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의 양자공부 1부 후기

미르
2022-03-11 14:08
234
'과학하고 앉아있네' 라는 팟캐스트가 있다.
제목을 참 잘지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세미나에서 우리에 모습이 딱 그 모습이었다.
 
'철학하고 앉아있네'
우리는 과학 세미나이고 양자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어야 하는데 2시간 내내 철학하고 앉아있었다.
그래서 너무 즐거웠다.
 
양자에 대해서 모두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모였기에
이론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고
그 이론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공통점도 많았고 흥미진진했다.
역시 사람이 적어야 충분한 이야기를 나눌수 있어서 좋다.
5명 딱 좋았던듯.
 
김상욱은 기존의 다른 책들처럼 양자역학의 이론들을 나열하지 않는다.
역사에 따라 재미있게 스토리텔링을 해줘서 내용이 쏙쏙 들어왔고
가장 좋은 것은 각각의 이론들에 의미에 대해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세미나에서 그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나눌수 있었다.
 
몇가지를 들어보자면
 
  1. 측정이란 무엇인가? 기존에는 사람이 객관적인 세계를 객관적으로 측정을 하고 관측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양자역학에서 측정은 사람만 하는것이 아니고 온 우주가 한다. 그리고 객관적이지도 않다.
    윤슬님이 온 우주가 관측하면 우리는 도대체 언제 파동이 되는가? ㅋㅋ
 
  1. 양자역학에서는 모든것은 입자이자 파동이라고 설명한다.
    입자이자 동시에 파동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입자이자 동시에 파동이라는 것은 '야구공이자 소리' 라는 말이다.
    야구공이자 소리라는 말이 이해가 가는가?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입자이자 동시에 파동인것을 '입자' 과 '파동'으로 설명할수 있을까?
    그렇다면 새로운 개념이나 단어를 만들어야 되는거 아닐까? 등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재미났다.
     
  2. 불확정성 원리와 확률론에 대해서는 자유의지란 존재하는가에 대해 김상욱님이 화두를 던졌고 멤버들의 생각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개인적으로 복잡계 이론과 연계해서 '가까운 미래의 자유의지는 없고 먼 미래의 자유의지는 있다'라는 재미있고 명쾌한(?) 결론을 내서 좋았다.
 
  1. 자유의지의 문제는 결정론과 비결정론과도 연결되어 논의가 되었는데 양자역학은 결정론인가 비결정론인가? 로 시작해서 결정론이란 무엇인가? 라는 단어의 철학적 개념까지 파고 들어갔다.
    최무영 교수는 양자역학의 확률도 결국 결정되므로 결정론이라고 이야기했고
    김상욱 교수는 비결정론이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칸트의 이야기처럼 자기만의 카메라로 세상을 보기에 결정론과 비결정론도 그리고 자유의지도 자기만의 카메라로 본 결과를 이야기할수 밖에 없지 않을까라고 생각된다.

     

  2. 곰곰님 리플을 읽다보니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빠트렸네요.
    김상욱 교수의 질문중에 '이해'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입자이자 동시에 파동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가?
    이해할 수 없다면 받아들이지 말아야 하는가? 는 그 당시의 물리학자들에게 중요한 화두였습니다.
    이해할 수 없으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 같은 사람들과 
    현실에서 나타나니 이해할수는 없지만 받아들여야 한다는 하이젠베르크와 보어 같은 사람들로 나뉘었죠.
    그래서 아인슈타인과 보어는 솔베이회의에서 '이해란 무엇인가' 에 대한 근본적인 개념까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에 대해 김상욱 교수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얼마나 정당한 불평일까?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있을까? 라고 질문을 던집니다.
    그에 대해 곰곰님이 쓰신 것처럼 "Shut up and caculate!"(닥치고 계산!) 은 좀 과격하지만 참 좋은 답이라고 생각됩니다.
    모두의 이해와 상식이 같을 수 없기에 하지만 현실이기에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좀 더 유연하고 자유로워 질 수 있다는 거죠.
    자...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에 따라 태극기 부대에 대해 현실이므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서 좀더 자유로워지고 유연해져볼까요? ㅎㅎ
댓글 4
  • 2022-03-11 17:18

    우와~ 우리가 나눈 얘기들을 어쩌면 이렇게 잘 정리했을까요?

    제가 처음 본 미르님의 후기는 "재미있다 평점 얼마" 달랑 쓴 것인데, 몇 달만에 달라지신 걸까요? ㅎㅎ 

    경험과 직관을 의심할 때에만이 상상가능한 양자역학이라니... 미처 생각못한 부분이라 신선했어요.

     

  • 2022-03-12 10:44

    후기 읽다보니 세미나가 새삼 더 재미있게 느껴지네요 ㅋㅋ

     

    양자역학에 대한 이런저런 문제 제기에 대해 코펜하겐 해석이 "Shut up and caculate!"(닥치고 계산!)이라고 답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식으로밖에 답을 하지 못하는 건가... 좀 무책임해 보였는데 이번에 셈나에서 얘기하다가 보니 다르게 생각되더군요.

    '이해', '상식' 같은 관점으로 답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이해'와 '상식'이 온전하다는 것은 믿음일 뿐이다, 우리는 경험, 직관, 언어 속에 갇혀 사는데 모두의 이해와 상식이 같을 수 없다,   '이해'해서 알려는 시도도 중요하겠지만, 우선 받아들여 보는 것은 어때? 그러면 더 자유로워지고 더 유연해질 수 있지 않을까? ....  코펜하겐 해석은 그런 말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닐까 하구요.

     

     

    • 2022-03-12 15:01

      우와~ 이제 좀 이해.. 아니 셧업. 저도 이 문장 해석이 궁금했는데, 맥락적으로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몰랐거든요. 계산하라는 말이 이런 뜻이었군요. 넌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숫자가 말을 해주잖아. 이런 얘기군요.   

  • 2022-03-12 17:28

    이번 과학세미나에서 우리가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었던 거였군요.ㅎㅎ 어쩐지 재미있었다는^^

    과학에서 철학의 만남이 반갑기만 하네요. 

     

    코펜하겐 해석에서 보어는 오로지 문제는 인간에게 있다고 합니다. 

     전자가 동시에 2개의 슬릿을 지난다는 이 상황을 설명할 인간의 언어, 상식, 개념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구요

    우주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구요..인간이 이해못할 뿐이지, 틀린것이 아니라구요...

    닥치고 계산하라는 "닥치고 받아들여라"로 들립니다 ㅎㅎ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틀린 것으로 단정했던 저는 이 지점에서 한 대 맞은거 같았어요.

    형이상학적 이야기가 아니라 눈 앞에 벌어지는 과학적 사실에서 보여주니 안믿을 수도 없구요.ㅎㅎ

    이해너머의 세상을 알면 알수록 자유로와질수 있다는 사실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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