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구조 4장 후기 - 공간을 설명하는 새로운 도구, 양자역학

잎사귀
2022-10-25 11:51
277

 우주의 구조, 세번째 시간에는 "시간"과 이어진 "공간"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시간"을 하면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들의 등극을 구경했다면 "공간"을 하면서는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학문과 낯설지만 반가운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이번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세 명의 학자가 모두 "양자 얽힘"에 관련된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했다는 걸 보면 양자역학은 앞으로 우주의 신비를 푸는 방향키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서 인정 받아 상 받는 분야를 공부하고 고민하는 과학세미나가 새삼 대단해 보였다.

 노벨 물리학상과 관련된 기사를 읽고서야 나는 양자역학의 양자를 이해하게 되었다. 몇 년에 걸쳐 몇 권의 양자역학책을 보았지만 "양자(quantum)"라는 이름이 갖는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양과 관련된 의미라고 추정할 뿐이었다. 그러나 양자는 "서로 반대되는 특성이 동시에 존재할 때" 불리는 이름이라고 한다.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이기도 한 전자, 광자 등이 양자가 되는 것이다. 허레이~ 그 동안 얼마나 궁금했던지.. 질문을 놓치 않고 계속 궁금해 한 덕에 양자와 제대로 만났다. 

 

양자역학과 공간이 무슨 상관인데? 우리의 경험적 직관은 당연히 딴지를 걸 것이다. 공간이 그냥 물체가 놓이거나 놓이지 않은 텅빈 공간이지 안 그래? 그래서 과학세미나를 해야 한다^^ 브라이언 그린은 제4장 공간을 마무리하면서 말한다.

 

우리는 공간의 기본적인 특성이 하나의 물체와 다른 물체를 구별 짓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양자역학은 우주의 반대편에 있는 두 물체도 서로 밀접하게 연관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양자적 연결고리는 두 물체를 하나로 묶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도록 만들어 주고 있다. 공간은 이렇게 상호 연관된 물체를 구별하지 않으며, 그들 사이의 상호관계를 끊을 수 없다. 두 물체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양자적 연결고리는 결코 그들 사이에 놓인 공간 때문에 약해지지 않는다.(우주의 구조, 192쪽)

 

 누워 있는 글자들에 잠시 주목해 달라. 우주의 반대편,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수준이다. 그대의 머릿 속에 있는 공간보다 훨~~~~신 방대할 것이다. 그러나 양자들은 거침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한치의 오차도 없이 영향을 준다. 이런 미지의 공간을 이해하기 위해서 양자적 특성 3가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a. 양자들은 입자이면서 파동이다. 그래서 양자라고 불린다. 생각해보라. 우리 상식으로 입자이면서 파동이 가능한가?

b. 양자들의 존재를 알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확률로만 알 수 있다. 뉴턴의 고전역학처럼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절대 알 수 없다. 위치를 알고 싶을 땐 속도를 포기해야 하고 속도를 알고 싶을 때 위치를 포기해야 한다. 

c. 두 물체가 양자적으로 상호 연관되어 있으면 그 영향은 공간을 초월하여 즉각적으로 전달된다-양자 얽힘

 

 아인슈타인은 죽을 때까지 보어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우리가 모를 뿐, 반드시 통일된 이론이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고 한다. 그의 우주는 국소적인, 절대적인 공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실험들이 이어졌고 우주는 비국소적이라는 주장이 쎄졌지만 누가 알겠는가? 아직 물리학자들도 열심히 찾고 있다고 한다.

 여러 질문들이 있었고 몽땅 메모를 했지만 가능성으로 열어두고 싶고 배가 고프다^^ 얽혀 있는 공간에 대해 후기를 쓰겠다고 한 것은 잘 모르는 사람 눈에도 이 정도는 읽힌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던 걸까? 어제 자면서 약간 마음이 무거웠다. 후기를 우째 쓰나.. 싶어서. 모자란 후기는 과학 세미나 회원님들이 보태주시리라 믿는다. 

 

 

<후기에 대한 정정내용 덧붙입니다>

양자가 "서로 반대되는 특성이 동시에 존재할 때" 불리는 이름이라는 의견은 개인적인 아이디어로 밝혀졌습니다. 신문기사인 줄 알고 머릿 속이 환해지는 기쁨으로 글을 올렸는데 착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해석은 양자에 대해 훨씬 이해를 편하게 해주는 측면이 있는 거 같아 지우지 않으려 합니다. 오후 내내 고민했는데 이런 아이디어도 있다는 정도로 두고 싶네요. 이 경험을 통해 앞으로 글을 올릴 땐 조금 더 잘 살펴보게 될 거 같아요. 번잡을 떨었네요^^ 

댓글 9
  • 2022-10-25 12:54

    일목요연, 잘 읽었어요. 흐트러진 양자역학을 잘 모아 놓았네요.^^

  • 2022-10-25 13:10

    ㅋㅋ 잠못이루셨군요.. 어제 오디오가 마구 물릴 땐 한숨도 쉬셨겠네요.. 

