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철학학교 시즌3] 스피노자 정치론 1,2장 후기

아렘
2023-08-25 00:13
413

   정치론 첫 시간은 비교적 수월하게 지나갔다고, 그래서 무려 10분이나 일찍 끝났습니다. 서로간 질문들이 겹치는 부분이 많았고, 아울러 이견을 보이는 부분에서도 대체로 읽었던 에티카를 참조한 덕분에 어느 정도 합의점에 도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 세미나에서 참으로 드문 경험이었습니다. 생각이 하나로 모이면 경계해야 하는데…

 

그냥 지나쳤지만 2장의 1절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신학정치론>에서 우리는 자연적 권리와 정치적 권리에 대해 다루었다. 그리고 <윤리학>에서 우리는 무엇이 죄이고 무엇이 공적인지, 무엇이 인간의 자유인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이 책과 가장 관련이 있는 것들을 다른 곳에서 찾아볼 필요가 없도록 그것들을 여기에서 다시 설명하고 엄밀하게 증명하려고 한다.”

 

정치론을 읽었지만, 바탕은 에티카와 신학정치론에 있음을 의미하고, 두 책에서의 주장이 유의미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데 어느정도 합의가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세븐샘께서 정치론에서 확장되는 부분을 잘 설명해 주시기도 하셨지만, 대체로 우리는 스피노자의 생각이 정치론에서도 유의미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데 합의 한 것 같습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것은 ‘자연상태’에 대해서였습니다. 홉스에게는 이것이 야만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직접 읽지는 못했지만, 제가 이해하고 들은 바도 그렇습니다. 스피노자의 자연상태와의 차이를 구별하는데 많은 이야기가 오고가는 와중에 제가 슬며시 딴지를 걸었습니다. 홉스의 자연과 스피노자의 자연이 뜻 자체가 다른 데서 기인한 차이이고, 이는 시선의 차이일 거 같다는 대체로 차이점 보다는 비슷한 점이 많다는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번역자 선생님의 주석을 통한 구별짓기에 슬며시 딴지를 거느라 제가 좀 바빴습니다.  호수샘께서 스피노자의 자연은 ‘신 즉 자연’의 바로 그 자연과 다른 것이 아니다라고 적절하게 지적해 주셨고, 요요샘은 깨알 비교를 해주셨고, 이를 정군샘이 표로 만들어 화면 공유해 주셨습니다. 결국 우리가 이른 곳은 스피노자의 자연은 ‘자연상태’, ‘자연권’이라는 용법에서도 스피노자 식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데 이른 것 같습니다. 결론은 스피노자는 웬만해서는 ‘한입으로 두말 안한다’ 였습니다.

 

‘한 입으로 두 말 안한다’를 계속 이어보겠습니다.

 

에티카에서는 역량 = 이성의 경지가 있는데 이게 정치론에서 권리로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세븐)

에티가 찾아보니 에티카에서도 권리라는 말이 비슷한 맥락에서 쓰인다. 스피노자 지독하다. (아렘)

그거 내가 에티가 할 때 질문했잖아 (요요) …. 그래서 이른 합의점이…

 

‘이성 = 법, 이성에 의해 = 법에 의해가 되는 경지가 정치론이다’ 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을 들여 ‘죄는 국가 안에서가 아니면 생각될 수 없다’는 문제적인 말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여기서도 대체로 스피노자의 자연상태를 거쳐서,  ‘인간 본성의 모형’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정서에 끄달릴 수 밖에 없는…인간의 기본값에 대한 논의를 거쳐서 대부분 수긍할 만한 합의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2장의 마지막이었던 24절의 주석 관련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있었습니다. ‘깨알주석으로 우리를 안내하던 번역자의 주석이 이번에는 너무 무성의했다. 에티카를 살펴보니 선악/상벌/미추처럼 칭찬과 비난도 우리 인간이 처한 기본값에서 나온 불가피한 혹은 유용한 편견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살펴야 할 것 같다’는 저의 저렴한(이야기가 너무 큽니다) 해석과 에티카에서 칭찬과 비난이 나오는 내용을 조목조목 찾아서 깨알 해설을 해주신 요요샘의 고급진 해설보다, 정군샘의 해설이 압권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건 스피노자 잘못이다. 다른 절에 비해서 지나치게 짧다. 미완성인 것을 고려하면 이 부분을 쓰던 중에 누가 찾아와서 쓰다 말아서 이 모양이다. 스피노자가 더 썼어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군샘 해설이 탁월한 것 같습니다. 저는 번역자보다는 나은 해석을, 요요샘은 깨알 증거를 들이대는 명석판명한 해석을, 정군샘은 한번에 전체를 꿰뚫는 해석을 하신 듯 합니다.

