 투여했던 온갖 유치하고 망상적인 감성을 소환해 보았다.

 

패배주의, 정신승리, 좌절, 무기력, 착각, 시기 질투, 소심함...더블린 사람들에서 느껴지는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은 사실 우리들에게도 너무 익숙한 것들이다. 사마현쌤이 책 읽다가 몇 번 눈물을 훔친건 그들의 이야기가 어쩌면 나의 이야기 같아서 그랬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더블린 사람들’ 대신에 ‘서울 사람들’, ‘부산 사람들’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특별한 도시 사람들 이야기에서 이렇게 우리는 보편성을 얻는다. 그리고 소설속 주인공들이 에피파니(현실에서 느껴지는 자각과 깨달음의 순간)를 느끼게 될때 독자들도 비슷하게 희열을 얻게 된다. (나는 각 단편에서  에피파니가 느껴지는 대목을 수첩에 빼곡하게 적어두었다.  워낙 문장이 좋고, 문장에서 느껴지는 깨달음도 크고, 나도 그런 에피파니(현타)가 필요해서 적게 되었다.)

 

3.아일랜드 하면 흑맥주!

-Good bye(or, See you again) and Welcome!

 

대부분의 단편에 흑맥주가 등장한다. 자연스레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맥주 기네스가 떠오른다. 기네스캔에 그려진 하프는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악기라고 한다. 소설에는 하프도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우리는 아일랜드 감성에 젖어, 비록 세미나 시간이 오전이긴 하지만 기네스를 몇 모금 마셔보았다.마침 이번 시간에 새로 오신 복혜숙쌤을 환영하는 의미도 담겼다.

 

특별히 아쉽게도 영어강독 세미나를 잠시 멈춘 여울아쌤이 우정의  간식을 선물해 주었다. 여울아샘은 지난 시즌에 반장 역활을 잘 해주어서 우리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다.  우리들은 특히 그 호탕한 웃음소리를 진심으로 좋아했었다. 그런 샘이 떠나면서 준비해준 훌륭한 간식과 온기, 새로온 분에 대한 환영으로 뒤섞이면서 세미나는 훈훈한 시간이 되었다. 

 

 

 

 

댓글 4
  • 2023-04-22 10:10

    후기 읽으니 지금까지의 더블린 사람들이 고스란히 떠오르며 조이스의 대단함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희망보다는 참혹한 절망을 통해 우리의 내면을
    매번 깊숙히 찌르며 들어옵니다.
    조이스는 이 절망을 온몸으로 느끼며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그 가운데서도 위트와 희망을 놓지 않는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2023-04-22 10:20

    아고... 사진에 복혜숙님이 빠져 있네요
    간식먹기 위해 일정보다 일찍 모이는 바람에 함께 못 찍었네요
    우리를 위해 맛있는 간식을 손수 만들어 오시느라
    살짝 늦게 오신 우리 복혜숙님.
    정말 맛있는 샌드위치와 과자였습니다.
    함께 조이스를 읽게 돼 얼마나 기쁜지요^^
    다음시간에 꼭 함께 사진 찍어요.

  • 2023-04-22 16:48

    레너헌의 고독과 지루함은 인간 실존의 단면
    레너헌은 조이스가 본 더블린 사람들의 실패와 당시 아일랜드 현실 상징
    금화는 부패
    조이스는 "아일랜드 사람들로 하여금 잘 닦인 거울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잘 볼 수 있게 하는것" 이라고 표현했으며
    "나의 의도는 조국의 도덕사의 한 장을 쓰는 것이었고
    나는 더블린이 마비의 중심지로 보였기 때문에 더블린을 배경으로 선택했다.
    무관심한 대중에게 네가지 측면에서 그 도시를 제시하려고 애썼다."
    이번 수업 참여에 앞서 찾아본 Dubliners..
    이제 막 조임스를 알게 되어 아직은 잘 모르지만
    강독 팀원들의 열정에 물들어 가다 보면 조임스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 날이 오겠지요?
    첫 날의 낯섬에도 모두 따뜻하게 환대해 주어 즐거운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은 예감? 입니다...^^

    • 2023-04-22 20:28

      복혜숙샘은 마치 오래전부터 우리들과, 그리고 더블린사람들과 만날 운명인듯 세미나에 오셨습니다.
      미리 후기도 읽어오시고, 작가 조사도 해오셔서 첫날에 바로 적응!
      중간에 참가하시는 거라 걱정했는데 제 걱정이 쓸데없는 것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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