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회로는 어떻게 작동하고, 그 작동이 정서인가?
이번 주 세미나에서는 4장, 5장을 읽었는데, 이들은 두 개의 질문으로 연결된다. 방어회로는 어떻게 작동하는가?(4장) 그리고 그 작동이 곧 정서인가?(5장) 안타깝게도 메모 쓴 사람이 소피아, 나랑, 나뿐인데, 5장을 쓴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출장으로 빠진 한스님을 제외하고, 메모를 안 써온 재하님과 해피브레드님 중 후기를 쓰기로 했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게 되어서 결국 내가 부리나케 세미나를 스케치하는 식으로 허접 후기를 올린다.. ㅠㅠ
첫 번째 질문 — 방어회로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나랑님은 방어회로 실험연구에 주목했다. 그 중 캐넌과 바드의 연구를 소개하며, 편도의 두 핵심 영역 외측핵(LA, 입구)과 중심핵(CeA, 출구)의 역할, 전전두 피질(조절)과 해마(맥락 제공)의 연결까지 소개했다.

이 그림은 개에게 물리기 전 개의 모습이 거의 위협이 되지 않지만(약한 자극), 물린 경험(강한 자극)과 동시에 편도에서 연합이 형성되고, 이후 개의 모습만으로도 수도관주위회색질(PAG)을 통해 얼어붙기가 유발된다는 점을 밝힌 실험이다.
해마 손상 쥐의 사례도 인상적이었다. 전기충격을 받았던 방에 넣어도 얼어붙지 않지만(맥락 기억 소실), 그 방에서 충격과 연합된 소리를 들려주면 얼어붙는다(편도의 위협 기억은 건재)는 것. 나랑님은 이것을 "해마의 손상으로 기억 형성은 되지 않지만, 소리가 편도를 거치면서 방어회로가 작동한 것"으로 해석했다. 광유전학 실험에서는 실제 충격 없이 LA 뉴런을 빛으로 활성화하는 것만으로 조건형성에 성공한다는 점도 정리했는데, 이 실험의 핵심은 혐오 자극 없이, 즉 느낌 없이도 위협 학습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내가 관심 가진 것은 방어회로가 단일한 장치가 아니라 세 가지 경로를 가진 복합 시스템이라는 점이었다. 이 구분이 필요한 이유는, 편도체가 "공포 버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종류의 위협 대응을 처리하는 복합 시스템임을 드러내기 위해서, 그리고 각 경로에 따라 치료적 개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첫째, 자극이 끌어내는 반응(파블로프의 조건형성, LA → CeA). 자극과 반응이 직접 연결되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가장 원초적인 경로. 둘째, 행동이 이끄는 반응(도구적 회피, LA → BA). 과거에 도망쳐서 안전했던 경험이 학습되면 실행되는 경로. BA 손상 시 얼어붙기는 유지되지만 도망은 사라지고, CeA 손상 시 결과가 뒤집힌다. 이 교차 패턴이 두 반응이 별개의 회로라는 가장 강력한 증거다. 셋째, 가치가 이끄는 반응(유인 가치). 앞의 둘이 과거 경험에 묶인 반복이라면, 유인 가치는 자극에 부착된 "위험하다"는 추상적 가치 신호가 새로운 상황에서 행동 방향을 이끄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유인 가치가 모호하다는 점과 정말 과거의 경험과 무관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어두운 밤길 두 갈래길이 나온다면? 원인을 알 수 없는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쪽으로 갈 것인가? 대부분 후자를 택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고, 이것은 과거 경험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는 않지만, 소리나는 쪽이 위험하다는 가치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파블로프 반응은 노출 치료(소거)로, 도구적 회피는 행동 치료로, 유인 가치의 과잉 일반화는 인지 치료로, 경로가 다르면 치료 및 개입도 달라져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소피아님은 특히 BNST(Bed Nucleus of the Stria Terminalis, 분계선조의 침대핵)에 주목했다. BNST는 확실한 위협이 아니라 불확실한 상황에서 활성화되는 영역으로, 1장에서 르두가 구분한 공포(확실한 위협)와 불안(불확실한 위협)의 신경학적 분리에 해당한다. BNST의 위치적 특성은 "편도와 연관된 방어 회로와, 측중격핵/중격-해마 회로와 연관된 위험 평가 회로, 그리고 전전두 피질이 교차하는 지점."이라는 것. 다시 말해서 BNST는 "위험한가?"(편도체), "얼마나 위험한가?"(위험 평가), "어떻게 대응할까?"(전전두엽)를 동시에 묻는 교차로이며, 불확실성의 정도에 따라 어느 시스템이 우위를 차지할지 균형을 잡는 조정자인 셈이다.
