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쓰려면 여행을 가라고!?

자작나무
2023-02-02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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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존의 <사마천의 유람에 대한 글을 합방식에게 줌>이라는 글은,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그 나름의 답이다. 그는 천하만고의 글쟁이=문필가인 사마천의 글을 빌어 이렇게 답한다. 

 

"자장의 문장은 글에 있지 않으니, 배우는 자가 매양 글에서 찾으면 종신토록 그 기이함을 알지 못할 것이다. 나에게 <사기> 한 질이 명산대천의 장려하여 괴이할 만한 곳에 있으니, 장차 자네와 두루 놀며 일일이 보면 거의 그  문장을 알 것이다."

 

먼저, 좋은 문장이란 것은 말이 표현이 번지르한 표현 그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수사나 롤러코스터같은 전개라 할지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작가의 사고의 길이 지나간 흔적에 지나지 않는다. 대단히 기이하다고해도, 그의 정신이 그의 주제가 지나긴 길의 기이함만 못하다. 그러니 사마천의 글을 배우고 싶다고? 그렇다면 사마천의 수사법이나 기교에 매달리지 말고 그가 그런 글을 쓰게 되었던 장대한 정신과 주제의식 그것을 배워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마천 글쓰기의 정신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마존은 사마천의 천하주유를 거론한다. 오늘날로 보자면, '여행' 혹은 '수학'여행이다. 어려서 사마천은 천하의 대관을 모두 구경하였다. 그냥 눈요기만 하거나 주마간산한 게 아니다. 그 구경은, "자신의 기를 도와서" 속에서 숙성되어 흡사 쓰지 않을 수 없어서 토해낸 것이 글이 되었다는, 그렇게 글이 쓰여지게 만든 원동력이다.

 

물론 자연 경물에 끄달리면, 마존의 표현으로 '사역이 되어서는'  천하의 대관과 맞짱을 뜰 수 없다. 천하의 모습을 그저 베끼고 있을 뿐이다. 그것과 맞짱뜨고 나아가 천하의 에너지를 자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이른바 호연지기를 기를 것, 글의 주제나 사상을 기를 것. 그것이 어떻게 글을 쓸 것인가의 답으로 마존이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에 따르면, 여행이란 보이지 않는 힘을 알아채는 것. "유람을 배워 기이함을 깰 줄 알 것!"

 

이 글을 읽고 있을 때는 아, 어디론가 여행이라도 가면 좋은 글을 쓸 수 있겠지! 어디론가 가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  하지만 간다고 능사는 아니다.ㅠㅠ 마존의 말처럼, '유람도 배워야' 하는데 그것은 천지간의 만물의 변화가 사람의 마음을 경악하게 하고 기쁘게 하고 근심하게 하고 슬프게 하는 것들을, 천지 만물에 숨겨져 있는 기이함을 포착하고 그것과 하나가 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유람은 작금의 무딘 너의 마음, 즉 돌을 돌로만 보고 그 안의 생명력을 보지 못하는 흐리멍텅한 눈을 일신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유람이 이런 것이라면,  꼭 저 멀리 갈 것도 없다.  내 방안의 흐릿하고 무채색의 사물들을 새롭게 보고, 그것에 생기를 부여하는 작업. 그것으로 나에게도 생기가 생기는 것. 으흠, 그래도 이 방안에서는 이 일상에서는 굽은 어깨가 잘 펴지지 않는다ㅠㅠ 여행을 가면 좋겠는데,  ...  그렇다면 나는 이제 이렇게 해야겠다. 의도적이라도 버스를 타고 도서관에도 가보고, 공원에도 가보고,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방에도 가고, 나의 정체된 공기와 눈을 일신하는, 그런 '일상의 여행'을 좀 해야겠다. 이렇게 일상을 여행처럼 사는 삶, 그게 바로 나의 '문장'일지도 모르겠다. 

 

 

 

댓글 2
  • 2023-02-04 10:25

    자작님
    🌸꽃 한송이 보냅니다~~~

    *비밀메모가 필터링되었습니다

  • 2023-02-21 19:36

    돌을 돌로만 보고
    그 안의 생명력을보지 못하는 흐리멍텅한 눈을 일신하지 못하여...
    기억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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