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새로운 과학> 2회차 후기

곰곰
2023-05-21 02:55
337

<두 새로운 과학>(이하 TNS)을 조금씩 읽고 있다. 분명 양은 조금인데, 진도는 정말 안 나간다. 그런데 지난번 책에서 이미 한번 봤던 내용이란다. 많이 놀랐다. 내 기억력의 지속시간은 자꾸.... 짧아진다. (그래서 조금 좌절했다. 에휴휴...) 그럼에도 또한번 열심히 후기를 적어본다. 그 언젠가 해뜰날을 고대하며...;;

 

갈릴레이의 공간론과 물체의 응집력

17세기 자연철학자들은 공간에 두고 물질로 꽉찬 플레눔이냐, 진공이 있느냐로 논쟁했다. 갈릴레이는 진공이 있다고 인정하지만 그 맥락은 독특하다. 그는 물질 입자들 사이의 응집력을 설명하기 위해 진공의 존재를 인정한다.

 

<TNS>의 첫날, 진공(빈 공간)의 인정에 대한 논쟁이 나온다. 

1) 갈릴레이(살비아티)는 진공의 존재에 대한 귀납 논증을 제시한다. 예. 두 개의 매끄러운 대리석 판을 빈틈없이 겹쳐 놓았다가 위 판을 들어올린다. 아래 판이 위 판에 달라붙어 강제로 떼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도 떨어지지 않는다. 강제로 분리하면 두 판은 주위의 공기가 들어와 채우는 잠시 동안이라도 분리에 저항한다. 갈릴레이는 이런 저항력이 있다는 사실이 진공이 존재하는 귀납 증거라 한다. (갈릴레이의 진공은 거시 진공과 미시 진공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여기서는 거시 진공을 주장한다) 

 

사그레도가 의문을 제기한다. 진공은 두 판이 분리되기 시작해야 생기므로 두 판의 분리 시작이 원인이고 진공은 그 결과다. 두 판이 분리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진공 때문이라는 주장은 ‘아직 없는’ 진공이 ‘이미 있는’ 저항력의 원인이라는 뜻인데, 시간상 나중의 것이 어떻게 먼저 것의 원인이 될 수 있는가? 심플리치오도 반박한다. 이 저항력의 원인은 진공이 아니라 진공이 생기는 데 대한 자연의 혐오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갈릴레이의 귀납 논증은 실패했다. 그는 사그레도의 의문, 심플리치오의 설명에 반박하지 않는다. 오히려 (거시)진공이 대리석이나 금속이 단단히 결합하는데 충분한 원인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화제를 돌려 (거시)진공에 의존하는 않는 저항력을 논의하기 시작한다. 고체의 부분들 사이에 있는 분리에 대한 저항력의 원인이 미시 진공이라 주장한다. 

 

2) 갈릴레이는 진공이 있다는 연역 논증도 제시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운동이 있으려면 진공은 있을 수 없다 주장했다. 그의 운동가설은, 같은 매질에서는 속력이 무게에 비례(가설1), 같은 무게일 때는 속력이 매질의 밀도에 반비례(가설2)한다는 것이다. 진공은 밀도가 0 이므로 시간이 걸리지 않는 운동이 있다는 것인데, 그런 운동은 없으므로 진공은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갈릴레이는 사고 실험을 통해 가설2가 옳다면 가설1과 모순되는 귀결 나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가 내린 결론이 이상하다. 갈릴레이는 진공이 없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논증이 타당하지 않으므로 진공이 ‘있다’고 결론 짓지 않고, 지각할 수 있는 크기의 진공(거시 진공)이 자연 속에 있다는 것을 반증할 뿐이라고 결론 내린다. 갈릴레이는 다른 증명이나 근거를 내지 않았고, 따라서 거시 진공이 자연 속에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즉, 연역 논증도 실패한 것. 

 

3) 갈릴레이는 거시 진공이 자연 속에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만, 미시 진공이 있을 가능성은 남긴다. 왜? <TNS>의 첫 새 과학은, 고체의 강도에 관한 이론이다. 고체의 강도는 그 구성 입자들 사이의 응집력 때문에 생기며 응집력은 미시 진공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예. 불이 금속을 녹이는 현상을 보자. 금속 입자들 사이에는 미시 진공들이 퍼져 있으면서 금속 입자들이 서로 분리하지 못하게 막는다. 그러나 금속에 불을 가하면 불 입자들이 진공들을 채워 없애기 때문에 금속 입자들은 응집력 잃고 녹는다. 그리고 불 입자들이 원래의 미시 진공 남기고 떠나면 금속 입자들의 응집력은 되살아난다. 갈릴레이는 이것이 미시 진공의 존재를 증명한다고 주장한다. 

 

 

갈릴레이의 원자론과 “정량화할 수 없는 부분”

갈릴레이의 원자론은 입자들 사이의 미시 진공으로 물체의 성질을 설명한 헤론의 입자론에서 큰 영향을 받는다. 헤론에 따르면 물체의 응집력 원인은 입자들 사이의 미시 진공이며 불 입자가 이 진공 통과하면서 물체는 녹는다. 갈릴레이도 이 설명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헤론과 달리 원자론자다. 원자의 크기, 모양, 운동도 중시한다. 