그럼에도 나는 저자가 편도체에 매달리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려웠다. 3장에서 르두는 방어 기능이 뉴런과 시냅스보다 더 오래된 것이며 단세포 생물에서도 유사한 기능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4장에서는 편도체의 하위 영역을 극도로 정밀하게 추적하는 데 집중한다. 방어 기능이 편도체보다 오래된 것이라면, 왜 여전히 편도체에 매달리는가? 시험 날 아침마다 배가 아픈 사람의 장은 편도체의 명령을 받아서 아픈 것인가, 장 자체의 반응인가?
이에 대해서는 소피아님의 메모가 하나의 답을 제시하고 있다. "공포와 불안이라는 감정의 원천으로 편도를 보는 것과, 각각의 회로가 존재하는 편도로 보는 것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르두가 편도체에 집중하는 것은 편도체를 공포의 원천으로 신격화하는 것이 아니라, 편도체 안에 독립적으로 작동하면서 상호작용하는 여러 갈래 길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것. 편도체에 집중하는 것이 편도체를 해체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나랑님의 메모에서도 그 답을 모색해볼 수 있다. 해마 손상 쥐의 실험은, 편도체가 단독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해마(맥락), 전전두엽(조절)과 함께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편도체에 집중하되 편도체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는 것.
다만 나의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르두 자신이 인정하듯 편도체 하위 영역의 기능은 인간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못했고, 뇌 바깥의 방어 반응(장신경계 등)은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이것은 르두가 몰라서가 아니라, 실험의 한계로 인해 그의 데이터가 편도체에 묶여 있기 때문이 아닐까.
두 번째 질문 — 그 작동이 정서인가?
다윈은 19세기에 공포, 분노, 기쁨 같은 정서가 동물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진화적 유산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시대에 마음은 의식과 동의어였으므로, 공포란 곧 의식적 느낌이었고 이 느낌이 공포 표현의 원인이었다. 이 전통은 에크만의 보편적 표정 연구(여섯 가지 기본 정서가 문화를 초월하여 보편적으로 인식된다), 톰킨스의 감정 프로그램 모델(선천적 정서가 피질하 구조물에 배선되어 있다), 판크세프의 정서 지시 시스템(피질하 회로가 행동과 느낌을 동시에 만들어낸다)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비의식적 반응은 어떻게 의식적 느낌이 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오래된 답은 19세기 말 윌리엄 제임스에게서 나왔다. 제임스는 "도망치기 때문에 무서움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방어 행동 중 몸에서 오는 되먹임(심장이 빨라지고, 근육이 긴장하고, 땀이 나는 것) 을 뇌가 감지하여 공포라는 느낌이 만들어진다는 것. 각 정서를 다르게 경험하는 이유는 신체 되먹임(feedback) 패턴이 정서마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1920년대 월터 캐넌이 이를 반박했다. 내장 기관의 되먹임은 너무 느리고 부정확해서, 정서마다 충분히 구별되는 패턴을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이후 연구는 내장 기관의 되먹임에 어느 정도 특이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지만, 그 되먹임이 느낌을 결정하는 주된 역할을 한다는 증거는 제한적이었다.
1994년 다마지오가 《데카르트의 오류》에서 이 전통을 현대적으로 부활시켰다. 다마지오의 소매틱 마커(somatic marker) 가설은 제임스를 계승하되 두 가지를 추가했다. 신체 되먹임이 단순히 느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필수 요소라는 점, 그리고 실제 신체 반응 없이도 뇌가 신체 상태를 시뮬레이션하는 "모방(as-if) 순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다마지오는 원래 피질(체성감각 피질, 뇌섬)의 신체 지도에서 느낌이 만들어진다고 보았으나, 뇌섬 피질이 손상되어도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증거 앞에서 최근 피질하 영역으로 느낌의 원천을 옮겼다. 이것은 판크세프의 입장(피질하 회로가 느낌을 직접 만든다)에 가까워진 것이다. 다만 판크세프는 위협 감지·반응 시스템 자체에서 느낌이 나온다고 보고, 다마지오는 그 반응의 되먹임을 피질하 신체 감지 영역이 받을 때 느낌이 나온다고 본다. 이에 반해, 배럿과 러셀은 기본 정서란 자연적 실체가 아니라 심리적으로 구성된 개념에 문화적으로 학습한 꼬리표를 붙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르두는 이 지형도에서 독특한 위치를 잡는다. 배럿/러셀의 구성주의에 동의하면서도, 방어 생존 회로라는 비의식적 메커니즘은 진화적으로 보존된 실체라는 점에서 거리를 둔다. 판크세프나 최근의 다마지오가 "느낌이 피질하에서 만들어진다"고 보는 것에도 반대한다. 제임스와 다마지오의 되먹임 이론에 대해서는, 신체 반응이 느낌에 선행한다는 순서에는 동의하지만 되먹임만으로 느낌이 완성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같은 신체 되먹임(심장이 빨라짐)이 맥락에 따라 공포가 될 수도, 흥분이 될 수도, 운동 후의 피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체 되먹임은 느낌의 재료를 제공하지만, 그 재료를 "공포"로 구성할지 "분노"로 구성할지는 의식이 맥락, 기억, 자기-이야기와 통합하여 결정한다.
