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자연철학> 데카르트의 운동학 기계론 - 후기

곰곰
2023-04-23 00:23
348

이번 시간에는 3,4장 데카르트의 운동학 기계론이었습니다. 데카르트는 철학자이니, 철학 세미나에서 공부해야 하는 마땅한 인물이건만,,  이 책에선 그가 과학자네요. 몸도 몹시 허약했다는 데카르트는 얼마나 연구를 많이 하셨는지요. 천문학, 지질학, 물리학, 생물학, 생리학 등 거의 모든 자연 과학 분야를 넘나들었으니... 팔방미남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데 초상화로 봐선 미(美)남은 아니다 싶고요 ㅋ) 어쨋든 내용을 정리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지식의 위기와 데카르트의 등장

15-16세기 르네상스가 도래하면서 유럽사회는 지적인 권위가 없어지고 지식에 대한 보장이 흔들리게 되었다. 종교개혁 시기의 성경 해석문제와 함께 많은 고대의 학파들과 학설들이 쏟아져 나왔다. 16세기 말은 많은 학설과 이론들이 만발한 황금기이기는 했지만 사람들은 이들로부터 무엇을 믿고 어느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알지 못했고 아무런 지적 권위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한 혼란과 좌절 속에서 극단적인 회의주의가 등장했다. “내가 아는 것이라곤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 뿐이다”라는 회의주의는 새로운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컸고 기독교가 위협 받았으며 무신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반면 그것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체계는 출현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바로 그때 르네 데카르트(1596-1650)가 등장했다. 

 

데카르트의 코기토 논증

데카르트는 베이컨과 마찬가지로 실제 과학을 내놓기 전에 과학을 하는 방법을 내놓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와 달리 데카르트는 이미 자신의 철학체계를 충분히 마련해 놓았다.  갈릴레이의 유죄 판결(1633)에 대해 들었을 때는 그 체계를 발표하기 직전이었다. 데카르트의 체계는 코페르니쿠스 사상을 바탕으로 하지만 데카르트 자신은 독실한 로마 카톨릭 신자였기에 교회의 결정을 거스르고 싶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체계를 발표하겠다는 마음을 접고 대신에 <방법서설>(1937)을 썼다.

데카르트는 지식의 위기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 ‘체계적 의심’의 방법으로 절대적 진리를 찾으려 했다. 자신의 머릿속에 전혀 의심할 나위 없이 확실하고 분명하게 비쳐진 생각 외에는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것을 하나하나 차례로 부정해 가면 그래도 남는 것은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절대 확실한 생각일 것이다. 이렇게 해서 모든 것을 부정한 후 남게 되는 것이 자신이 ‘생각한다’는 사실이고, 자신이 생각한다는 이 사실이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으로 생각했다. 데카르트는 이런 식으로 해서 참다운 지식의 기준을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해서 새로운 지식 체계를 구축했다. 그의 방식은 효과가 있었다. 1644년 데카르트가 <철학원리>로 그의 체계를 발표하자, 아리스토텔레스만큼이나 광범위한 대상들을 다루는 하나의 완결된 체계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금세 받아들여졌다. (명백한 문제점이 많았음에도…)

 

지식의 세 가지 원리 

<철학원리> 서문에서 데카르트는 자신의 철학체계를 ‘나무’에 비유한다. 철학의 첫 부분인 형이상학은 뿌리이고, 줄기는 자연학이며, 줄기에서 나온 가지는 나머지 모든 과학이다. 형이상학의 탐구 대상은 영혼의 본성(비물질성), 신의 주요 속성, 명석 판명한 관념 등 지식의 세 가지 원리다. 이는 다음 세 명제로 표현할 수 있다. 

첫째, 나는 존재하며 내 영혼의 본성은 사유다.(=> 모든 것을 의심하고 싶더라도 그가 의심하는 동안 그가 존재한다는 점은 의심할 수 없다. 사유의 있음) 

둘째, 신은 존재하며 신의 주요 속성은 우리를 속이지 않는 정직함이다. (=> 세계 안에는 모든 것의 창조자 신이 있다. 신은 모든 진리의 원천. 우리 안에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오성을 우리 안에 창조했을 리가 없다)

셋째, 우리가 명석판명하게 지각한 것은 모두 참이다.(=> 신은 우리가 체계적으로 속임수를 당하기를 허용하지 않을테니 우리가 사실을 확인할, 적절하게 주의깊은 방법을 사용하여 어떤 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밝혀내면 우리의 결론이 믿을만하다고 확신할 수 있다. 일반 규칙)

 

데카르트의 운동학 기계론 1: 물체론

데카르트는 <제1철학에 관한 성찰>의 6성찰에서 물체의 존재를 감각에 의해 증명한다. 

