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자연철학> 라이프니츠의 동력학 기계론

여울아
2023-05-04 15:43
341

라이프니츠를 마지막으로 17세기 과학자들의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질문을 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라이프니츠에게 물체는 실체인가 현상인가? 

둘째, 17세기를 과학혁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저는 개인적으로 17세기 과학에 대한 소개의 마무리가 라이프니츠인 것인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반적인 과학교과서라면 뉴턴의 역학으로 마무리하겠지요? 왜 라이프니츠라는 꼬리가 달렸을까요? 

뉴턴과 라이프니츠, 둘다 이전 기계론자들과 차별점은 운동학에서 동역학으로의 이행이라는 관점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운동학은 물체는 자신의 상태를 지속하려는 힘을 가지기 때문에 마치 충돌처럼 외부적인 원인에 의해 물체가 운동한다는 수동적 관점입니다. 이에 반해 이 둘의 동역학은 관성의 힘처럼 "내재하는 힘"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둘 사이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뉴턴은 중력이나 자기력, 구심력처럼 물체들 사이의 작용하는 힘에 관심을 두는데 반해, 라이프니츠의 힘 개념은 물체의 내재적 본성의 실재화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뉴턴의 힘 개념은 물질에 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능동적이라고 해석하기 어렵지만, 라이프니츠의 동역학은 능동적 물체론을 기반으로 합니다. 홉스의 코나투스처럼, 라이프니츠 역시 물체의 내재적인 힘을 코나투스로 정의하고, 이 코나투스는 홉스와 달리 정량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저자는 라이프니츠가 "운동량"과 "힘"을 동일시하는 데카르트의 중대한 오류를 논증하는 과정에서 동역학을 탄생시켰다는 입장입니다. 신자진 셋은 오랜 만에 p=mv, 운동량=질량*속도 공식을 따져보면서 논증을 따라가 봤습니다. 이 논증을 통해 라이프니츠는 물질 현상을 설명하는데 연장만으로는 부족하고 연장과 다른 형이상학적 사유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왜냐하면 양태들의 크기나 운동량과 같은 연장만으로는 "힘"을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라이프니츠와 데카르트를 비교하면서 데카르트가 연장 실체를 주장한 반면, 라이프니츠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하며... 그럼에도 저자는 끊임없이 라이프니츠가 물체의 실체성에 대해 어떤 입장이었는지를 파헤치고 있습니다. 라이프니츠의 힘은 능동이든 수동이든 모두 실체 또는 물체에 내재합니다. 물체의 본성을 힘이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물체를 실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닐 수 있기 때문에 간단히 그의 의도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물체가 실체든 현상이든 힘을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물체는 정지해있을 때조차도 활동의 가능성을 내포한 채 능동성을 지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라이프니츠의 동역학은 실체를 능동적으로 보는 철학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물체를 운동과 무관하게 보았던 것과는 달리 물체의 운동이 관성이라는 입장으로, 물체가 실체가 아니라 현상일지라도 스스로 작용하고 저항하는 힘을 내장한다는 뜻에서 능동적 물체라고 봅니다. 이로써 그의 능동적 물체론은 동역학의 형이상학의 기초로 확립하게 됩니다. 

 

1670년대 초 라이프니츠는 물체의 운동 원인이 "신"이라는 주장을 철회합니다. 그의 관심사는 1680년대 전통 논리학과 형이상학에 이어 1690년대에는 실체의 작용법칙을 밝히는 동역학으로 초점을 이동합니다. 그렇다면 그의 힘(동역학)에 관한 고찰이 그의 형이상학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모나드 이론>에서 그는 물체의 실체성을 부정하는 현상론자로 해석됩니다. 현상론에 따르면 물체는 모나드의 지각의 산물일 뿐입니다. 그는 모나드의 지각을 "단일체 또는 단순 실체 안에 다수를 포함하고 표상하는 일시적 상태"라고 정의합니다. 이들 모나드는 기하학에서 '점'의 정의처럼 부분이 없기 때문에 분할불가능하고, 이들을 단순 실체라 부르며, 이들이 다수 포함된 단일체라는 의미입니다. 

