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소순의 <고조론>

느티나무
2022-09-15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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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작품은 북송시대의 소순이 한나라를 세운 유방을 논평한 <고조론>이다.

  유방이 한나라를 세우는 과정에서 많은 인물들이 그를 따랐다. 그 중 한명으로 번쾌가 있다. 번쾌는 때론 목숨을 걸고 때론 쓴소리를 하면서 유방의 곁을 지켰다. 후에 그의 관상을 좋게 본 유방의 장인이자 여태후의 아버지인 여임은 번쾌를 자신의 둘째 딸과 결혼을 시키고 번쾌는 유방과 동서지간이 되었다. 유방은 한나라를 세우고 논공행상을 시행했다. 하지만 최측근에서 그를 도와 함께 나라를 세운 공신들은 대부분 난을 일으키거나 죽임을 당했다. 유방의 오른팔이었던 번쾌는 여태후의 집안과 결탁하여 척부인과 그 자식을 죽이려 한다는 참소를 당하게 된다. 이에 유방은 당시 번쾌는 연나라를 정벌하고 있는 중이었음에도 진평과 주발을 보내 그를 참수하라고 명했다. 하지만 후한이 두려웠던 진평은 그를 죽이지 못하고 장안으로 압송하였는데 그 사이 유방이 죽어 죽음을 면하게 되었다.

  소순은 이 일을 들어 한고조 유방을 “고조는 늘 먼저 계획하고 처리하여 후세에 일어날 일을 환하게 눈으로 그 일을 보고서 하는 것과 같게 하였다.”고 평한다. 당시 고조는 여태후의 화란이 있을 것을 내다보았으나 그녀를 제거하는 것은 여러 형세로 보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태후의 가장 강한 배후 세력이 될 번쾌를 제거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고조의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한 진평과 주발이 번쾌를 살려두었고 훗날의 우환이 되었다는 것이다. 소순은 여후를 의원들이 독을 쓰는 것에 비유하며 번쾌가 없었다면 여씨의 독이 사람을 죽이는데 쓰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대로 이것을 내다 본 고조의 예지력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고 있다.

  왕실의 외척은 어느 왕조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존재들이었다. 그 힘이 권력에 필요하기도 하지만 가장 두려운 존재이기도 했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오히려 여태후의 능력을 인정하고 받아들였으면 어땠을까?  여태후는 잔혹하기만 했을까?  유방이 두려워한 것은 자신을 능가하는 여후의 카리스마 있는 능력이었을지도 모른다. 한나라 당시나 북송시대나 한결같은 여성에 대한 편견에 씁쓸한 기분이다. 그래서인지 소순의 고조에 대한 평에는 그다지 동의하게 되지 않는다.

댓글 1
  • 2022-09-19 09:20

    서로 부부이자 동지이면서 정적이었던 한고조와 여태후!

    고조론은 있는데 여태후론은 없나요? 궁금합니다.(아마도 유가의 남성작가들이 그런 글을 썼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ㅋㅋ)

    그들 부부의 권력투쟁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소순의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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