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구조 12장 후기

곰곰
2022-11-2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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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이론, 즉 만물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이론이 과연 있을까? 어떤 명백한 근거도 없이, 오랜시간 물리학자들은 그런 것이 있을 것이라 믿어왔다. 실제로 시도도 했다. 뉴턴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의 운동과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의 운동을 중력이라는 단 하나의 법칙으로 훌륭하게 설명하였고,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이 마이다스의 손과 금 덩어리처럼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임을 발견하였다. 20세기 초 물리학자들은 미시세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현상들을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이론으로 설명했으며, 글래쇼-살람-와인버그는 약전자기이론으로 전자기력과 약력이 하나로 합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1970년대에는 전자기력과 약력, 강력, 이 세 가지 힘을 통일하는 이론, 즉 양자색역학이 완성됐다. 그런데 중력만은 끝내 합쳐지지 않았다.

 

왜 물리학자들은 이 네 가지 힘을 하나로 합치고 싶어할까? (EBS <빛의 물리학> 다큐에서 인터뷰한 내용 캡쳐)

 

중력(거시세계)과 양자역학(미시세계)의 충돌

작은 곤충부터 거대한 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움직이게 하는 힘, 이 네 가지 힘을 합하면 우주의 최초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아인슈타인은 통일장 이론을 완성시킴으로써 이 우주가 생겨난 비밀을 캐고 싶었지만 실패했다. 그건 불가능한 꿈처럼 보였다. 그러던 와중에 통일 이론이 반드시 필요한 사건이 우주에서 발생했다.

 

블랙홀, 엄청난 중력을 가진 지역이 발견된 것이다. 여기선 시공간이 뒤틀리고 중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이 공간에서 물리법칙들은 대재앙에 빠지게 된다. 과학자들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적용해야 할지 양자역학을 적용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별과 블랙홀의 덩치를 생각하면 일반상대성이론을, 질량을 점유하고 있는 아주 작은 공간을 생각하면 양자역학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이론의 방정식을 하나로 엮으면 비상식적인 결과(무한대라는 답)가 나온다. 과학자들은 양자역학과 중력 사이의 근본적인 충돌을 더이상 외면할 수 없다고 인식했고,둘을 하나로 합쳐야만 한다는 통일 이론은 다시 고개를 든다. 그런데 통일 이론의 답은 아주 낯설고 이상한 데서 나오기 시작했다. 

 

기본입자와 표준모형

1920년대엔 가장 작은 물질이 양성자, 중성자, 그리고 전자라고 생각했다. 1970년대에 이르자, 쿼크라는 더 작은 물질이 발견됐다. 지금은 쿼크에 여섯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후 전자와 성질이 비슷하면서 질량이 훨씬 큰 입자인 뮤온, 타우, 3종류의 뉴트리노까지, 12종류의 입자들이 발견됐다. 또 힘을 매개하는 입자(전령입자)인 글루온, 포톤(광자), W게이지 보존, Z게이지 보존과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입자가 있다. 우주에 존재하는 만물들은 이 입자들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 ‘표준모형’이라 불리는, 현대물리학의 답변이다. 

 

그런데 12종류의 입자라니, 좀 많지 않은가? 더욱이 표준모델은 입자들을 입력input으로 삼아 입자들 간의 상호작용과 그 영향에 대해 설명하긴 하나, 그러한 입력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하진 못했다. 이때, 이 입자들을 만드는 어떤 작은 것이 있다는 이론이 등장했다. 세상을 입자로만 바라보던 과학자들이 파동 관점으로 바꾸기 시작하면서 이 통합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그린은 <엘레간트 유니버스>에서 그렇게 설명한다고 하네요) 그건 점이 아니라 끈이었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이 세상을 만드는 근본물질이 구형일 것이라 생각해왔다. 실제로 양성자, 전자, 쿼크는 모두 구형이다. 그런데 끈은 구형이 아니다. 과학자들이 상상하는 끈의 모습은 다양하다. 열려 있는 것도 있고 닫혀 있는 것도 있다. 

 

끈이론의 등장

끈이론은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만능 치트키다. 현악기가 몇 개의 줄만으로 복잡한 음악을 만들어 내듯, 끈도 마찬가지다. 끈이론은 끈이 다양하게 진동해서 온 우주를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렇게 생겼든, 저렇게 생겼든 세상의 근본물질이 끈이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아직 베일에 싸여있는 우주 초창기, 즉 시간과 공간의 기원에까지 가야 한다. 최초로 다가갈수록 우주는 뜨겁고 작고 밀도가 높다. 그런데 더 이상은 가지 못한다. 방정식이 맞지 않고 모든 물리법칙이 통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우주론이 풀 수 없는 유일하면서도 힘든 지점은 빅뱅이 시작되는 바로 그 순간이다. 그런데 어떻게 끈으로 이 모든 것을 설명해내고, 우주의 최초로 갈 수 있다는 것일까? 누가 이런 생각을 했을까?

 

프랑스의 가브리엘레 베네치아노는 끈이론의 신화를 만든 최초의 과학자다. 강력에 관한 방정식을 찾던 그는 200년 된 오일러의 방정식에서 강력을 기술하는 것 같은 식을 찾아냈다. 그가 찾아낸 방정식은 실험결과와도 잘 들어맞았다. 그러나 그는 이유를 몰랐다. 2년 후 레너드 서스킨드 등은 그 방정식에서 끈을 발견한다. 두 개의 입자 사이에 아주 작고 가느다란 고무줄 같은 것이 연결되어 있어서 그 줄을 통해 핵력이 작용한다고 생각했다. 끈은 신축성이 있어서 늘어나거나 줄어들고 좌우로도 움직였다. 거기서 끈이라는 개념이 탄생했다. 