 

에티카를 같이 읽은 그간의 애씀이 같이 녹아든 덕분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범위가 고작 20여쪽에 불과해서 그런지 수월했던 첫 시간이었습니다만 행복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범위는 짧을수록 좋다를 실감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다음주 분량은 좀 거시기 합니다. 에세이 쓸 시간을 벌고자 다음주는 238쪽까지 읽고 만납니다.  다음주에 만나요.

 

참 정군샘은 표 좀 올려주셔요…

 

 

댓글 5
  • 2023-08-25 07:28

    여기요~~

    IMG_5146.jpeg

  • 2023-08-25 13:22

    지난 세미나의 요점을 족집게로 집어놓은, 그러면서도 결코 저렴하지 않은 후기네요.
    물 흐르 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쾌한 아렘샘의 글은 늘 부러운 부분입니다.
    <정치론>이 <윤리학>보다 한결 수월하진 건 사실이지만 홉스의 사회계약론 등 배경 지식이
    필요하고, 새로운 개념의 등장 등으로 스피노자의 글 읽기는 쉽지 않네요.
    거기에다 (2장 24절에서 처럼) 스피노자의 결정적인 실수(?)까지. ㅎㅎ
    정군샘의 말처럼 자연상태에서 사회상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의 정서(칭찬과 비난)로
    일견 필요한 장치인 것 같으면서도 뭔가 스피노자의 인간미가 드러난 것 같기도 하구요.
    "24절 자체로 봐선 스피노자가 너무 성의 없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다시) 쓰려고 했겠죠.
    최종 마감을 잘 못한 것 같다. 쓰다가 잉크가 떨어졌겠지...." 등등
    어쨌든 예정보다 10분 일찍 끝난 건 나쁘지는 않네요.

  • 2023-08-26 08:07

    저는 <정치론> 앞부분에 놓인 공선생님의 해제가 좋았습니다. 아주 깔끔하게 정리를 해놓아서 잘썼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제의 역주들도.. 하하하 2장 24절의 역주에 대한 아렘샘의 문제제기가 떠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친절한 역주가 많아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정치론>을 읽으며 <에티카>를 다시 복습하게 되는 효과도 있네요.
    어떤 정치사상도 나름의 형이상학이 있을텐데, <에티카>에 이어 <정치론>을 읽으니 그 관계를 제대로 실감할 수 있다는 점도 좋고요.
    <신학정치론>을 같이 읽었다면 더 좋았겠다, 살짝 아쉽기도 하지만, <정치론>이 스피노자의 마지막 저작이니만큼.. (끝이 보입니다!^^) 남은 시간에도 힘을 내어 보아요..^^

  • 2023-08-28 16:43

    샘들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니 혼자 읽었을 때보다 스피노자의 논리 구조가 더 선명해지는 느낌이었어요. 사인의 덕으로서 윤리학과 집단의 배치로서 정치학, 역량 또는 힘으로서 권리, 윤리적 개인을 인도하는 이성과 집단의 이성을 구현하는 법. 말 그대로 법치주의의 이상을 말하는 듯한 스피노자의 논의를 촘촘히 따라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읽는게 느려서 다 읽어갈 수 있을지가 걱정이네요.

  • 2023-08-30 21:33

    지난 세미나 최고의 교훈은... 진도는 20쪽 남짓 읽는 게 가장 행복하다는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또 망상 한가지가 생겨나죠. '매주 20쪽 읽는다면 공부를 훨씬 더 꼼꼼하게 할 수 있을텐데...'라고 말이죠. ㅎㅎㅎ 우리 모두 알다시피 조금 읽는다고 또 그렇게 막 열심히 하거나 깊이가 깊어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쵸? ