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새로운 과학> 갈릴레오의 운동학이란 무엇인가

여울아
2023-05-23 19:25
356

<17세기 자연 철학>에서 저자는 갈릴레오의 역학은 운동학 기계론이라고 합니다. 동역학 기계론에는 힘 개념이 사용되는 것과 달리 갈릴레이의 운동학에서는 기하학적 물질론에 기초한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기하학이라함은 원자(분할불가능하지만 무한하게 많다), 시간(속력), 공간(진공) 등의 개념을 의미하며, 물질이라함은 물질의 강도와 같은 것들을 말합니다. 

 

<두 새로운 과학>에서는 위의 뜬 구름 잡는 것 같은 얘기들을 갈릴레이가 어떻게 본격적으로 전개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무거움(무게)에 관하여 

갈릴레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운동론과 대결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그는 먼저 심플리치오(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의 입을 통해 운동의 발생에 대해 설명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속에서보다 공기속에서 물체의 운동이 더 빠르다는데 착안하여 밀도의 희박함의 크기가 운동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령 공기 중에 공을 던지면 지금이야 당연하게 뉴턴의 힘 공식을 떠올리겠지만, 아리스토텔레스부터 갈릴레이까지는 던진 공을 뒤에서는 공기가 밀어주고 앞에서는 저항 때문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그랬기에 물에서는 그 저항이 더 세기 때문에 공이 더 빨리 더 많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빈공간(진공)을 거부한 이유는 이렇게 공기라던가 물이라던가 운동을 촉발시키는 매체(매질과는 좀 다릅니다) 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매체는 오늘날 미디어매체라고 말할 때 그 매체입니다. 매체는 이쪽에서 저쪽으로 전달하는 물질(수단)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매체가 없는 진공이 부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갈릴레이 역시 매체의 역할에는 동의했지만 물질의 무게에 따라 속력이 다르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에는 반대했습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실제 실험을 한 번이라도 했는지 의심스럽다"며, 그 실험이라 함은  "큰 돌과 작은 돌을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면 속력의 차이가 크게 나는 가"에 대한 것입니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심플리치오가 "실험"했다고 답한다는 점이다. (갈릴레이가 실제 실험보다는 주로 사고실험을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막상 원전에서는 갈릴레이가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해 실험여부를 가지고 공격한다는 점이다.. ㅎㅎ 그의 책에서 피사의 탑을 거론하지 않은 이유로 실험여부가 불분명하다거나 실험보다 수학(기하학)적 증명에 치중했다는 주장도 있다.. )

 

갈릴레이는 사그레도의 입을 빌어 자신이 직접 실험을 했다고 말합니다. 백파운드 무게가 나가는 대포알과 그 반밖에 무게가 나가지 않는 포알을 둘 다 모두 200미터 높이에서 떨어트리면, 거의 동시에 떨어진다는 것. 그 차이가 한 뼘정도. 이것은 동일한 매체 안에서는 자연이 결정한 속력이 있으며, 이는 움직이는 물체의 무게에 따라 다르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에 위배됩니다. 갈릴레이는 무게에 따른 속력의 차이라는 그의 주장에 대한 반증으로 다음과 같은 예시를 듭니다. 만약 큰 돌과 작은 돌이 각기 다른 무게 때문에 속력의 차이가 발생한다면 큰 돌과 작은 돌을 서로 연결해서 더 커진 돌은 더 작은 돌보다 더 빨라야 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가령 큰 돌의 속력이 8이고 작은 돌의 속력이 4라면 이 둘을 이어서 만든 더 큰 돌은 속력이 12여야 하는데... 실제는 다른 작은 돌보다 더 빠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죠. 저울에서 큰 돌에 작은 돌의 무게를 더하는 것(합하는 것)과 낙하하면서 둘이 이어져 있으면 오히려 큰 돌의 속력8에서 작은 돌의 속력4가 마이너스로  작용하지 않겠냐고 갈릴레이가 반문합니다. 이것으로 적어도 비중(부피?)이 같은 크고 작은 두 물체는 모두 같은 속력으로 움직인다고 증명합니다. 

 

그럼에도 심플리치오는 산탄 총알과 대포알이 같은 속력으로 움직인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러면서 아주 큰 높이에서 낙하실험을 했다면 이 둘의 차이가 수십배 날 텐데, 그 만큼 현실에서는 높은 곳이 없기 때문에 그 차이를 볼 수 없을 뿐이라고 반론을 폅니다. 반론이 신박하다고 저는 생각했는데, 아뿔싸... 그렇다면 처음 아리스토텔레스가 실험을 했다는 심플리오의 주장이 거짓인 셈이 되는 점을 갈릴레이가 놓치지 않고 지적합니다. ㅎㅎ 갈릴레이 윈!

 

2. 매체의 물질성에 관하여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이나 공기처럼 서로 다른 매체에서 속력의 비가 그 매체들의 밀도에 반비례한다고 주장합니다. 다시 말해서 그의 주장은 매체의 물질성, 즉 공기의 물질성이나 물의 물질성에 따라 운동의 감속 정도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물질성이 어떻게 속력에 관여하는지는 나무 공을 예로 듭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대로라면 공기(물질성) 중에서 나무 공이 떨어지는 속력이 20이라면 물(물질성) 속에서는 속력2로 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나무 공은 물 속에서 떠오릅니다. 그러자 심플리치오는 나무 공처럼 물에 가라 앉는 물체보다 무거운 물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아뿔싸! 또 난관에 빠집니다. 왜냐하면 나무 공보다 무거운 물체가 물속에서 가라앉으면서 속력2를 낸다면, 공기 중에서는 속력 20을 내야 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처럼 무거움이 속력을 좌우한다고 주장한다면 공기 중에 나무공이 속력20인데, 나무공보다 무거운 물체가 어떻게 속력20으로 나무공과 같을 수 있느냐고요! 으하하

 

아리스토텔레스는 속력이 매체의 밀도에 대한 반비례라고 주장하면서 매체가 없는 진공 상태에서는 운동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우선 정말 밀도의 반비례인지 갈릴레이가 반박합니다. 가령 대리석으로된 달걀과 진짜 달걀을 물 속에서 떨어뜨리면 그 속력 차가 백배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둘의 속력차가 공기 중에서는 겨우 몇 센티에 불과합니다. 물 속에서 10미터 바닥까지 도달하는데 3시간 걸리는 경우 공기 중에서는 10미터 바닥까지 떨어지는데 겨우 몇 초 걸립니다.이로부터 갈릴레이는 물의 밀도가 공기의 밀도를 수천 배 초과한다고 가정해야 할까요?  반면에 납으로 된 공을 공기 중과 물에서 떨어뜨렸을 때 비교해보면 물에서 두 배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러면 물의 밀도가 공기의 밀도보다 2배라고 결론지을 수 있을까요? 갈릴레이는 매체의 밀도차이가 떨어뜨리는 물체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을 뒤집습니다. 

 

"그러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 그러한 주장은 빈 공간에 대해 반하는 어떠한 것도 증명할 수 없다고, 또 만약 증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단지 감지될 수 있을만한 크기의 빈 공간들만을 파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짓기로 하지요. 저는, 고대인들이 빈 공간들이 자연에서 발생한다고 가정하였다고, 가정하지 않고, 또 제 스스로 이것을 가정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빈 공간들은 강제로는 확실히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만; 이것은 지금 예증하기에는 너무나 긴 시간이 걸리는 그러한 다양한 경험들로부터 추론될 수 있지요."

 

이 문장에서 갈릴레이는 빈공간, 즉 진공이 자연 상태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며, 강제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확실시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7세기 자연철학>에서는 갈릴레이가 이렇듯 진공 부정을 반박한 후에 내리는 결론이 이상할 수 있지만, 그가 이런 결론을 내린 이유는 여기서의 빈공간은 거시 진공을 가리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갈릴레이의  진공 개념이 거시 진공과 미시 진공으로 나뉜다고 합니다. 그리고 거시 진공은 갈릴레이에게 실험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선험적인 가정의 대상이라고 설명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을 증명하려면 거시 진공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매체의 밀도에 의한 저항력이라는 변수를 제거하고, 오로지 무게만을 변수로 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만들 수 없기에 그에 아주 유사한 공간을 상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가장 저항이 적은 매체와 가장 저항이 큰 매체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비교하자고 유도합니다. 만약 무게가 다른 물체가 (진공은 아니더라도) 밀도가 낮은 매체에서 그 속력이 거의 같다면.... 진공에서는 양털뭉치와 납덩어리도 똑같은 속력으로 떨어진다는 점을 가정합니다!!!! 

 

뭐 이런 거 저런 거 다 떠나서... 갈릴레이에게 진공 개념은 낙하 관련 물질성(밀도)에 대한 사고실험이라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데카르트로 넘어가면서 진공 개념은 부정되었습니다만, 어쨌든 갈릴레이에게도 자연에는 진공이 없으나, 매체의 물질성으로부터 독립적인 공간을 상상하고 추론했다는 점이 위대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나중에 그의 제자 토리첼리가 실린더와 수은을 이용해 진공 실험에 성공합니다.  

 

<bbc다큐 진공에서 낙하실험>

 

3. 진자운동에 관하여

갈릴레이의 진자운동은 낙하 속도가 무게와 관계 없다는 주장을 펴는 와중에 낙하를 보다 천천히 잘 살펴보기 위해 경사면을 제안한데서 시작합니다. 납과 코르크를 같은 경사면에서 하강하는 정도는 실제에서도 가능한 실험이지만, 경사면 바닥 접촉으로 인한 변수를 제거하고자... 납과 코르크에 긴 줄을 달아 매달 것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이 둘을 같은 각도로 왕복(진자운동)하게 합니다. 여기서 그는 무거운 납은 호(각도)가 크고(60도) 가벼운 코르크는 호가 작지만(6도), 둘 다 같은 시간 동안 왕복운동을 한다는 점을 "무게가 달라도 속력이 같다"는 주장을 하기 위한 논증으로 제시한다. 그런데, 코르크가 6도 움직일 때 납이 60도 움직였다는 것이 어떻게 둘의 속력이 같다는 증거가 될까요? 둘다 각도를 달리해도 결국 이들의 진자운동은 멈추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같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납을 6도, 코르크를 60도의 호를 통과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진자 운동에 영향을 주는 것은 진자의 무게가 아니라 매달린 줄의 길이였습니다. 진자 운동 시간을 2배로 늘리고 싶으면 줄의 길이를 4배로 늘리면 된다는 것. 그리고 한 번 왕복(진동)하는 동안 3번 진동하게 하려면 줄의 길이를 9배 늘여야 한다는 것. 이로써 줄의 길이는 같은 시간 동안 진동하는 횟수의 제곱비라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제 우리는 주어진 시간과 줄의 길이를 안다면 각 호(각도)마다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같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로써 각각의 진자에게는 고유한 주기가 있는데 주목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갈릴레이가 진자의 고유 주기에 대해 역사상 최초로 언급하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갈릴레이가 어린 시절 성당에서 샹들리에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진자운동에 관심을 가졌다는 말들을 흔히 합니다. 여기 이 책에는 이런 말이 나왔을 법한 상황이 묘사됩니다. 사그레도는 교회에서 긴 줄에 매달린 등불(아마도 이것이 나중에 샹들리에로 각색?)의 움직임에 대해서 얘기합니다. 그리고 그가 어렸을 적 종탑에서 본 상황을 설명합니다. 어떤 한 사람이 종탑에서 큰 종을 규칙적으로 울린 후 그 종의 타종을 멈추고자 할 때는 여러 사람이 붙잡아도 저지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후로는 음악이론가(음악에 수학을 도입)이자 연주자인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배운 것으로 추정되는 현악기의 떨림과 파동에 대한 설명으로 넘어가는데... 신자진 세 사람은 더 이상 나아가는 것은 포기합니다. 다만 이러한 가정을 통해 악기의 현을 때리는 것에 맞추어 그 현에 매단 어떤 물질이 진자운동을 한다면, 그 진동들이 현과 같은 시간 안에 파동작용(떨리는 것)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그에게 음악(화음)이란 길이를 달리하는 진자운동인 셈이지요. 

 

다음 주는 둘째날을 공부합니다. 응집력에 관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갈릴레이의 미시진공(물체 안에는 보이지 않는 빈공간이 있기 때문에 결착할 수 있다는 주장) 개념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댓글 5
  • 2023-05-23 21:23

    와, 쌤 쫌 짱인듯. 글도 넘 잘 쓰시고. 전 오래전 이 책, 읽다 포기했었어요 ㅋ

    • 2023-05-24 11:49

      혼자 읽으니깐 그렇죠. 달리는 버스에 올라 타세요~ 아직 둘째, 셋째, 넷째 정거장(날)이 남았어요^^

  • 2023-05-24 00:08

    맞아요 쫌 짱이신 듯! ㅋ 후기로 이렇게 나열해서 보니까 갈릴레이가 엄청 사례를 들어가면서 꼼꼼하게 논증했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랍네요.
    저는 세 명의 말하는 방식이나 기하학적으로 설명하는 부분들이 영... 적응이 안 되다가... 첫째날 지나니 좀 나아질까 기대하면서도, 2장에서 또 좌절할까 걱정되기도 하고요. 여튼 서문에서부터 완전 절레절레였는데,, 갈릴레이에게 조금씩 마음이 열릴려고 합니다. ㅋㅋ
    다같이 힘내어 또 읽어 봅시당~! 스피디하게 후기 올려주신 여울아샘 수고 많으셨어요 🙂

    • 2023-05-24 11:51

      그쵸 곰곰님. 왜 둘째날을 기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불안할까요... ㅎㅎ

  • 2023-05-24 16:24

    와!! 글에서 음성지원이 됩니다. 😱 일지 식신의 능력이겠죠!? 혼자 읽을때의 가독성과 비교가 아니되는,,, ~ 언제 또 잊혀질지 모를... 하지만 일단은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리뷰 감사합니당~~ 둘째날로 고고 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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