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양수의 춘추론 후기-공자님의 뜻을 어찌 헤아려야 할까!

인디언
2023-03-0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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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수의 <춘추론>

 

공자가 <춘추>를 쓸 때 세운 원칙(명분 바로 잡기, 功過를 분명히 기록 등)이 이후 역사서술의 기준이 되었다고 하는데, <춘추>의 필법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은 모양이다. 구양수의 <춘추론>과 소순의 <춘추론>을 읽었다. 그 중 좀 헷갈렸던 구양수의 <춘추론>에 대해......

 

구양수는 <춘추> 선공 2년조에 ‘조순이 그 군주(晉영공)를 시해하였다’고 쓰고, 선공 6년조에 다시 ‘봄에 晉나라 조순과 위나라 손면이 陳나라를 침공했다’라고 쓰여 있는 것에 대해서 다룬다. <좌전>에는 ‘조천이 영공을 시해하였는데 그때 경이던 초순이 도망가다가 국경을 넘지 않고 돌아와서 조순을 토벌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순이 군주를 시해한 것으로 기록했다’고 하였다.(공양전이나 곡량전도 마찬가지)

 

구양수는 이에 대해 <춘추>의 필법이 그렇게 가볍고 함부로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실제로 조순이 군주를 시해했을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직접이든 조천을 사주했든) <춘추>의 필법은 是非의 공정함을 분명히 하기 위해 쓴 것인데 공자가 군주를 시해한 사람이 따로 있는데, 역적을 토벌하지 않은 것으로 시해의 죄를 물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처음 구양수의 <춘추론>을 읽었을 때는 공자가 ‘직접 군주를 시해한 것은 조천이라도 마땅히 그를 벌해야하는 조순이 벌하지 않아서 조순이 군주를 시해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를 한 줄 알았다. 아, 역시 공자의 <춘추>필법은 뭔가 다르구나!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 구양수의 이야기......

 

구양수는 ‘허나라 도공의 세자 지가 그 군주 도공을 시해하였다’라는 소공 19년조의 기록을 가져와 이를 설명한다. 도공이 병이 났는데 세자 지가 약을 올렸으나 도공이 죽었다. 구양수는 아버지가 아픈데 1)약을 올렸으나 맛보지 않고 죽은 경우, 2)약을 올리지 않았는데 죽은 경우를 예로 들며 1)은 예를 익히지 못한 것이고 2)는 불효한 것이니 직접 칼날을 잡고 시해한 것과는 죄의 경중이 다르다고 한다. 허나라 세자의 경우는 약을 올린 경우이니 약을 맛보지 않았다면 공자가 결코 ‘군주를 시해했다’고 쓰지는 않았을 것이니, 세자는 약을 올리면서 맛을 보았고 그것이 독약인 줄 알면서도 주었기 때문에 공자가 ‘군주를 시해했다’고 썼다는 것이다. 그런데 <좌전> 등에서는 그가 약을 맛보지 않았으므로 군주를 시해했다고 썼다고 하니 이는 ‘예가 없는 것’과 ‘군주의 시해’를 구별하지 못하는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다. 공자님의 법이 어찌 그럴 리가!!!

 

<춘추>필법에 따르면 “군주를 시해한 자는 경문에 다시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서 조순이 다시 등장하는 것을 두고 “역시나 조순이 군주를 시해한 것은 아니다. 다만 역적을 토벌하지 않아서 군주를 시해했다고 썼을 뿐”이라는 <좌전> 등의 해석에 대해서도 구양수는 <좌전><공양전><곡량전>에서 하는 말일 뿐, 공자님이 그리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시비를 분명히 한다는 것이 참 쉽지 않다. 공자님의 뜻을 이해하는 것도 그리 간단하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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