그래서, 그 작동이 정서인가? 르두의 답은 "아니다, 그러나 정서의 필수 재료다"이다. 동물에게서 물려받은 것은 방어 생존 회로이지, 공포나 불안이라는 의식적 느낌이 아니다. 르두는 이것을 "인간 정서의 탈다윈주의"라고 부른다. 회로는 선천적이고 느낌은 구성적이라는 것. 그렇다면 정서란 무엇인가? 르두에 따르면, 정서란 방어 회로의 비의식적 작동이 만들어낸 전역적 유기체 상태 — 심장이 빨라지고, 근육이 긴장하고, 각성이 높아진 몸과 뇌의 변화 — 를 의식이 감지하고, 거기에 맥락(지금 어디에 있는가), 기억(과거에 비슷한 상황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 자기-이야기(이것이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통합하여 "나는 지금 무섭다"로 구성해낼 때 비로소 성립하는 것이다. 르두의 표현을 빌리면, 느낌은 비의식적 반응과 인지 시스템의 "연결 장치"다. 반응 자체가 정서가 아니고, 인지 자체가 정서가 아니라, 둘이 만나는 접점에서 구성되는 것이 정서다. 같은 방어 반응(심장이 빨라짐)이 공포가 될 수도, 흥분이 될 수도, 운동 후의 피로가 될 수도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료는 같아도, 의식이 어떤 이야기를 구성하느냐에 따라 다른 정서가 된다. 이 구분이 치료에서 왜 중요한가? 비의식적 회로에 개입하는 것(약물, 노출 치료)과 의식적 느낌에 개입하는 것(인지 치료)이 다른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둘을 혼동한 것이 불안 장애 치료의 벽이었다는 점을 저자는 추가적으로 밝혀내고자 한다.
다음 시간은 6, 7, 8장입니다. 이제 슬슬 자신의 에세이 주제를 고민할 시기입니다. 세미나에서 각자 관심사에 대해 얘기 나누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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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가장 고상한 활동도 그 기원은 뇌의 물리적 현상에 있다. 아무리 사랑스러운 멜로디라도 음표로 적을 수 있는 것처럼"- 서머셋 모옴
정서적 느낌과 그것에 영향을 주는 행동/생리반응의 작동 원리를 하나하나 파헤쳐가고 있는 조지프 르두의 <불안>은 회를 거듭할 수록 더 흥미롭고 경이롭기까지 한다. 이 책의 4장 방어하는 뇌를 보면 외부의 생존 위협을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방어하는 지를 설명한다. 누구는 지나가는 개를 무시하고, 누구는 쳐다보지 않는 걸 떠나서 마주치지 않으려고 멀리 돌아서 가기도 한다. 왜 그럴까? 조건형성된 위협의 뇌 처리과정과 조건형성된 방어 반응이 편도체와 그 주변영역들, 그리고 전전두 피질이 연결되어 발현되는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편도는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곳이'이 아니라, 위협에 대한 '방어 반응을 조직하고 제어하는 회로의 중심'이다.
편도체가 그 예전부터 두드러지게 느껴졌던 이유는 있었습니다. 많은 회로가 편도를 터미널 삼아 지나가고 있었어요. 그 회로는 편도에서 만나기도 하지만 각각 독립성을 유지하기도 합니다. 언어를 갖고 있는 인간만이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말로 표현합니다. 나에게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 판단하고 컨트롤 타워를 누구에게 맞길지 정하는 편도가 하는 역할을 정확히 안다면 불안을 다루는 것이 조금은 수월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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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서 기억은 점도(viscosity)와 같다. 기억은 생각에 일종의 점성(tenacity)을 부여한다."
이따 뵐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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