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과학세미나] 시즌1 2회차 후기 — 잠, 오늘도 챙겨 드셨나요?

재하
2026-03-20 22:45
238

잠, 오늘도 챙겨 드셨나요?

매슈 워커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할까>는 첫시간부터 나를 비롯한 모든 분들로 하여금 자기고백을 하게 만들었다. 평소 생활을 하다보면 으래 가볍게 여기고 가장 쉽게 줄일 수 있는 시간은 바로 자는 시간이다 (잠은 죽어서 잘 수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고백의 시간은 이번 두번째 세미나에도 이어져, 다들 불규칙한 수면시간, 수면부족, 그리고 그로 인한 실제로 체감하고 있는 여러 증상들을 공유하며 잠도 마치 영양제나 비타민, 약을 챙겨먹듯 '챙겨먹어야 하는' 영역임을 다시 한번 통감하게되었다. 저자인 워커는 '잠은 죽어서 자'는 것이 아닌, 잠 아끼다 죽을 수 있음을 역설한다. 

 

수면 부족이 뇌에 끼치는 영향들

잠을 잘 자지 않는 수면 부족은 정확히 어떤 상태를 가리키는 것일까. 저자는 우리가 적어도 8시간 정도의 수면 시간을 가지는 것이 적정하다고 경고한다. 우리의 뇌는 16시간을 주기로 재활성화가 일어나기에, 하루 24시간 중 16시간 이상으로 깨어있을 경우, 뇌가 제대로 쉬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잠은 사람마다 천차만별로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닌, 다만 그 주기나 패턴이 조금 더 일찍 수면 적정 시간이 찾아오는지 더 늦게 오는지에 대한 차이이다. 저자가 인용하는 연구들에서 수면 부족의 지표를 '7시간 이하로 자는 사람들'로 삼는 이유 또한 이때문이다. 또한 수면 부족의 상태가 누적될 경우, 이는 몰아서 자는 행위를 통해서는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따라서 하루에 서너시간만 잔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진실들을 말해줄 필요가 있겠다.

 

첫째, 수면 부족은 뇌의 주의력 결핍 상태를 가져온다.컴퓨터 화면에 불이 들어올 때 단추를 누르는 행위를 통해 측정된 주의력 실험은 6일 동안 4시간씩 잠을 잔 이들이 24시간을 연속으로 자지 않은 이들과 주의력이 비슷하다는 결과를 보여주었으며, 11일 동안 4시간씩 잔 경우 48시간을 연속으로 자지 못한 이들과 주의력이 동일함을 보여주었다. 이는 부족하게 자는 것이 일정 부분 며칠 동안 아예 자지 않는 상태와 비슷한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수면 부족의 상태는 잠깐 동안 조는, 일명 '미세 수면' 상태를 일으키는데, 이 몇 초 동안 우리의 세상에 대한 지각은 완전히 단절된 상태를 보인다. 이러한 상태가 운전과 같은 행위를 함에 있어서 생명을 위협함은 말할 필요도 없을 터이다.

 

둘째, 수면 부족은 기억효과 또한 떨어뜨린다. 잠을 자지 못한 이들은 학습 능력이 떨어졌는데, 이는 해마의 유의미한 학습 활성이 나타나지 않아 생긴 결과로 밝혀졌다. 즉, 밤을 세워 공부할 경우에는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해마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결국 벼락치기의 공부는 남는 공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더불어 기억회로를 형성하는 시냅스간 연결이 일반적인 상황에서보다 훨씬 덜 강화되었다. 그리고 직관과는 반대로, 잠을 잘 자는 경우 오히려 학습효과가 강화될 수 있다. 이쯤에서, 관련된 내용을 언급한 한스샘과 두루미샘, 그리고 실제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고 계신 해피 브래드샘의 경험을 담은 메모를 보자:

 

(한스샘) "책에 어느 피아니스트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밤늦게까지 연습해도 능숙하게 잘 쳐지지 않을 때가 있고, 똑같은 대목에서 똑같은 실수를 계속 저지른다는 것이다. 그러다 결국 좌절한 채 잠을 잔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서 피아노 앞에 앉으면, 그냥 된다는 것 (...) 이러한 경험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 수면은 단순히 뇌가 쉬는 것이 아니라, 잠자는 동안 뇌의 '능동적인 재구성' 결과이다."

 

(두루미샘) "(...) 수면이 운동 기술기억을 의식 아래의 자동화된 회로로 옮겨 주기 때문이다. 이 자동화를 담당하는 것이 2단계 비렘수면의 수면 방추이며, 8시간 수면의 마지막 두 시간에 집중된다. (...) "연습"뿐만이 아니라 "수면"까지 포함해야 완벽해지는 것이다."