     

    이건 뒷북인데요. 아무래도 일반상대성이론과 비국소성과의 관련성을 생각하게 되네요. 저는 잠못이룬 건 아니고..

    아침에도 꼬리를 물고 생각이 나더군요. 아인슈타인이 비국소성을 가장 먼저 알아 챌 수 있던 사람이지만 끝까지 양자역학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 이 문장에서 저자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건 곰곰님 말씀처럼 EPR의 역설이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거 같은데요. 

    그런데 궁극적으로 저자가 4장에서 말하려고 하는 게 아인슈타인의 업적이자 한계는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것 같습니다. 국소성을 주장하는 아인슈타인의 논리로 사용되었지만 앞서3장에서 상대성의 논리가 처음에는 마흐의 상대성 개념에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뉴턴의 절대성 개념을 받아들였다고 굳이 길게 설명해줬던 이유가... 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이와 같이 국소적이지만 비국소적인 성격을 함의하고 있음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 아닌가 싶어서요. 아인슈타인이 국소성을 주장하려고 하면 할 수록 비국소성이 증명된 셈입니다^^

  • 2022-10-25 14:24

    잎사귀님  후기 감사합니다.  ㅎㅎ 저는 고백하건대 양자의 뜻을 잎사귀님의 글을 보고 처음 알았어요.  핫핫...양자를 무슨 공자, 맹자 같은 이름으로 여태 취급했나 보옵니다....어제 세미나에서 저는  우리들의 위대한 천재 아인슈타인에게서 '보이는 것을 믿으려 하지 않고  믿는 것을 보려고 하는 처절한 몸부림' 같은 것이 느껴졌어요.  그러나  '불확정성 자체를 '원리'라고 부르고 싶지 않았던 그의 마음도 이해가 되기는 해요. 혹시 모르죠. 그의 말대로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 입자에게는  '숨겨진 특성'이  있어서 언젠가 측정 도구와 이론이 더 발달하면 그 특성을 확정할 수 있을지도요...

    • 2022-10-25 14:33

      저도 양자의 의미를 이제 알게 된걸요^^ 잘 모르면서도 전 양자역학이, 우주가, 물리가 좋아요 ㅎㅎ

  • 2022-10-25 21:34

    질문과 책소개 중 일부 올릴게요. 

    <곰곰님 질문>

    148p. 개개의 전자들이 파동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면 그 파동의 정체는 무엇일까?

    슈뢰딩거가 제안한 가설 "전자는 공간의 일정 공간 안에 '퍼진 채로' 존재하며 그 존재 자체가 파동이다" - 이런 관점에서 전자라는 입자는 전자구름 속에 가늘게 솟아있는 파동에 가깝다. 그러나 아무리 날카롭게 솟아있는 파동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사방으로 퍼지면서 사라지기 때문에 슈뢰딩거의 가설은 현실성이 없다. 날카롭게 솟은 전자 파동이 퍼지면, 전하의 일부가 '여기'에서 발견되거나 질량의 일부가 '저기'에 존재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막스 보른은 새로운 해석을 내린다. 파동의 정체는 공간에 퍼져있는 전자가 아니라 '확률파동'이라는 것. '공간상의 한 지점에서 주어진 파동의 크기는 그 지점에서 전자를 발견할 확률에 비례한다' - 확률파동이 큰 곳은 전자가 발견될 확률이 큰 지점이고 확률파동이 작은 곳은 전자가 발견될 확률이 낮은 지점이다. 

    => 슈뢰딩거의 가설과 막스 보른의 해석의 차이를 잘 모르겠어요. 그 말이 그 말인 듯....;;;

     

    <미르님 설명>

    슈뢰딩거의 가설: 물의 파도처럼 파동에 전자들이 가득차 있어야 한다는 것

    막스 보른의 해석: 물처럼 차 있는 것이 아니라 확율이 큰 곳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

     

    <소개해 주신 책들>

       

  • 2022-10-26 17:52

    친절한 후기와 댓글까지요. 더욱이 세미나하고 자고 일어났더니 벌써 후기가 올라왔다는 건... 정말 놀랍더군요. 잎사귀샘 대단~~!

