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6,7장을 마치며

여울아
2022-06-1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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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같음, 스핀, 그리고 통계법과 7장 다른 방향에서 보기... 를 마지막으로 <스핀> 책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동안 여기저기 조금씩 나오던 파울리와 배타원리, 주변 과학자들에 좀더 친숙해진 것 같습니다. 이제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을 반대했다기보다는, 결정적 시기마다 과학자들을 격려하고 추천해서 결국은 오늘의 양자역학에 기여했다고 기억해야겠습니다. 오늘 분량에서도 아인슈타인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보즈-아인슈타인 응축 :

 

같음이란 무엇일까요? 고전역학에서는 상태함수 값이 같더라도 두 물체는 결코 완전히 같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양자역학에서는 배타원리 때문에 두 전자의 상태가 같을 수 없는데도 완전히 똑같다고 전제를 합니다. 인도 물리학자 보즈와 아인슈타인은 구별되지 않으면서 모든 입자가 단 하나의 상태라면 어떨까? 라는 아이디어에 의기투합해서 보즈-아인슈타인 응축 이라 불리는 물질 상태를 가정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심사 거절된 보즈의 논문에 주목하고 그를 지지하는 논문을 같이 게재합니다. 아인슈타인이 편견 없이 알려지지 않은 작은 논문들에도 국경을 초월해서 마음을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었다고 한 목소리로 칭송~ 

 

보즈-아인슈타인 응축에서 아주 낮은 온도의 보존 빛 입자들은 바닥상태의 에너지가 됩니다. 이와 달리 배타원리가 적용되는 전자들, 페르미 입자들은 가장 낮은 상태, 그 다음 낮은 상태, 그 다음... 차례로 높은 에너지를 갖게 됩니다. 바닥상태에 모인 보존 입자들은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일 때가 가장 안정적이라고 하는 데요. 이 때문에 마치 여러 개가 하나의 입자처럼 움직인다고 합니다.

 

이들 입자, 보즈 입자와 페르미 입자를 세는 통계법도 각자 다르다고 하는데... 우리는 세미나는 여기까지만 얘기하고. 이스텔라님의 상상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하루 종일 이스텔라님의 질문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느라 시간을 쏟았다고 했는데요. 응축 전부터 응축되는 순간까지의 뾰족한 응축 분포도 모습에서 스텔라님은 입자의 파동성이 사라지고 입자성만 남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어요. 우리 중 누가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냥 농담 같은 상상이었다고 하셨지만, 저는 응축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정말 한참을 공부했지만 잘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책에서 말한 대로 엄청나게 낮은 온도에서 입자들이 바닥상태로 모이는 현상으로만 정리했는데, 스텔라님은 이 상태가 바로 파동성은 감소하고 (거의)입자성으로 응축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느냐고 하십니다. 아무튼 오늘날은 저항이 O인 상태를 이용해서 초전도체나 초유도체 같은 실험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디랙의 바다 :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디랙의 구원자는 파씨들입니다. 지도교수였던 파울러, 그리고 그의 디랙방정식을 스핀에 사용한 파울리. 디랙 방정식은 양자역학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해줬다고 책에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슈뢰딩거 방정식은 시간과 공간을 동등하게 다루지 않아서 상대성 이론과 맞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는 데요., 디랙 방정식으로 특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이어주었다고 합니다. 디랙 방정식은 기존 방정식을 정리하고 이를 위해 행렬을 도입하는 등 독창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여기서 저의 질문은 양자역학이 어떻게 특수 상대성 이론과 만나는지 궁금하다는 것이었는데요. 디랙 방정식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디랙의 바다는 디랙이 마이너스 에너지라는 것을 상상했다는 것, 그리고 그 가정을 상당히 직관적으로 펼쳐나간다는 점에서 우리의 공감을 받았습니다. 진공이라는 바닥상태가 디랙의 바다인데 디랙의 바다에 전자 구멍이 생기면 바다 밖 세상으로부터 그 구멍을 메운다는 논리입니다. 전자와 구멍은 동시에 생기고 사라지기 때문에 입자-반(대)입자의 쌍생성과 쌍소멸이라는 디랙의 통찰이 돋보이는 상상입니다. 여기서 디랙은 자신의 방정식에서 음수가 나오는 것을 버릴 것이 아니라 “반(대)전자”라는 새로운 입자를 제안하게 됩니다.

 

이 즈음해서 재하군의 직관에 관한 질문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스핀이 1인 벡터는 우리의 직관으로 한 바퀴 회전해서 원래모습으로 같아집니다. 그러나 스핀이 1/2인 스피너의 경우는 두 바퀴 돌아야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이것을 디랙이 대학 강의에서 주로 사용한다고 하는 실험, dirac’s belt 동영상으로 다같이 화면공유해서 보았습니다. 우리의 직관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도 알 수 없고 별이 천장에 평면으로 매달린 게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없습니다. 한 없이 겸손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기도 하면서 그런 부족함을 수학적 방법론으로 해결하는 놀라운 인간이기도 하다는 오락가락 하는 우리들의 평가. 이것이 한 자리에서 다 나오는 것이 과학인 것 같습니다.

 

 

배타원리 다시 보기 :

 

6장 시작하는 페이지에 저자는 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 한 장면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거울 속에서 아래 위는 똑같고 좌우는 바뀌는 세상을 바라봅니다. 이때 당연히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약한 상호작용이 개입하면 이 법칙이 깨집니다. 오로지 왼쪽만 똑같습니다. 이것을 패리티 대칭성이 깨졌다고 합니다. 강한 상호작용은 밀어내거나 달라붙는 성질만 있지만(척력/인력), 약한 상호작용은 거의 질량도 없어서 있는 듯 없는 듯 무시할 수 있는 작용처럼 여겨지지만, 정작 물질을 생성하거나 바꾸는 것은 이런 약한 상호작용입니다. 가령 약한 상호작용으로 원자핵 내에서 중성미자와 양전자가 생성됩니다. 물질이 바뀌는 경우는 앞서 말한 좌우대칭성 깨짐 현상입니다. 이렇게 물질이 반(대)물질로, 좌우가 바뀌는 현상을 CP 대칭성이라 부르며, 이러한 대칭성들의 깨짐 덕분에 우주가 생겨났다고 합니다.

 

우리가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기본 원리들은 이렇게 계속 깨져나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배타원리가 깨질 확률은??? 이중 베타붕괴 실험에 의하면 수십억 년(10 23승~)보다 크다고 합니다. 그럼 이것을 깨진다고 보아야 할까요?

 

약한 상호작용에 의해 패리티 대칭성이 깨지는 것을 보고 “나는 신이 약한 왼손잡이라고는 믿을 수 없다.”고 말한 파울리. 아인슈타인의 말과도 오버랩 됩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기존 가설이 깨지고 새로운 가설이 세워지고, 이를 뒷받침 검증실험의 연속. 과학은 알수록 확실한 게 없어요. 진리는 더더욱 아니 구요. 한 시대를 풍미할 뿐.

 

 

댓글 1
  • 2022-06-14 15:08

    덕분에 재밌는 책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 책도 비교적 신간이라니, 최근의 과학적 개가를 업데이트해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더구나 아마도 응집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궁금하네요. 늘 재밌는 책 골라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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