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짐을 읽어라!!-범증론 후기

인디언
2022-12-05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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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증론

 

범증론은 소식이 과거응시를 준비하기 위해 쓴 습작이라고 한다.

<사기> 내용을 근거로 항우와 범증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天下事大定矣 君王自爲之”

“천하의 일이 크게 정해졌으니, 군왕께서 스스로 알아서 하십시오.”

 

진평이 유방에게 돈을 뿌려 반간계를 쓰면 초패왕 항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진언했고, 유방은 황금 4만근을 내주고 그 내역을 묻지 않았다고 한다. 진평은 이 돈을 써서 항우와 신하들을 이간질 시켰고 유방에게 사신을 보내게 했다. 한나라에서는 처음에는 이 사신을 제사지내는 고기로 깍듯이 대우하다가 ‘범증의 사신이 아니고 항우의 사신이었구나’라며 형편없는 음식으로 홀대하였고 이를 알게된 항우는 그때부터 범증을 믿지 않고 권력을 빼앗기 시작했다.

두 진영이 한창 전쟁 중일 때 범증이 형양을 치자고 하였으나 항우는 듣지 않았고 범증은 크게 노하여 위의 말을 남기고 떠나 고향으로 가는 길에 등창으로 죽었다고 한다.

떠나면서 범증이 항우에게 남긴 이 말은 무슨 의미였을까? 너 이제 보니 다 틀렸다. 네 마음대로 해라! 였을까? 

 

소식은 범증이 떠난 것은 잘한 일이지만 좀 더 일찍 떠났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럼 언제 떠났어야 한다는 것인가? 범증이 항우에게 유방을 죽이라고 했는데 항우가 죽이지 않았을 때? 그때는 범증은 신하로서의 본분으로 그렇게 말했고 항우가 군주로서의 도량이 있어 유방을 죽이지 않은 것이니 이때 떠날 수는 없었다고 본다. 소식은 항우가 송의(초 의제의 상장군)를 죽였을 때 ‘기미를 알아차리고’ 떠났어야 한다고 썼다. 항우가 범증과 함께 초회왕의 손자인 의제를 세웠는데 송의를 죽인 것은 의제를 시해할 조짐이었다는 것이다. 의제를 세워 항우가 흥기했는데 제후들이 항우를 배반한 것은 의제를 시해했기 때문이라고. 의제를 시해한 것은 범증을 의심하는 근본이었으니 진평이 이간책을 쓰지 않아도 이미 그때 떠날 때였다는 것이다.

소식은 말한다. 진평이 지혜로와 이간책을 썼다고 하나 군주가 의심이 없었다면 그 이간질이 통했겠는가?

 

“물건은 반드시 먼저 썩은 뒤에야 벌레가 생기고, 사람이란 반드시 먼저 의심하게 된 뒤에야 모함하는 일이 먹혀드는 법이다.”

조짐을 아는 것을 <주역>에서는 ‘神’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어렵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조짐은 지나고 보면 너무나 분명해서 왜 그걸 몰랐을까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서리를 밟으면 단단한 얼음이 이르게 된다.(履霜 堅氷至)’ 곤괘의 초육 효사가 이를 잘 말해준다. 들뢰즈라면 ‘잠재성’이라고 말했을까? 이는 늘 실재한다. 그것을 깨닫는 것은 늘 우리에게 숙제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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