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유논사서> 후기

자작나무
2022-04-19 23:28
139

한유의 글을 다 읽고 그와 쌍벽을 이뤘던 유종원의 산문으로 들어왔다.  제목하여 <한유에게 보낸 사관을 논한 편지>이다.

중국 최고 글쟁이인 한유의 글을 읽고 난 다음이라서일까, 글 잘 쓴다는 유종원의 글도 왠지 빡빡하게 다가왔다. 

편지를 통해서 사관을 논하는 논쟁의 성격을 담고 있는 글이라 그런지, 더 이게 뭔 말이야? 라는 생각이 절로 났다. 

게다가 유종원은 직접 한유랑 편지질 한 것도 아니다. 한유가 유수재에게 보낸 답장에서 언급된 내용들을, 어디선가에서 그 답장을 구해서 읽은 유종원이 흡사 유수재를 대신해서 논쟁하는양 열심히 편지를 쓰고 있다. 

뭐에 대한 내용이냐고?

사관의 역할에 대한 것이다. 유종원이 조목조목 따지는 내용은, "무릇 역사를 기록하는 자는 화가 있지 않으면 하늘의 형벌이 있다"는 언급, 당시에도 많은 훌륭한 선비가 많은데 굳이 "나 한 사람이 어찌 능히 밝힐 수 있는가"라는 언급 그리고 관련해서 "귀신에 대한 일은 아득하고 황혹하여 기준할 수 없으니, 지혜가 밝은 자는 말하지 않는 바이다"라는 언급에 대해서다.  구체적인 내용은 실제 작품을 참고하기 바란다.^^

나는 조목조목 한유의 말을 가져와서 쫀쫀하게 비판하며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 유종원의 편지 내용보다도, '편지' 그 자체가 갖는 매력(ㅜㅜ)을 보게 되었다.  먼저, 당시에는 개인적인 편지질이란 게 없다?! 한유가 유수재에게 보낸 편지인데, 유종원이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도 알고, 복사본을 요구했는지 그 답장을 읽고 조목조목 비판한다. 둘째, 그래서 실제 편지의 내용을 본 자만이 이게 어떤 맥락에서 발해지고 비판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글이 좀 후리하나?^^

하나 더, 편지를 통해서 우리가 몰랐던(?) 한유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게 되어서 좋았다. 가령 유종원이 비판하는 것을 보면, 한유가 사관의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몸을 사리는 듯한 모습으로 나온다. 평소의 한유답지 않게 말이다. 덕분에 유종원은 강직하고 꼼꼼하게 또한 쫀쫀하게까지 보인다. 편지가 글이 그의 성격을 다 보여주는 듯. 그런데 유종원의 글을 통해서 한편으로는 한유는 왜 이랬지? 우리가 아는 한유는 이럴 사람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한유의 또다른 모습을 보는 걸까, 하는 호기심도 들었다. 그러면서 당시 한유가 정말로 기적적으로 집정대신의 추천으로 받은 관직인지라, 게다가 사관이 하는 역사 쓰기가 그렇게 쉽지 무 자르듯 할 수 없는 일이기에 -한유답지 않게(?)- 한유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

한유의 글을 볼 때는 몰랐던, 한유의 모습의 일면을 볼 수 있고, 유종원의 모습까지도 볼 수 있는 글이었다. 

물론, 당나라 지식인에게 있어서 사관이란 무엇이고 역사쓰기란 어땠을까를 간접적으로 알게된 글이기도 하다.

 

 

 

 

댓글 1
  • 2022-04-21 09:25

    한유의 글이 호방하다면 유종원의 글은 디테일에 강하고, 섬세한 것 같아요.

    논리전개도 차곡차곡 쌓아가는 스타일이어서 쫀쫀한 느낌을 주는데 그게 좀 지지부진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유종원의 글을 처음 접했을 때는 한유의 글 같은 시원시원한 맛이 없어서 별로다 싶었는데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서 그러지 않았나 싶네요.^^

    만일 유종원의 글을 먼저 읽고, 한유의 글을 읽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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