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의 표충관비 후기: 나라를 버려도 괜찮아~

콩땅
2022-11-0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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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충관비(表忠觀啤)는 소동파가 5대10국의 하나였던 오월국의 왕, 전류(錢鏐)의 비문을 쓴 것이다. 잠깐만......5대10국? 나도 느티샘과 마찬가지로 그럼 5호16국은 어느 시대여?라는 생각을 했다. 다시 하은주.......춘추전국.......진한........삼국시대, 서진, 동진, 5호16국.......당, 5대10국, 송........ 중국 역사 순서를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5대10국은 당나라가 멸망한 후부터(907년) 송나라가 건립될 때까지(960년) 이르는 시기에 존재한 나라들이다. 화북 지방에 자리를 잡고 문화화 경제, 정치의 중심지였던 중원을 통제하던 5개의 왕조를 5대라 하고, 강남이나 사천지방에 자리 잡았던 변방이라 할 수 있는 10개 나라를 10국이라 칭한다.

 5대 10국이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생겨났냐고? 놀랍게도 아니다. 나는 진짜로 놀랐다. 5대 왕조는 반세기 동안 5개의 왕조가 후량, 후당, 후진, 후한, 후주 순서로 이어졌을 뿐, 같은 시기에 존재한 국가가 아니다. 그러나 10국은 비슷한 시기에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났다. 오월은 저장성 일대에 세웠던 왕국으로 수도는 항주였다. 오월의 역대 왕들은 5대 정권에 조공을 바치면서 형식상 5대 왕조의 제후의 모양새를 갖추었다. 사실, 중국역사를 다시 체크해 보지 않았을 때는, 오월국이 같은 시기에, 한꺼번에, 5대 왕국에 조공을 바친 줄 알았다.

 표충관비가 왜 쓰여 졌는가 하면, 오월국은 특이하게도 송과 전쟁을 하지 않고, 나라를 들어 송에 바치면서 멸망하였다. ()나라에 귀의한 것을 기념하면서 왕의 가문인 전씨(錢氏)일가의 사당을 지어 주었는데, 그 사당의 관리가 소홀함을 북송의 조변이라는 관리가 상소를 올려 수리를 승낙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소동파가 표충관비를 썼다고 한다. 나는 동파가 쓴 명문(銘文)의 내용보다 조변이 상소에 올린 글의 표현이 더 인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변이 상소에 말하기를;

獨吳越不待告命 封府庫 籍郡縣 請吏於朝

視去其國 如去傳舍 其有功於朝廷甚大

오직 오월만이 명을 기다리지 않고, 창고들을 봉해 놓고, 군현의 호구를 적어서 조정에 청하였습니다. 나라 버리기를 여관방 떠나듯이 하였으니, 그 공이 조정에 매우 컸습니다.

 

 나라를 여관방에 비유하다니. 어차피 여관방은 내 소유가 아닌 것이기에 다음에 올 자에게 미련 없이 주고 떠날 수 있다. 송나라에 오월을 바치는 것이 얼마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지를 느끼게 해주는 재미있는 표현인 것 같다. 나라를 버리는 일이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하였다. 중국의 5대10국 시기는 우리나라의 후삼국시대와 맞물려있다. 신라 경순왕은 대세를 파악하고 포악한 견훤에게서 벗어나고 백성들을 보존하기 위하여 나라를 왕건에게 바쳤다고 한다. 특별하게도 오월의 왕과 신라 경순왕은 나라를 버렸지만, 예외적으로 칭송을 받았다고 한다. 위태로운 나라의 형세를 보전 하다가는 종실이며, 백성들이며 모두 화가 미칠 것이기에 차마 대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후대는 해석하고 싶은 것 같다. 여관방을 비워주듯 나라를 줘 버려서 전쟁으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까이 것~ 개나 줘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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