 

갈릴레이는 고체의 부분들이 응집하는 원인을 원자와 미시 진공으로 설명한 뒤 미시 진공의 수가 무한히 많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를 느낀다. 그래야 물체가 무한히 크지 않은 부피를 가지면서도 부수거나 쪼개는 데 매우 큰 저항력을 보이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원자론에서 핵심 명제는 ‘유한 연속체(한정된 크기의 물체)는 무한히 많고 정량화(양을 정한다)할 수 없는 분할 불가능자들(원자)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1. “유한 연속체 속에 무한히 많다”의 증명: 원자를 점으로, 유한 연속체를 유한한 길이의 선분에 비유한다. 유한한 수의 점을 더해 선분을 만들 수 있다면, 홀수 개의 점만 더해도 선분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만든 선분을 이등분하면 분할 불가능한 점이 분할된다는 오류가 생긴다. 따라서 유한 연속체는 유한한 수의 원자를 더해 만들 수 없고 무한히 많은 원자 더해야 만들 수 있다. 
  2. “정량화 할 수 없다”의 증명 : 만일 원자의 크기를 조금이라도 양을 정할 수 있다면 이미 무한히 많은 원자로 구성된다고 증명한 유한 연속체가 무한히 커진다는 그릇된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원자는 정량화할 수 없다. 

 

의문1. 그런데 원자가 분할 불가능하다는 것과 무한히 많다는 것은 서로 모순 아닐까? 갈릴레이는 원자는 정량화할 수 없다고 했다. 유한 연속체 속에 무한히 많이 있을 수 있고 정량화할 수 없으면서 분할 불가능한 것은 기하학의 ‘점’이다. 그에 따르면 분할 불가능자는 점이고 크기가 없으므로 더이상 분할할 수 없고 유한 연속체 속에 무한히 많이 있을 수 있다. 

 

의문2. 그런데 선분에 적용되는 원리가 표면이나 고체 물체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갈릴레이는 기하학의 원리를 물리 사물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이를 주장하기 위해 물체의 팽창과 수축을 기하학적으로 설명한다. 

 

 

 

 

 

(우리는 그의 기하학을 이해해 보려... 다각형과 원을 참 많이도 돌려보았다)

 

공통 중심을 가진 큰 원과 작은 원이 함께 한 바퀴 회전한다고 하자. 큰 원이 한바퀴 돌 때 작은 원은 자기 둘레보다 긴 거리, 즉 큰 원의 둘레만큼 돈다. 팽창의 문제는 기하학으로 어떻게 작은 원이 한바퀴 돌면서 자기 둘레보다 긴 거리 갈 수 있느냐는 것. 반대로 작은 원이 한 바퀴 돌 때 큰 원이 자기 둘레보다 짧은 거리, 즉 작은 원의 둘레만큼 움직인다. 수축의 문제는 기하학으로 어떻게 큰 원이 한 바퀴 돌면서 자기 둘레보다 짧은 거리 갈 수 있느냐는 것. 기하학 원자론에 의하면 원의 둘레는 무한히 많고 정량화할 수 없는 점들의 집합으로 볼 수 있다. 갈릴레이에 따르면 작은 원이 한 바퀴 돌면서 큰 원의 둘레만큼 가는 것은 작은 원 둘레의 점들 사이에 무한히 많고 정량화 할 수 없는 진공들이 삽입(전진)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큰 원이 작은 원의 둘레만큼 도는 것은 큰 원 둘레의 무한히 많은 점들이 무한히 많고 무한히 짧은 후퇴(후진)를 하면서 나아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물체의 부분들을 정량화할 수 없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유한한 크기로 겹치지 않고 줄어들 수 있고(수축), 정량화할 수 없는 미시 진공들의 삽입으로 늘어남(팽창)을 설명할 수 있다. 

 

 

흥미로웠던 것은 갈릴레이의 ‘무한’에 대한 사고였다. 무한을 수학적 대상으로 정면으로 바라본 사람은 후대의 수학자 칸토어였지만, 그가 등장하기 수백 년 전의 사람인 갈릴레이가 이미 ‘무한’과 관련한 심오한 사고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양반,,, 대단하다)

“우리가 다루는 것은 무한대들과 분할분능량들 중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로 하지요. 전자는 크기 때문에, 후자는 작기 때문에 우리의 유한한 이해력으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이성은 그들에 대한 현기증을 단념하게 하지 않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37)

“만약 제가 근들이 몇 개인지 여쭈어 본다면, 모든 숫자(자연수)의 수만큼 많다는 것을 부정하실 수는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어떤 제곱수의 근이 아닌 숫자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제곱수들은 모든 숫자의 수만큼 많다고 말해야만 하지요”(44)

“모든 숫자는 무한히 많다; 모든 제곱수는 무한히 많다; 그들의 모든 근은 무한히 많다; 제곱수의 군집이 모든 수의 군집보다 작지 않다, 모든 수의 군집이 제곱수의 군집보다 크지 않다.”“결국 같고, 크고, 작다는 속성은 무한에 대해 어떠한 뜻도 가지지 않으며 다만 유계(유한) 양들에 대해서만 의미가 있다”(44)

 

다음 시간에는 '첫날' 끝까지, 123페이지까지 읽고 만나요~!

 

 

 

 

 

 

댓글 2
  • 2023-05-22 01:12

    곰곰님. 정말 꼼꼼해!! 덕분에 지난 번 읽은 분량이 정리되네요.
    이렇게 몇 번 하고 나니, 갈릴레이의 논증이 유클리드 기하학에 근거한다는 점만 기억하면 그렇게 헷갈리진 않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갈릴레이가 제안한 자연수와 제곱수의 일대일 대응은 나중에 칸토어가 무한집합의 크기를 비교할 때 응용됐다는 것을 알게 돼 무지 기쁩니다!!

  • 2023-05-24 16:12

    저는... 진도가 나가지 않는게 저뿐만이 아니라는게 어찌나 기쁠수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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