    저도 이런저런 양자역학 책을 읽어왔는데... 띄엄띄엄이라 그런지 여전히 헷갈리고, 늘 다시 볼때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뭐 그런 경험의 연속입니다.
    그런 와중에 브라이언 그린의 양자역학에 대한 접근은 또 새롭더군요. 같은 양자역학 책이라도 작가마다 그 색깔이 각양각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은 양자역학 개념이나 등장배경 등을 설명하느라 얽힘까지는 얘기도 못하고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브라이언님은 그것만 파고 드니 말이죠. 아마도 그런 이유가 있겠죠? 그래서 뒷부분이 더 기대되고 그렇습니다.

  • 2022-10-26 22:07

    양쪽 특성이 있어서 양자라는건 아주 참신한 이론인데요 ㅎㅎ 어디서 보신거에요? 저도 보고 싶네요.
    양자역학의 '양자'는 제가 처음 할 때부터 아무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적합하지 않은 단어라고 시종일과 이야기 했지만
    그런든 저렇든 기원은 '양자화' 되었다에서 양자로 알고 있습니다.
    양자화 되었다는 것은 물처럼 주르륵 연결되어있다가 아닌, 양이 쪼개져 있다의 양자화 입니다.
    질(quality)과 양(quantity)할때의 양이고...양자화되었다는 quantize 에서 quantum 이 나온 걸로 알고 있어요.
    영어로는 쉬운데 한글로 '양자' 라는 이상한 단어로 만들어놔서 사람들이 뭔소린지 모르게 만들어놓은...

    • 2022-10-26 22:39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늘 미진한 느낌이 들다가 올 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에 대한 글을 읽고 알았어요. 미진한 부분이 탁 맞아 떨어진 느낌이었는데 신문기사가 아니라 어느 분이 정리한 글이었네요. 궁금하신 분들 위해 올려봅니다. https://nh-kim12.tistory.com/17202318

  • 2022-10-31 15:29

    질문보다는 띄엄띄엄 쓴 메모겸 소감입니다.
    ~~~~~~,

    5장: 다 읽고서 너무 좋아서 좀 먹먹했어요. 상대론적 시공간의 느낌이. 그리고 고민하던 광속 일정의 법칙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도 좀 더 분명히 알게 되서.
    ~~~~~~~~

    6장: 시간되짚기 대칭성을 통한 엔트로피에 대한 고찰을 통해 빅뱅의 논리적 개연성을 끌어낸 볼츠만에게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인간이 얼마나 깊게 사고할 수 있는 지를 느끼게 해준 놀라운 대목.
    -

    엔트로피에 관해 그동안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풍월이 좀 있어서 조금은 안다고 생각했는데 엔트로피 수식을 손으로 유도해 내보아도 쉽게 통찰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 책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

    유럽을 한번도 안가봤는데 처음으로 가보고 싶어지네요. 한 불행했던 천재의 묘를 찾아가 볼츠만 묘비 앞에서…당신은 아인슈타인 만큼이나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이었던 것 같다고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

    이 밖에도 고엔트로피와 저엔트로피 상태라는 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태초에 빅뱅만 있었던 게 아니라 중력도 함께 있었고…현재의 질서의 한 원인이 되었고, 그렇게 생긴 우리 부근의 질서를 유지하는 동력원인 태양의 아버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

    브라이언 그린 책은 처음 읽을 땐 맛있는 도토리가 많아보여서 다람쥐처럼 까먹다보면 손도 아프고 입도 아프고 배도 터질 것 같아 오래 읽기가 힘들었는데, 어제밤에는 잠잘 시간이 지나도록 손에 놓기가 힘들 정도로 재밌고, 예전보다는 더 편히 읽히더군요.
    -

    아마도 제가 그동안 몇 번 마주치며 이 사람에게 조금은 더 익숙해지고, 그의 집요한 화법에 조금 더 길이 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7장: 돌맞을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전 7장이 제일 평이했어요. 김상욱의 양자공부…가 이 챕터의 다이제스트판(왜 책 한 권이 다른 책 한 챕터의 요약판으로 여겨지는지???) 같아서, 이미 한 번 읽어본 느낌으로, 그냥 알던 내용 정리하는 느낌으로 읽었습니다.
    -

    실험에 대해 집요하게 자세히 설명하는 부분도 전 좋았습니다.(나도 정상은 아닐지도 ㅜㅜ)
    -

    결론적으로 7장의 소감은… 현대 물리학의 설명력이 어디까지 왔는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 지, 현대물리학의 현 주소와 프론티어를 명쾌하게 설명해준다…로 정리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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