전제1. 나에게는 감각 관념을 받아들이는 수용기능(감각지각)이 있고 이를 사용하려면 이 관념을 산출하는 작용기능(위치 바꾸거나 다양한 모양 취하는 등)이 있어야 한다. 

전제2. 내 안에는 작용기능이 있을 수 없다. 

전제3. 신이나 물체보다 더 고귀한 창조물에도 작용 기능은 있을 수 없다. 

결론. 작용 기능을 가진 물체가 존재한다. 

그의 형이상학 원리를 따라가 보면, 우리가 감각 관념을 가지게 만드는 작용 기능이 우리 정신도 아니고, 신도 아니고, 우리 밖에 있는 물체에 있을 가능성만 남는다. 이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 감각에 대한 물체의 존재 증명에서 결론이다. 감각 관념을 산출하는 작용 기능을 가진 물체가 있다. 

 

연장론

데카르트의 물체론은 물체의 존재 증명에서 출발하지만, 물체의 본성에 대한 이론을 또 하나의 중요한 구성 부분으로 가진다. 데카르트는 모든 물질은 다양한 성질, 가령 크기, 질감, 무게, 색깔, 온도 등을 가지고 있지만 이것이 사물의 본질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어떤 성질은 다른 성질로 환원될 수 있기에 근본적이지 않다고 보았다. 하지만 데카르트는 모든 물체가 형태를 지닌다는 사실, 즉 공간을 점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는 데 주목했다. 밀랍 한 덩이나 진흙도 무한히 많은 개수의 상이한 형태로 변형시킬 수 있을지언정 아무 형태가 없도록 변환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만약 그랬다가는 밀랍이 사라지거나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장은 물리적 실재의 본질을 이루는 일부임이 틀림없다. 공간은 물체이고 물체가 공간이다. 이렇게 공간과 물체를 구분할 수 없으므로 데카르트에게 진공은 존재할 수 없다. 데카르트가 물체의 본성으로 꼽은 것은 연장이다.

 

연장이 물체의 본성이라면 나머지 성질(크기, 모양, 운동 등)은 연장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데카르트는 실체와 양태 사이의 관계가 연장과 나머지 성질 사이의 관계를 비슷하다고 보았다. 우리가 실체를 양태 없이 알 수 있지만 양태를 실체 없이 알 수 없듯이, 연장을 나머지 성질 없이 알 수 있지만 나머지 성질을 연장 없이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강하게 해석하면 물체의 연장에 대한 앎이 물체의 나머지 성질을 아는데 필요충분조건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연장으로 환원주의) 하지만 저자는 연장에 대한 앎은 원칙으로 필요한 조건일 뿐이라는 약한 의미로 해석해야 하자고 제안한다.  “나에게 연장과 운동을 다오. 그러면 나는 세계를 구성할 것이오”라는 데카르트의 주장은 “나에게 연장의 양태들을 다오. 그러면 나는 세계를 구성할 것이오”라고 더욱 정확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말한다.(=>연장의 양태들로 환원주의)

 

데카르트의 운동학 기계론 2: 운동론

데카르트의 공간은 세 가지 물질로 꽉 차 있는 플레눔이다. 불의 원소, 공기의 원소, 흙의 원소가 그것이다. 이런 단순한 물질에서 온갖 자연 현상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은, 플레눔을 구성하는 작은 입자들 간의 충돌 때문이다. 태초의 신이 물질을 창조했을 때, 물질에 운동을 부여했는데 세계는 세 가지 운동법칙에 따라 운동하며 주변 입자와 끊임없이 충돌한다. 충돌이 거듭 일어나고 충돌을 통해 운동량이 전달된다. 데카르트의 꽉 찬 우주 속에서 충돌에 충돌이 거듭되면 결국 처음 입자에까지 다시 전달된다. 이러한 충돌의 연쇄는 거대한 원을 만드는 순환운동인 충돌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낸다. 이 세계는 물질의 운동이 모든 변화를 일으키는 역학적 세계였고 스스로 운동의지를 가지지는 못하지만 신이 처음 만들어준 법칙에 따라 정교하게 움직이는 기계적인 세계였다. 이런 의미에서 물질과 운동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데카르트의 세계관을 기계적 철학이라 부른다. 

 

데카르트의 역학원리

데카르트가 <철학원리>에서 역학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은 ‘신은 운동의 제1원인이며, 그는 항상 우주 속에 같은 양의 운동을 보존하고 있다’라는 명제였다. 데카르트는 이 전제로부터 자연학의 기본 법칙 세 가지를 도출했다. 

