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인터뷰! '철학입문'을 권합니다

정군
2023-02-15 14:05
1562

‘철학입문’이란 무엇인가?

튜터-반장-경험자의 인터뷰

 

여전히, 2023 프로그램에 갑작스레 등장한 ‘철학입문’이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의문들이 많은 듯하여 긴급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철학입문’에서 무슨 공부를 하는지, 하고 나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아래 인터뷰를 보시면 의문의 상당부분이 해소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세미나에 참여하셔서 함께 하신다면 그 효과를 직접 체험해보실 수 있을 겁니다. ^^ 자, 그럼 인터뷰 시작합니다.

 

(튜터 : 정군, 반장 : 토용, 경험자 : 가마솥)

 

올해 철학 프로그램이 입문과 학교로 나뉘었는데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된 것인지, 누가 입문을 신청하고 누가 학교를 신청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정군 : 먼저 입문과 학교로 나뉜 이유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아무래도 작년, 재작년 『존재와 시간』, 『차이와 반복』 세미나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른바 ‘현대철학’이라고 이름붙은 이 텍스트들을 읽을 때 가장 큰 난점은 ‘미리 알아야 하는 것’이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거기에 언급되는 모든 철학자들의 원전을 읽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그렇다면 하다못해 철학자들의 이름이나마 익숙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양철학사를 읽는 ‘철학입문’은 그런 이유에서 만들어진 것이고요.
그래서, 서양철학에 막 관심이 생기신 분이나, 근현대철학 원전들을 읽다가 미친 듯이 쏟아져나오는 다른 철학자들의 이름들 앞에서 좌절하신 분들께서 ‘철학입문’ 세미나를 함께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세미나 하고나면 좌절 안 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만, 하고 나면 무슨 책을 들춰봐야 할지 감은 잡을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입문이긴 하지만 서양철학사 공부도 어려워 보입니다. 수업을 잘못 진행하면 알고 있는 서양철학을 정리하는 수준으로 흐를 수 있어서요. 진짜 저는 초보인데, 이 공부를 통해서 서양 철학자들의 원전을 읽지 않고도 많은 사상들을 이해할 수 있나요?
정군 : 앞서서 말씀드리기도 했습니다만, ‘서양철학사’를 공부한다고 해서 많은 사상들을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과연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도 생기고요. 따라서, 이를테면 ‘서양철학사’ 공부는 ‘서양철학’이라고 하는 거대한 책의 ‘목차’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습니다. 철학책에서 ‘목차’가 같은 중요성이야 더 말할 것도 없고요. ‘목차’를 읽은 후에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 다음에는 당연히 ‘원전’을 읽어야 합니다. ‘서양철학사’는 그러한 ‘원전’을 읽기 전에 사유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또, ‘서양철학사’를 공부해야만 알 수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가령 플라톤의 ‘이데아’ 개념이 어떻게 중세 신학, 근대의 실체론, 현대의 존재론으로 이어지고 있는가 같은 것들은 원전만 봐서는 생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가능하기는 합니다만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시간을 많이 들인다고 해서 그 관계가 단번에 잡히는 것도 아니고요. 요컨대, ‘서양철학사’는 ‘흐름’을 파악하는데 있어서 가장 효율적인 공부라 할 수 있겠습니다.

 

토용샘께서는 주로 동양고전 위주로 공부를 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올해 철학입문 반장님이 되셨는데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 또 어떤 이유에서 서양철학을 공부해야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토용 : 서양철학 공부에 관심이 없었다기보다는 제가 공부가 느린 사람이라 멀티가 안됩니다. 기존에 하던 공부나 제대로 더 잘하자, 뭐 이런 마음이라 서양철학 공부까지는 엄두를 못냈던 것이죠. 그런데 작년에 타의로^^ 『차이와 반복』을 읽으면서 서양철학도 공부하면 굉장히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이와 반복』을 거의 독해조차 못하면서도 말이죠.^^ 신기하게도 뭐라 명확하게 설명은 못하겠지만 『차이와 반복』을 읽으면서 『장자』가 이해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뭔가 동서양을 같이 공부하면 윈윈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ㅎㅎ 더군다나 튜터가 무려 정군샘이시잖아요! 이 기회를 어떻게 놓치겠어요.^^

 

오래도록 동양고전을 읽고 있어서 동양철학에 익숙하실 것 같고요. 서양 철학자들의 사유방법은 무언가 동양철학자들과는 다를 것 같은데, 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혹시 이런 사유방식의 차이가 서양철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동기가 되었나요?
토용 : 몇 년 동안 동양고전을 읽었지만 여전히 어렵습니다. 익숙하다고 느껴지는건 그냥 서양철학에 비해 좀 더 많이 읽고 들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동양고전은 같은 문화권이어서 그런지 그냥 받아들여지는게 있는 것 같아요. 다 옳으신 말씀 같고 딱히 반박할 것도 없는. 그렇지만 왜 그런지 논리적으로 생각을 하려고 하면 그게 또 잘 안되더라구요. 작년에 『차이와 반복』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이 굉장히 논리적이고 치밀하구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전 이번에 서양철학을 공부하면서 이런 논리적 사고를 배우고 싶습니다.

 

서양철학사에 나오는 철학자들의 사상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는 강의시간이 있나요?
정군 : 따로 계획된 ‘강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세미나’니까요. 물론 튜터가 있으니, 그 사람(저죠)이 그 동안 공부한 이야기들을 열심히 하기는 할 겁니다. 하하하.

 

가마솥 샘은 올해로 벌써 삼년째 철학공부를 하고 계십니다. 철학공부가 선생님의 삶에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만약 얻어낸 의미가 그리 크지 않으시다면, 그럼에도 철학공부를 지속하시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지요? 더불어 좀 더 원초적으로 서양철학 공부가 재미있으신가요?
가마솥 : 동양 문화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동양철학이 친숙한 것이 사실입니다. 도(道)나 기(氣)운의 흐름같은 형이상학적이 것은 그렇다고 치고, 가만히 들여다 보면 다소 당위적인 이야기가 많습니다. 군자는 @#$%^^&. 해야 한다. 여기에서 싸가지 없는 젊은 친구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하면 할 말없습니다. 나이를 먹고 기운이 딸릴수록 성질도 함께 사그라들어야 하는데, 그게 죽는 것 같아서 그런지 다스리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 칸트의 인식론을 읽고 나서, 아하! 그 친구는 나와 같은 ‘범주’를 가지고 있지 않구나......하고 생각하면, 멀찍이 떨어져서 사태를 ‘객관’으로 볼수 있습니다. 군자이니까 참아야 하느니라가 아니라, 나/그의 인식구조를 들여다 보면서 내 마음에 찌꺼기를 남기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살아 오면서 문득 드는 생각, 왜 사나? 나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들을 한쪽으로 치워 놓았는데, 이제 꺼내서 본격적으로 생각해 보는 재미로 소일해 볼까 합니다. 그래야 인생에 대해서 노(怒)하지도 허무에 빠지지도 않을 것 같아서요.

 

은퇴 후 문탁에서 본격적으로 세미나를 하시면서 선택한 공부가 서양철학이고, 이후 샘께서는 계속 서양철학을 공부하고 계십니다. 2년전에 하신 <서양철학사> 공부가 샘께서 계속 서양철학을 공부하시는데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가마솥 : 진행방식이 세미나 방식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처음 접하는 철학자들과 그들의 사상이었는데, 책에는 그 들의 중요한 주장이 원전과 비슷하게 실려 있습니다. 당연히 이해가 많이 부족하게 되죠. 세미나원들은 근대 철학자들의 원전을 읽어 본 사람들이어서, 그들의 원전 속에서 언급된 철학자들과 사상이 이 책에서 역사적으로 정리된 수준으로 나오니, 반갑고 그 동안의 이해에 옷을 입히는 좋은 시간으로 보였습니다. 생 초보한테는 힘든 시간이었는데 말입니다. 문장도 서양식(?) 문체를 처음 접하는 것이어서, 내가 벌써 난독증에 걸렸나? 싶었습니다. 분명 한글로 되어 있는데, 당췌 무슨 소리인지.....
그런데, 서양철학사 후반부에 가니 책이 좀 읽힙니다. 신기하죠? 이 추세이면 원전도 읽을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저에게 제대로 철학 입문하는 데 도움을 준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2년전 서양철학사 세미나를 했고 이번에 다시 하게 되는데, 2년전 세미나에서 아쉬웠던 점은 무엇이고 이번에 그 부분을 어떻게 보완하실 생각이신지 궁금합니다.
정군 : 일단, 2년 전 세미나는 반년 프로그램으로 계획했었기 때문에 조금 후다닥 지나간 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미나에 참여하셨던 분들 중에 서양철학에 익숙하셨던 분들이 많았고요. 반면에 이번에는 완전히 ‘입문’으로 컨셉을 설정했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을 많이 들여서 세미나를 진행해갈 계획입니다. 더불어 ‘철학사’뿐 아니라 입문자들이 철학 텍스트를 읽을 때마다 큰 어려움을 겪는 개념들을 공부하는 시간을 따로 가질 계획이고요. 그렇게 ‘철학사’와 ‘개념사’를 한꺼번에 공부해보려고 합니다. 세미나를 하면서 발제문, 후기 등을 열심히 쓰다보면 아마, 혼자서도 철학 텍스트를 읽어갈 수 있는 기초체력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합니다.

 

저는 철학자들의 저서(원전)를 읽고 철학사를 읽는 것이 훨씬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많은 원전을 다 읽을 수는 없지만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 반대로 철학사를 통해 서양철학에 입문하게 되었는데요, 어떤 식으로 공부하면 좋을까요? 철학자들의 요약 정리된 사상을 그냥 지식으로서 습득하기만 해도 될까요?
정군 : 앞에서도 여러번 말씀드렸지만, ‘서양철학사’는 철학자들의 사유를 요점 정리한 텍스트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 텍스트에서 중요한 건 앞선 철학자와 뒤이은 철학자가 펼친 사유들 사이의 관계입니다. 이 흐름을 파악할 수 있으면 원전을 읽을 때, 데카르트가 이래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구나, 하이데거에게 ‘존재’개념이 그렇게나 중요했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구나 같은 걸 알 수 있고요. 이런 감각을 가지고 원전을 읽는 것과 그것 없이 읽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요컨대 그 말을 하는 이유만 알고 있어도 그 말의 의미를 대부분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우리가 일상어로 사용하는 말들 중 꽤 많은 말들이 철학적 함축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무언가를 움켜쥔다’는 의미의 ‘개념(concept)’, 또는 ‘그것의 실체가 뭐냐’라고 물을 때의 ‘실체’, ‘현상을 가능하게 하는 본질’이라고 할 때의 ‘현상’과 ‘본질’ 같은 것들 말입니다. ‘철학사’ 안에서 이런 개념들이 어떤 탄생, 어떤 변천을 겪어왔는지 알 수 있는 여러 단서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단서들을 토대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말들의 계보를 그릴 수도 있고요. 그렇게 되면 보다 정확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어쩐지 너무 많은 약속을 하는 것 같아서 좀 ‘아차’ 싶기는 합니다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

 

이 좋은 공부를 함께 하실 선생님들을 기다립니다. 신청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셔서 안내에 따라 댓글을 달아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2
  • 2023-02-15 14:45

    "어쩐지 너무 많은 약속을 하는 것 같아서...." ㅎㅎ 몸이 두 개면 서양철학사도 다시 같이하고 싶은 일인입니다. 대체로 정군샘의 약속은 많이 지켜졌어요. 정말입니다. ㅎㅎ

  • 2023-02-15 17:09

    긴급함이 느껴집니다. ㅎ 재미와 보람 보장합니다. 재미는 정군샘에게서 보람은 참가하시는 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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