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구조 3장 후기 - 우리는 시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이스텔라
2022-10-21 09:04
277

제목으로 낚시질 한 거 같아 고백합니다. 과학책을 읽으며 순간 상대성이론에 대해 뭘 좀 아는 같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더라도 돌아서면 역시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인슈타인이 말하는 4차원의 시공간은 좌표축에서 시간축을 공간축과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이상한 말입니까?

 

물리학자이자 자연철학자인 장회익 선생님에 따르면 아주 먼 옛날에는 사람들이 동서남북의 사방 2차원만을 동등하게 여겼고 위 아래의 수직의 공간은 2차원과는 별개의 법칙이 적용된다고 여겼다고 합니다. 땅과 하늘의 원리를 다르게 생각했던건 과학혁명 이전에는 서양도 마찬가지 였으니 따지고 보면 동서양 가를 것 없이 보편적인 믿음 체계였던 듯합니다.

 

그런데 수평 2차원과 수직 1차원을 통합하여 땅과 하늘의 법칙이 다르지 않음을 말해주는 것이 고전역학이었고, 동양에서는 3차원 공간의 x,y,z축 모두를 동등하게 여기는 데 까지 사고가 발전해갔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21세기를 사는 아직까지도 땅의 2차원과 하늘의 1차원을 동등하게 대우하여 통합한 세계관까지 오지 못한 분들을 가끔 보긴 하니까요. 그건 사실 서양도 마찬가지인 듯하네요. 우리의 보편적 사고는 아직도 고전역학의 발견조차 따라잡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인슈타인은 다시 한 차원 더 큰 도약을 합니다. 공간 3차원에 시간 1차원을 합하되, 시간축을 공간축과 동등하게 한 축을 차지하도록 통합시켜서 시공간(spacetime)이란 새로운 개념을 제시합니다. 사실 이 개념이 얼마나 낯선지요?

 

아인슈타인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배경에는 그가 엉뚱한 상상을 좋아하는 파격적인 사람이라서기 보다는 오히려 서양의 합리주의적 전통에 기반한 우주의 단순하고 고상한 법칙에 대한 강한 믿음이 전제되어 있는게 아닌가 하고 여겨집니다.

 

그는 맥스웰 전자기 법칙이 우주 어디서든 보편타당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고민하다가 이러한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맥스웰 방정식과 뉴턴 역학 사이의 모순에 대해 깊이 고민하다가 결국 뉴턴 역학이 틀린 부분이 있어, 좀 더 보편타당한 결론에 이르도록 수정하기 위해서, 즉 인과율을 비롯한 우주의 보편타당한 법칙의 절대성을 지켜내기 위해,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을 버리고 상대화시켜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 결과가 바로 1905년에 발표된 특수상대성 이론입니다. 그의 고민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뉴턴 역학을 통해 계산되는 중력의 정체가 과연 무엇일까? 정말로 중력은 그가 발견한 ‘빛의 속도라는 우주의 한계’를 위반하며 순식간에 원격으로 전달되는 힘인걸까?’

 

이런 고민들의 산물로서 나온 것이 10년후인, 1915년에 발표된 저 웅장한 아인슈타인 중력장 방정식입니다. 우주의 물질과 에너지 분포로 인해서 우리가 사는 시공간이 평평한 유클리드 공간에서 얼마나 휘어있는 지를 계산해낼 수 있는 위대한 방정식이고, 사실 현대의 우주론은 이 아인슈타인 장방정식을 풀고 거기에 주석을 다는 것이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라이언 그린은 이런 스토리를 미쿡 사람답게 자신들에게 익숙한 현실의 실례를 들어가며 반복적으로 설명해 줍니다. 어떤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별로 와닿지 않는 사례이기도 하고, 너무 반복해 같은 얘기를 되풀이 하는 걸 듣다보면 가끔 이 수다쟁이의 입을 막아버리고 싶기도 하지만…하여간 읽다보면 시공간이란게 무엇을 의미하는 지 조금은 더 감을 잡을 수 있게 됩니다.

 

촉이 좋으신 미르님은 브라이언 그린의 이런 군더더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신 듯합니다. 이미 본인이 스스로 공부한 게 많으시니 당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 아는 얘기 또 들으려면 사실 지겹죠.

 

저도 사실 좀 지겨운 대목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수다쟁이가 벌여놓은 좌판을 구경하다보면 문득 다른 데서 찾지 못한 전혀 새로운 아이템을 발견하기도 하는 기쁨이 있어, 저는 시끄러운 장터 같은 브라이언 그린의 책을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기 생각과 다른 견해에 대해서도 성실히 알려주는 그의 권위적이지 않은 태도를 좋아하기도 합니다. 미국 사람들의 장점 중 하나죠.

 

다른 분들도 호불호가 갈리시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 책이 쉽다고 했냐고 어이없어 하는 분도 계시고, 하도 듣다보니 결국은 모르던 개념을 납득하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는 분도 계시는 것 같습니다.

 

누가 뭐래도 저는 이 분들과 같이 책을 읽는 것이 참 좋습니다. 혼자서는 완독을 하지 못했을 게 뻔하고, 읽더라도 대충 읽었을 터인데...다른 분들의 날카로운 질문들을 접하고 자극받다보니, 결국은 세미나가 끝나고도 풀리지 않는 의문 때문에 미루고 미뤄두었던 미분기하학이나 리만기하학을 찾아듣기까지 했습니다. 고급 수학 강의마져 찾아들을 수 있는 은혜로운 유튜브 세상에 깊이 감사하게 됩니다.

댓글 6
  • 2022-10-21 10:08

    그쵸. 내게 시공간 개념이 있었나 질문하면서 읽다 보면, 다른 한편으로 절대공간과 절대 시간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가진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특수상대성 이론에 근거하면 가만히 있으면 빛의 속도로 늙잖아요. 우리 자신은 눈치채지 못할뿐. (공간이동)움직이는 사람은 가만히 있는 사람보다 천천히 늙고... 비행기를 타거나 하다못해 자전거라도 타야 시간과 공간이 상보적으로 작용해서 결과적으로 공간 이동만큼 시간이 덜 간다는 발상.. 아니 검증도 됐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신통방통ㅎㅎ

    일반상대성 이론에서는 창밖으로 몸을 날려 떨어지는 가속운동을 하면 중력이 0이 되서 체중계가 0이라는 사고실험 재밌었어요. 우린 매일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중력을 느끼는 셈인가요?? ㅎㅎ

    • 2022-10-21 18:34

      매일매일 추락에 저항하며 애써 살아남으려면 뱃살의 무게도 감당해야 하나봐요. 저울의 눈금이 돌아가는 이유는 오늘도 내가 살아보겠다고 버티기 때문이라니! 

       

      요새 눈에 안보이는 시간의 행방을 가늠해 보며 뇌에 상대론적 주름을 etching해 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 2022-10-21 10:32

    스텔라님 말대로 대충 아는 내용이고 이 사람의 수다가 쉽지도 않아 영 별로 인데…

    가끔식 던지는 질문들이 흥미롭고 반짝반짝해서 어쩔수 없이 읽는 1인 ㅎㅎ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 이론까지 간 이유는 맥스웰의 전자기 법칙과  뉴턴 역학 사이의 모순이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이미 이전에 수업시간에 특정 과목들 공부하기 싫어서 모든것은 상대적인데 왜 빛의 속도는 절대적인가? 그럼 내가 빛의 속도로 달리면 어떻게 될까? 하던

    상상력과 호기심 궁금증 해결차원에서 나온걸로 EBS 다큐 빛과 물리학에서 보았습니다.

    언제 같이 보면 재밌을듯..

    • 2022-10-21 13:53

      EBS 다큐는 6부작이었던가요??? 암튼 오래전에 봤는데 너무 맨들맨들하게 잘 깍아 다듬은 조약돌 같던데요? 현대과학을 너무 익숙하고 편하고 쉽게만 설명한 것은 너무 많이 생략되어 있거나 아니면 다듬어버린게 아닐 지 의심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기억엔 브라이언 그린이 만든 다큐 ‘Elegant Universe’가 훨씬 elegant 했던 걸로 기억이 나요. 그리고 솔직히 깊이 면에선 ‘우주의 구조’가 압승이죠! 

       

      너무 쉽게 설명된 책이나 영상엔 이런 함정이 있습니다. ‘니들~~ 설명해줘도 모를테니까 걍 복잡한 내용 다 빼버릴게~~’

       

      김상욱 교수가 ‘김상욱의 양자공부’에서 전자의 스핀을 1/2이 아닌 1이라고 설명한 것처럼.

       

      그런 점에서 브라이언 그린은 늘 정공법을 택하고, 어려운 이야기도 감추지 않고 말해줍니다. 저는 그런 점이 좋아요. 그 마지막 말 안해주는 1cm 때문에 숱한 오해를 하고 엉뚱하게 이해하기도 하면서 종종 고통을 겪기도 하는지라.

    • 2022-10-21 22:06

      이 책 84쪽도 그런식으로 설명하고 있어요 미르샘. 

      • 2022-10-22 12:52

        그르네요. 어쩐지 많이 익숙하더라...

        뭘 읽은거니..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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