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자자!
시즌1 과학세미나에 한스님이 줌으로 합류하셨습니다!! 마침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책을 사두고 읽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몇 년 전부터 가끔 한스님과 줌세미나에서 뵌 적이 있지만, 오늘 세미나 2시간가량 함께한 것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저를 비롯한 재하님, 나랑님, 소피아님, 한스님까지 각자의 메모를 종합해보면, 이 책 1부의 내용은 두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루 주기 리듬과 수면 압력, 그리고 비렘수면과 렘수면.
1. 하루 주기 리듬과 수면 압력
한스님의 메모가 오늘 읽은 분량의 전부를 말해줍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라 생명이다. 그러므로 멈추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살아갈 수 있다." 특히 한스님이 면역과 수면과의 관계에 대한 임상 경험을 얘기해주신 것이 인상적입니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식량도 못 모으고, 짝도 못 찾고, 포식자에게 무방비 상태가 된다. 그럼에도 잠이 진화에서 사라지지 않은 것은, 잠이 쓸모가 있어서가 아니라 잠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
저는 최근 초저녁에 기절하듯 잠들어 버리는 습관에 대해, 재하님은 시차 적응이나 밤샘으로 인한 각성의 문제가 이 책 저자 매슈 워커의 핵심 개념인 "하루 주기 리듬"과 "수면 압력"을 우리 몸으로 증명한 셈입니다. 가령 밤샘을 했는데, 그날 아침 정신이 더욱 또렷해지는 이유는 무얼까? 밤샘을 하면 잠을 자지 않았으니 아데노신은 분해되지 않고 계속 쌓여 수면 압력은 최고조인 상태다. 그래서 새벽 3시경이 가장 졸리다. 그런데 아침이 되면 하루 주기 리듬이 각성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면서, 아데노신은 여전히 높은데도 각성 신호와의 간격이 줄어든다. 새벽 3시보다 오히려 아침 8시에 덜 졸린 역설적 경험을 하게 되는 이유다. 이처럼 두 시스템이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얽혀 있다는 워커의 주장은, 우리 각자의 수면 경험과 일치하기 때문에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비렘수면과 렘수면이 각각 무슨 일을 하는지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 비렘수면과 렘수면은 다른 일을 한다?
렘수면(REM)은 자주 들어본 말이다. 그런데, 무슨 뜻일까? 이번에 비렘수면의 영문이 non-Rapid Eye Movement인 게 눈에 들어왔다. 어머나 세상에! 렘수면은 빠른 안구 운동을 의미한다. 엇, 잔다고 눈을 감고 있는데 당연히 안구 운동은 안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수면의 초기 단계인 비렘수면일 때는 안구 운동이 거의 없다. 그러다 렘수면에 접어들면 빠른 안구 운동이 나타난다.
비렘수면일 때는 서파수면(뇌파의 골이 깊다)에서 수천만 개의 뇌세포가 거대한 합창단처럼 동시에 천천히 진동하며, 해마에 쌓인 정보를 대뇌피질로 옮기고, 불필요한 연결을 솎아내는 가지치기를 수행한다. 소피아님의 메모에 따르면, 밤 11시부터 새벽 3시가 이 서파수면의 골든 타임이다. 새벽 3시 이후는 렘수면의 시간이다. 렘수면의 역할은 "이미 가진 기억과 정보를 서로 멀리 떨어진 방식으로 다시 연결해 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평소 "하룻밤 자고 나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말에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것! 그래서 한스님의 처방은 명쾌하다 — "이게 뭐지? 어쩌면 좋지?" 싶을 때는 일단 자라. 하하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하루 주기 리듬에 따라 나처럼 일찍 자서 새벽 일찍 잠을 깨면 서파수면은 확보하지만 렘수면이 잘려 나가는 셈이다. 감정 처리, 창의적 연결 등 한스님이 말하는 "아하!"의 순간이 매일 밤 잘려 나가는 셈이다.
그리고 매일 밤 사춘기 딸과 실랑이하는 소피아님은 "나는 엄마랑 달라"라는 딸아이의 외침에서 과학적 근거를 발견했다고 한다. 하루 주기 리듬에 의하면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생물학적 리듬이 1~2시간 뒤로 밀리기 때문에 엄마는 일찍 잠들고 싶고 그보다 늦게 잠들고 싶은 딸의 저항은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청소년은 시계가 뒤로 밀리고, 중년 이후에는 시계가 앞으로 당겨진다. 소피아님이 잔소리 대신 따뜻한 우유 한 잔을 건네고 문을 닫아준다고 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3. 시간 확장 논쟁
이번 세미나에서 가장 뜨거웠던 토론은 나랑님이 제기한 "꿈속 시간 확장" 문제였다. 워커는 쥐 실험을 근거로, 렘수면 중 기억의 신경 재연이 깨어 있을 때의 절반에서 4분의 1 속도로 느려진다는 사실이 꿈에서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이유를 설명하는 "지금까지 나온 최고의 증거"라고 주장한다. 나랑님은 지하철에서 졸다가도 내릴 역 직전에 눈이 떠지는 경험을 통해, 뇌가 무의식 수준에서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시간을 잰다는 워커의 설명을 체감하게 해주었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절반 속도로 재연하면, 물리적으로 5분 동안 깨어 있을 때의 그 절반인 2분 30초 분량밖에 재연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더 적은 내용을 더 느리게 처리하는 것인데, 왜 시간이 "길게" 느껴질까?
나랑님은 《기억의 미래》라는 책에서 비렘수면(서파 수면) 중 경로 재생이 깨어 있을 때보다 약 50배 빠르게 압축 진행된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워커의 설명과 모순이 아니라 수면 단계가 다른 것이다 — 비렘수면에서는 50배 빠르게 압축 재생하고, 워커가 말하는 렘수면에서는 절반~4분의 1로 느리게 재연한다. 비렘수면이 파일을 빨리감기로 전송하는 시간이라면, 렘수면은 그 파일을 느리게 재생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로 엮어내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느린 재연이 왜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경험을 만드는가"에 대해서는 워커 자신도 완전한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나랑님이 발견한 것은, 저자가 두 가지 사실을 나란히 놓고 인과관계인 것처럼 서술했지만 실제로는 그 사이에 연결 고리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특수상대성이론에서 빛의 속도에 가깝게 이동하면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것과의 구조적 유사점도 찾아보았지만, 여전히 그 인과관계는 발견할 수 없었다. 저자의 주장에 빈틈을 발견하는 것...
다음 주는 2부를 읽습니다. 수면이 뇌와 몸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지, 수면 부족이 무엇을 앗아가는지를 본격적으로 다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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