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곽탁타 이야기-후기

느티나무
2022-05-09 01:43
234

작년 9월 한문강독을 시작하고 벌써 8개월이다.

좀처럼 실력향상이 되질 않는다. > o <

매일매일 조금씩 해보겠노라 마음 먹었는데

늘 그렇듯 결심은 오래가지 못하고 작심삼일에 그쳤다.

이번 주는 유종원의 글 두 편을 읽었다.

유종원의 글은 한유의 글보다 읽기에는 좀 더 편한 것 같아서

해석서을 보지않고 먼저 원문을 해석해 보려고 도전하지만,

번번이 실패다. 아직 마음만 앞선 듯하다.

이번주는 재미있는 곽탁타 이야기다.

<장자>에 있을 법한 이야기 같기도 하고 

<맹자>의 ‘알묘조장(揠苗助長)’ 도 생각나게 하는 글이다.

 

종수곽탁타전-나무 심는 곽탁타의 전(유종원)

 

곱삿병을 앓아 등이 불룩 솟은 채 구부리고 다니는 모습이 낙타와 비슷하여 탁타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었다. 탁타는 나무 심는 일을 업으로 삼았는데 그가 심은 나무는 혹 옮겨 심더라도 살지 못하는 것이 없었고 또 크고 무성하여 열매가 일찍 맺히고 많이 열렸다. 나무 심는 다른 자들이 엿보고 본받았으나 아무도 그만 못하였다.

어떤 이가 방법을 묻자 탁타가 대답했다.

“내가 나무를 오래 살고 또 번식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무의 천성을 따라 그 본성을 다하게 할 따름이다. 식목(植木)의 본성은 그 뿌리는 뻗어 나가고자 하고 그 북돋움은 고르기를 바라고 그 흙은 본래의 것이기를 바라고 그 다져짐은 빈틈이 없기를 바랍니다. 이미 그러하다면 그뿐으로 움직이지 말고 염려하지 말며 떠나가서 다시 돌아보지 않습니다. 심을 때에는 자식을 보살피듯이 하고 놓아둘 때에는 버려둔 듯이 하면 그 천성이 보전되어 본성대로 살게 됩니다. 그러므로 저는 나무가 자라는 것을 해치지 않을 따름이지 크고 무성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열매가 맺히는 것을 억제하거나 손상하지 않을 따름이지 일찍 열리고 많이 열리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무 심는 다른 자들은 그렇지 못하여 뿌리가 구부러지고 흙이 바뀌며 북돋워주는 것이 지나치지 않으면 모자랍니다. 이와 반대로 하는 자의 경우엔 또 아껴주기를 너무 은혜롭게 하고 걱정하기를 너무 부지런히 하여 아침에 보고 저녁에 어루만지며 이미 떠나갔다가 다시 돌아봅니다. 심한 경우에는 그 껍질을 손톱으로 긁어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시험하고 그 뿌리를 흔들어 다진 땅이 성근지 치밀한지를 살피니 나무의 본성이 날로 멀어집니다. 비록 아낀다고 하나 실은 해치는 것이요 비록 걱정한다고 하나 실은 원수로 대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만 못한 것이니 제가 또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뒤에 이어지는 글은 곽탁타의 이야기를 수령이 고을을 다스리는 것에 비유하는 내용이다.

날마다 관리가 나와서 밭갈아라 씨뿌려라 수확해라 실을 뽑고 옷감을 짜라 아이를 기르고 닭과 돼지를 키우라며 북을 울리고 딱따기를 치며 재촉해대면 오히려 그들에게 아침 저녁 밥상를 차려대느라 일을 할 수 없으니 곽탁타가 나무의 본성에 맞춰 식목을 하듯 간섭하지말고 내버려 두는 것이 백성을 잘 다스리는 길이라는 것이다.

오늘날은 맹자의 ‘알묘조장(揠苗助長)’처럼 부모들이 자식을 키우는 모습에 더 어울릴 법하다. 하지만 요즘 텃밭에 나가 씨뿌리고 모종 심고 화초를 키우는 내겐 식목하는 방법으로 더 와 닿았다. 텃밭에 씨를 뿌리고 나면 매일 궁금하다. 하지만 자주 갈 수 없는 처지가 다행인지, 며칠이 지나 가보면 기특하게 작은 싹이 나고 잎이 자라고 키가 커 있다. 땅이, 씨앗이 알아서 키우고 자라고 하는 것이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욕망을 자제하는 것이다. 농사는 ‘빨리 쉽게 많이’가 절대 통하지 않는 정직함이다. 그리고 참고 기다리는 절제의 참교육 현장이다.

댓글 2
  • 2022-05-09 08:56

    작위하지 말고 본성대로.... 노자인데요  ㅎㅎ

  • 2022-05-09 17:10

    나무, 나무와 백성, 나무와 교육 , 마땅히 해야하는 생각과 일들이 중요함을 다시 느끼게 합니다. 그러함에도 항상잊고 대하는 생각과 태도를 꼬집어 주는 글이라 생각됩니다. 어느 번역서보다 부드럽고 쉬운 해설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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