 

이처럼 처음에 끈이론은 강력을 설명하는 이론이었다. 그런데 이 이론에 문제가 생겼다. 강력과 상관없는 입자가 발견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그 입자를 없애보려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질량이 없는 광자는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 끈이론을 전개하려면 강력 안에 질량이 없는 소립자가 발견 되어선 안 된다. 모두들 끈이론에서 시들해질 무렵 단 한 사람, 존 슈워츠 만은 끈을 붙들고 놓지 않았다. 그리고 끈이론에서 엄청난 비밀을 발견한다. 그는 질량이 없는 입자 중 하나를 중력을 매개하는 입자(중력자)로 해석했다. 사람들은 이미 중력을 전달해주는 입자가 있을 것이라 가정해서 중력자라는 이름까지 붙여놓았다. 그러나 실험에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중력자를 이론에 포함시키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존 슈워츠는 끈이론이 그동안 엉뚱한 분야에 적용됐다는 것을 깨달았고,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강력을 설명하는 이론에서 걸림돌이 됐던 그 입자가 바로 중력자였던 것이다. 그러자 끈이론은 만물이론으로 변했다. 이대로라면 끈이론은 아인슈타인 이래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을 통일시키려던 통일 이론의 답이었다. 

 

이 끈은 얼마나 작을까? 끈은 플랑크 길이(10-33센티미터)로, 원자를 태양계만큼 키웠을 때 끈은 나무 한 그루 정도에 불과하다. 끈을 본다는 것은 책에 인쇄된 글씨를 100억 광년 떨어진 거리에서 판독하는 것과 같다. 끈이론에서는 이 세상의 물질을 자르고 또 자르고 또 잘라 만나게 되는 가장 작은 물질이 점이 아니라 끈이라 설명한다. 끈이라는 건 길이를 갖는다는 것이고 공간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점이라면 무한히 계속 잘라나갈 수 있기 때문에 양자가 요동치는 아주 작은 공간(플랑크길이 이하의 초미세영역)에 적용을 시켜야 하지만, 끈은 길이가 있기 때문에 점보다는 크고 좀 조용한 공간(플랑크길이 이상)에 적용이 된다. 그런 공간에서는 중력도 해결된다.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이 조화롭게 결합된다는 얘기다. 

 

끈이론에서 모든 물질과 힘은 끈이 진동하면서 만들어진다. 진동 패턴이 달라지면서 다양한 입자가 된다. 물질을 이루는 모든 소립자들과 힘을 전달하는 모든 매개입자들은 특정한 진동패턴을 자신의 지문처럼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줄을 한번 진동하면 전자가 뉴트리노로 바뀌고, 또한번 진동하면 쿼크가 되는 식이다. 모든 입자들은 동일한 끈이 다양한 패턴으로 진동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과연 이 우주는 초끈에서부터 시작한 것일까? 

그런데 만물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 끈이론에도 문제는 있다. 특히 끈이론의 방정식이 수학적으로 문제가 없으려면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은 9차원이어야 했다. 초끈이론은 오직 10차원의 시공간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이론이었던 것! 우리의 시공간은 공간 3차원에, 시간까지 4차원이다. 그런데 끈이론에 따르면 여분의 차원이 6개 더 있다.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는 이야기다. 증명하기 어렵지만, 너무 작아서 관측도 안 되는 초미세영역에 숨어있는 차원이 있단다. 하지만 말도 안되게 작은 이 영역에 어쩌면 다양한 생명들이 살고 있진 않을까? 아직까지 여분의 차원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것은 우리 눈에만 보이지 않는 차원일 수도 있다. 빅뱅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겪으면서 6차원은 아주 작은 영역으로 말려 들어가고 지금처럼 4차원의 시공간만 보이게 되었다는 것은 잘 실감이 나진 않는다. 거기다가 10차원의 끈이론이 무려 5개나 된다고 한다. 세상을 설명하는 법칙이 이렇게 복잡해야 할까? 에드워드 위튼은 이 문제를 10차원에 차원 하나를 더 추가시키는 방법으로 간단히 해결한다. 한 차원을 높이니 5개의 끈이론은 사실 하나 더 큰 이론에 포함되는 것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13장에서 계속된다) 

 

그런데 정말 끈 하나가 이 세상을 만들었을까? 아직은 조심스럽다. 분명 끈이라는 아이디어는 신박하고 매력적이지만, 여전히 맞춰야할 퍼즐 조각이 많아 보인다.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난해함이 있다. 이 세상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법칙, 궁극의 이론이란 무엇인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 질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 답을 찾는다면 우리는 우주에 관한 모든 것을 알게 될까. “물리법칙은 와해될 수 있어도 우주는 결코 와해되지 않는다."

댓글 3
  • 2022-11-25 00:25

    이것은 후기인가..책인가...책을 한번 더 본듯한 느낌 ㅋㅋ
    '네 가지 힘을 왜 합치려고 할까?' 에 대한 응답들 좋네요.
    '현악기가 몇 개의 줄만으로 복잡한 음악을 만들어 내듯'
    -> 양자역학의 입자들에 대한 설명이라면 '몇 개의 줄만으로 다양한 음을 만들어 내듯'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했는데..
    입자에 대한 것이 아니라 우주에 대한 이야기라 다시 보니 참 멋진 비유인 듯

  • 2022-11-29 09:13

    곰곰님 후기가 꼼꼼하고 명료해서 복습이 잘 되었어요.

  • 2022-11-29 10:22

    끈이론까지의 여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잘 다가오네요. ^^그린의 '산만함'을 곰곰님이 '산뜻함'으로 빚었네요. 이런 후기 요약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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