 

라이프니츠는 모든 모나드가 영혼이라고 합니다. 지각 기능을 가진 모나드가 영혼이기 때문에 그는 영혼과 몸이 분리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영혼이 몸안에 혹은 영혼과 몸이 인과관계라고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다만 신을 제외한 모든 존재가 몸을 가지고 있으며, 그 몸이 영혼과 결합하면 동물이 되고(동물혼), 정신과 결합하면 사람(이상)이 된다는 뜻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진공 없이 거시물체와 미시 입자로 가득찬 공간(플레눔)에서 몸이 전 우주를 표현한다고 말합니다. 이렇듯 전 우주를 지각한다는 것은 플레눔 안에서 물체들의 상호 연관을 주장하는 라이프니츠의 동역학 원리에 이르게 됩니다. 따라서 그의 동역학 원리는 영혼에 대한 형이상학 원리의 전제가 되어줍니다. 이렇듯 그의 형이상학적 원리는 동역학 원리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어떤 측면에서는 라이프니츠가 물체의 실체성에 대한 문제를 회피했다고도 합니다. 왜냐하면 실체냐 현상이냐는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으며, 물체의 본성이 능동이냐 수동이냐가 오히려 그에게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데카르트가 물체의 존재증명을 통해 물체의 실체성을 분명히 주장한데 비해, 라이프니츠는 물체는 힘과 방향이 보존되기 때문에 자기 상태의 생산을 다른 존재, 특히 다른 영혼에 기댈 필요가 없다는 의미에서 "자발성"을 가지게 됩니다. 이로써 물체의 자발성은 그에게 실체의 조건이 됩니다. 

 

정리하자면, 라이프니츠의 물체의 실체성에 대해서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습니다. 살아 생전에 혹은 저작을 통해 그는 이에 대해 속시원히 자신의 관점을 피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후세 연구자들에 의해 두 가지(실체 OR 현상)로 달리 해석되고 있습니다. 가령 모나드를 예를 들면, 물체가 모나드들의 합성체라는 입장에서 물체의 정체성은 개별 모나드에 의존하기 때문에 실체론을 지지하기도 하고 반면, 물체가 모나드에 의해 지각된 현상이라는 관점에서 현상론을 지지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두 번째 질문에 답해볼 차례입니다. 17세기 과학혁명은 유럽 패권주의의 산물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아시아 등지를 소외시키는 용어라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16세기 신비주의 전통이 어떻게 17세기 과학 속에 합류했는지, 특히 뉴턴이 20년간 빠져있던 연금술이 어떻게 그의 역학에서 빛을 발했는지, 그리고 라이프니츠의 동역학이 플라톤주의(실재와 현상), 신플라톤주의(본유관념)부터 연금술, 유대교 카발라, 그리고 중국의 이기론까지 섭렵한 결과물이라는 것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과학 "혁명"이라기 보다는 "이행"의 관점에서 논증하고 있는 셈입니다.  데카르트와 홉스의 운동학 기계론에 의해 자연마술(신비주의)의 문화가 단절되었다면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동역학 기계론을 통해 그 문화는 연속되고, 계승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17세기 과학사의 진보는 문화사의 퇴보라고 말합니다.

 

<17세기 과학혁명>을 마치고 다음은 갈릴레이의 동역학 원전<TWO NEW SCIENCE>입니다. 각도기를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 중입니다. ㅎㅎ

 

댓글 4
  • 2023-05-05 18:28

    깔끔한 정리와 사진 감사합니다! 마치...공부를 엄청 해온 느낌을 풍기니 좋지 아니할수가 없습니다! ^^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근대의 자연철학의 흐름을 빠른게 정리할 수 있었던 좋은 교재 였습니다. 16세기 천문학 혁명에서 17세기 역학혁명으로 이어져 18세기 산업혁명과 프랑스혁명으로 이어지는 이런 흐름의 연속과 "이행" 이었다니요!

    다 잊게 된다면 무엇을 기억할까? 저만의 문장으로 여기에 정리해 봅니다.

    데카르트에게 운동은 다른 물체와의 "충돌"에 의한 수동적인 것,
    홉스는 어떤 다른 물체를 원인으로하는 "순환"으로 능동성을 배제한다.
    뉴턴은 물체들 "사이"에 있는 힘으로 능동성을 애매하게 인정하는 흐름으로
    라이프니츠는 물질에 내재된 능동성, 능동적 물체의 힘을 우리에게 제시하였다.

    • 2023-05-05 19:52

      오호~ 슬슬 곰곰님의 이과녀 추론이 들어 맞아가고 있는 건가요? 한 단어씩 기억하니 효과적입니다~

      • 2023-05-05 21:50

        ㅋㅋㅋ 누군가는 저를 E가 아니고 I 성향이 분명하다고 하던데... 저는 .... 의상학과를 나왔는데.. 이과라 하시니...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 겨우 단어로밖에 암기가 아니되는 수준이라 아뢰오...

  • 2023-05-08 10:59

    벌써 그리워지는 <17세기 자연철학>.... 저는 아직.... 왜 각도기가 필요한지도 모르겠고 말입니다. 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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