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작하며 쓰는 후기
나는 <대학>을 그다지 좋아 하지 않는다. 처음 <대학>을 접했을 때는, 모르는 글자 찾아가며 무슨 뜻인지 글자를 해석하는데 급급했고, 간혹 이런 고리타분한 얘기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10년도 더 된 과거지시다. 그 뒤로도 아마도 몇 번은 더 읽었을 것이지만, 재미가 있었다거나 무슨 깨달음이라거나 그런 건 없었다. 그때는 공자를 비롯해 중국 고전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 내용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얼마 뒤 또 <대학>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이때도 우샘 강의였던 것 같은데, 그때 개인적으로 정말 숨 막히는 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터에 '정심'하라고 하고, 도라는 것은 조금이라도 잠시라도 떠날 수 없다고 했다. 정말이지 숨이 턱턱 막혔다. 공황장애가 있는 게 아닌가 할 정도였던 기억이다. 이런 경험으로 말미암아 사실 <대학>을 좋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쓰다 보니 <대학>이 원흉(^^)이 아니라, <중용>에 내가 질려 했던 것 같기도 한데... 이럴루가~ 나는 <대학>과 <중용>을 싸잡아서 하나로 기억하는지도 모르겠다. 성백효샘 책이 하나로 되어 있어 더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어쨌든....그래서 처음에 <대학> 읽는다고 했을 때, 좀 싫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가 또 얼마 뒤 <주자평전>이라는 베개 2개를 얹은 두께의 책을 읽게 되었다. 남들은 다 나가떨어지는 질릴 책인데, 나는 그것을 읽으면서 '주희'라는 사람이 싫지 않게 되었다. 사랑하거나 '빠'가 되진 않았으나, 그의 인생에 대해서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그가 정리한 '사서'가 좋다거나 유학에 대한 그의 해석이나 사상이 좋다거나 이런 건 아니다. 그냥 그가 왜 그토록 '성심정의'를 외쳤는지, 그가 왜 이런 식으로 책들을 정리하고 제자들과 공부하고 육상산등과 열라 토론하고 또 임금에게 질릴 정도로 강의를 했는지를 '아주 조금' 엿볼 수 있었다. 그가 살았던 역사를 통해서 '인간' 주자가 이런 사람이구나, 뭐 나름의 정보를 얻었다. 그 조금의 정보로 그가 이전과는 달리 보였다. 그래서 그가 엄청 싫다거나 하지 않게 된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좋아한다. 그렇다고 그의 모든 책들이 좋은 건 아니지만.
이번에 다시 <대학>을 읽는다. '다시'라고 했지만, 주자의 주를 꼼꼼히 (원문으로) 읽는 것은 또 처음이라 어떤 주자와 만날지 궁금하다. 우스개 소리로, 이성민이 나오는 약 선전이 있는데, 동료가 그에게 묻는다. "이 길 끝에는 뭐가 있을까?" 그러자 오부장처럼 퀭한 눈을 한 이성민이 말한다. "피로!" ㅎㅎ 개인적으로 생각해본다. <대학>을 다 읽고 나면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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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싫은데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ㅋㅋ
예전의 샘과 지금의 샘은 다른 사람이잖아요. 대학도 다르게 읽히지 않을까요?
전 몇년 만에 다시 읽으니까 복습도 되고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