 

(해피브레드샘)"수업시간에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며 끙끙 거리는 아이들에게 내가했던 경험을 얘기해준다. 계속 풀어도 안 풀리면 우선 책을 던져버리고 한 숨자고 일어나서 다시 풀어보라고 그러면 풀린다고 말해준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경험이 과학적인 근거에 바탕이 있다는걸 알게됬다. 잠이 이전에 배웠던 것들을 살펴보고 강화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커피를 항상 마시며, 조금만 자도 괜찮다는 이들은 왜 괜찮다고 느끼는 것일까. 저자는 우리가 수면 부족 상태에 대한 일종의 적응 과정을 거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잠을 잘 자지 못하여 자주 졸리고 깜빡할 경우, 우리는 기준선을 재조정하여 이와 같은 만성 피로의 상태를 기준 상태로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이 피곤한 상태를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단순히 우리가 감각하는 차원 외에도 잠의 결여는 우리를 망가뜨린다.

 

수면 부족이 몸에 끼치는 영향들

두루미샘의 메모가 이를 말해준다: 

"(잠을 잘 자지 않을 경우) 몸의 청소 시간을 잃는다 (...) 글림프계가 뇌의 노폐물을 씻어내고, 자연 살해 세포가 암세포를 감시하고, 텔로미어가 세포의 수명을 지키는 것, 이 모든 작업이 수면 중에 일어난다. 8장에서 워커는 수면 부족의 영향을 심혈관계에서 면역계로, 다시 대사계에서 DNA까지 더 확장해 나아간다. 잠을 덜 자는 것은 매일 쓰레기를 쌓아두는 것과 같다 (...) 20년 전 동네 내과의 노의사는 "잘 먹고 잘 자라"고 했던 말을, 워커는 그의 방식 대로(?) 결국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두루미샘께서는 몸이 아파 방문하였던 내과에서 받은 간단한 처방전에 금방 나았던 경험을 공유하며, 그 당시 진료를 봐주셨던 의사 선생님이 많은 약들을 처방해주시기 보다 "잘 먹고 잘 자라"는 말을 했다는 것을 기억하셨다. 이러한 경험과 더불어 책의 저자가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는 잠의 중요성은 병이 생기고 난 후 하는 치료보다, 병이 생기기 전 예방하는 차원에서 우리가 시작할 수 있는 것은 너무 사소하다고 생각하여 미처 무시하고 지나가던 것임을 알려준다. 꾸준하게 잘 자고, 잘 먹기. 워커의 책을 공부할 수록 우리가 아플 때 비싼 약과 치료에는 거리낌없이 돈을 지불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훨씬 더 싸고 사소한 예방법은 그만큼 더 잘 무시한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느껴지는 듯하다.

나도 이제 후기를 마치고 나서 내 잠을 잘 챙기러 가보아야겠다.

댓글 11
  • 2026-03-21 08:20

    앗 비타민 하나 챙겨먹고 왔어요. ㅎㅎ 아자아자, 잘먹고 잘자자!

    저는 이전 주 읽은 분량까지 이렇게 정리해서 제 자신을 설득하려고 합니다. "잠은 (뇌의) 죽음이 아니라 생각이다. 잠이 부족하면 생각이 부족해지고, 그로 인해 주의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고, 몸의 활기마저 떨어진다!!"

  • 2026-03-21 10:50

    수면부족은 마치 쓰레기를 쌓아두는 것과 같다. 모자란 잠을 주말에 몰아 자는 것은 보충해주지 않는 것보다 나을지 몰라도 그동안 쌓아두었던 쓰레기가 내 몸에 어떤 부작용을 초래할지 누구도 모를 일이다.
    꼭 보고 싶은 TV 프로그램 시청을 포기하고 정해진 시간, 내 몸안 카페인은 분해돼고 아데노신이 수용체에 꽉 결합하는 그때, 초 한개의 불빛 만이 두 시간이 경과되는 바로 그때 , 서파수면단계로 바로 여행을 떠나는 매일 잠은 꿀맛이다. 거의 매일 REM 수면에서 경험하는 꿈 또한 재미나는 경험이디.

  • 2026-03-24 10:43

    다행히 약하게 대상포진을 겪은 후 눈썹 윗부분이 찌릿한 느낌이 들 때마다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것이 저를 살렸다는 생각이 공부를 하면서 절감을 하게 됩니다. 최대 약자인 잠에게 나의 최고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 2026-03-24 12:02

    3회차 메모 올립니다. 제가 프린트 해갈게요.

  • 2026-03-25 22:14

    저도 집에서 프린트...

  • 2026-03-25 23:45

    3회차 메모.
    줌으로 만나뵙겠습니다

  • 2026-03-26 02:30

    잠을 자야 한다는 메모를 쓰면서 잠을 못 잡니다. ㅠㅠ

  • 2026-03-26 08:01

    깊은 잠을 못자면,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건 우리가 늘 경험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수면 중 글림패틱 시스템(glymphatic system)과 관련있고, 결국 치매와 연결된다는..
    '모든 게 연결되어 있다'는 말..

  • 2026-03-26 08:02

    이따 줌으로 뵐께요~

  • 2026-03-26 09:17

    저도 집에서 프린트해갑니다

  • 2026-03-26 09:24

    과학공부를 하면서 느끼는건 '기 승 전 잘 먹고 잘자야 한다는 ' 결론이다.그런데 이리 쉬운 게 평상시 잘 지켜지지 않는다. 기본을 지키고 사는게 왜 어려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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