제1법칙: 모든 물질은 가능한 한 같은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따라서 한번 움직이면 언제까지나 계속 움직인다. (관성의 법칙)

제2법칙: 모든 운동은 저절로 직선을 따라 이루어진다. 따라서 원운동을 하는 물질은 언제나 자신이 그리는 원의 중심에서 멀어지려고 한다. (직선 운동)

제3법칙: 물체는 더 강한 다른 물체와 충돌할 때 자신의 운동을 전혀 잃지 않지만, 더 약한 물체와 충돌할 때는 그 약한 물체로 전해주는 양만큼 자신의 운동을 잃는다. (운동량 보존)

이처럼 데카르트는 제1,2법칙으로 케플러가 실패하고 갈릴레이가 불완전한 형태로 표현한 관성의 법칙을 처음으로 올바르게 정식화했다. 나아가 제3법칙으로 ‘운동량 보존법칙’의 맹아적 형태, 즉 충돌할 때 운동이 교환된다는 사실을 주장했다. 데카르트는 이 법칙들에 바탕해서 빛, 중력, 천체의 운동, 인체의 작용 등을 포함한 전 우주를 물질입자와 그 운동을 통해 설명했다. 

데카르트가 운동에 대한 논의에서 중요하게 다룬 것은 ‘충돌’의 문제였다. 물체의 운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외부의 작용에 의해서 뿐이고 이것은 물체간의 직접 충돌에 의해서만 일어날 수 있기 때문. 데카르트는 기계론자이자 진공을 인정하지 않았기에, 분리된 상태의 작용은 신비적, 초자연적 작용을 다시 가정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가 주장한 ‘속력’은 크기와 방향을 지닌 벡터 양이 아니라, 크기만 있는 스칼라 양이었기 때문에 충돌 전후 운동량이 보존되었고 순전히 이론적 사고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에 실제 충돌현상과 맞지 않았다. 이런 면에서 데카르트의 역학은 역학 자체를 위한 역학이 되지 못하고 데카르트의 철학 체계의 일부로 남아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생명론으로 확장

데카르트의 운동학 기계론은 생명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데카르트의 생리학에는 순환의 목적이나 생명 원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가 동물의 움직임을 설명할 때 동원하는 심장, 열, 피, 핏줄, 동물 정기 등은 모두 물체다. 데카르트는 사람 몸의 움직임을 동물의 움직임과 똑같이 설명하고 인간 영혼의 정념도 동물 정기로 정의할 뿐 아니라 동물 정기와 솔방울샘이 합작해 영혼을 움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생명론에서 기계론을 최대한 확장한다. 

 

다음 시간에는 5,6장을 읽고 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벌써 내일이네요. 후기가 많이 늦었습니다...;;;;

댓글 2
  • 2023-04-24 15:45

    세미나 시간과 달리(?) 똑똑해진 후기 잘 읽었습니다~~

    데카르트가 자연 현상과 물체의 성질을 소용돌이나 입자론으로 설명한 것은 이후 중력이나 원자론으로 인해 실패한 과학이 되었지만, 그가 이 두가지 가설을 기본 메커니즘으로 고수하고자 했던 것을 저자는 "물체에서 정신요소"를 배제하고 "수동적"으로 보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과학자가 의식하든 안 하든 자신의 관점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운 듯~~

  • 2023-04-28 15:50

    읽어도 읽어도 어렵습니다....ㅠㅠ 정말 우리가 같은 책을 읽은게 맞는지요... ㅋㅋ ㅇ울다가 웃어봅니다. ^^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59
자연 선택설의 난점 (2)
효주 | 2024.04.19 | 조회 57
효주 2024.04.19 57
358
어중간하면 자연선택에 불리하다고요?! (1)
곰곰 | 2024.04.16 | 조회 51
곰곰 2024.04.16 51
357
다윈의 생존투쟁은 만인의 투쟁이 아니다 (2)
두루미 | 2024.04.06 | 조회 72
두루미 2024.04.06 72
356
4월 5일(금) <종의 기원>을 3장까지 읽습니다~ (2)
두루미 | 2024.03.28 | 조회 203
두루미 2024.03.28 203
355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세 번째 후기 (4)
이소영 | 2024.03.06 | 조회 94
이소영 2024.03.06 94
354
[2024 과학세미나] 시즌1 – From so simple a beginning (2)
두루미 | 2024.03.01 | 조회 629
두루미 2024.03.01 629
353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두번째 후기 (2)
곰곰 | 2024.02.26 | 조회 113
곰곰 2024.02.26 113
352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첫번째 후기-웬수 같은 달 (2)
두루미 | 2024.02.14 | 조회 184
두루미 2024.02.14 184
351
<코스모스>다섯번 째 후기 - (2)
바다 | 2024.02.13 | 조회 143
바다 2024.02.13 143
350
달 보러 가실래요? (18)
두루미 | 2024.02.13 | 조회 516
두루미 2024.02.13 516
349
<코스모스>네번째 후기 - 우리는 별에서 왔다 (1)
두루미 | 2024.01.31 | 조회 149
두루미 2024.01.31 149
348
<코스모스> 세 번째 시간 후기 (3)
이소영 | 2024.01.30 | 조회 183
이소영 2024.01.30 183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