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 관중에 대한 새로운 시각 : 소순의 <관중론>

인디언
2022-08-3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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夫功之成 非成於成之日 蓋必有所由起 禍之作 不作於作之日 亦必有所由兆

(공이 이루어지는 것은 이루어지는 바로 그날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일어나게 되는 연유가 있고, 화가 일어나는 것도 일어난 바로 그날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또한 반드시 일어날 조짐으로부터 말미암아 일어나는 것이다.)

 

관중은 제환공을 패자로 만든 명재상이다. 환공이 왕이 되기 전 권력투쟁 과정에서 환공의 형인 공자 규의 편에 섰으나 실패하였고 다른 사람 같았으면 그 이유로 죽음을 면치 못했겠지만 친구 포숙의 우정(?)으로 살아남았고 그의 추천으로 환공의 재상이 되었다.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잘 알려진 찐 우정이다.

관중은 섬기던 주인과 함께 죽지 않고 상대방의 재상이 되었음에도 그의 공이 커서 공자로부터 인(仁)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소순은 관중이 세운 공은 오히려 관중을 천거한 포숙의 공이며, 관중이 죽고 제나라가 혼란에 빠진 것은 수조나 역아, 개방 등 간신 때문이 아니라 후임을 챙기지 못한 관중의 탓이라고 비판한다.

관중이 위독하자 환공이 재상감을 물었고 관중은 수조 역아 개방을 가까이 하지 말라고만 하고 현자를 천거하지 않았다. (포숙 등의 다른 대신들에 대해서도 단점만 적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소순은 관중이 제환공의 인품을 잘 알고 있었고 관중이 있었기 때문에 세 사람의 간신이 힘을 못 쓴 것일 뿐, 관중이 없으면 세 사람의 간신들을 등용할게 뻔한데 그들을 등용하지 말라고만 한 것은 하나마나한 말이었다는 것!

그래서 소순은 현자를 천거하지 않고 죽은 관중을 ‘근본을 알지 못한 자’라고 심하게 비판한다.

 

소순의 관중론은 독특하고 날카롭다. 관중의 공은 그를 천거한 포숙의 공이며 재상을 맡을만한 현자를 천거하지 않은 것은 인물이 없어서가 아니라 관중이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므로 관중 사후의 제나라가 혼란에 빠진 책임은 관중의 몫이라는 평가.

지인(知人),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 정치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에서 보면 소순의 관중에 대한 평가도 새겨들을 만하다.

소순의 글은 명쾌해서 읽는 맛이 남다른데 앞으로의 글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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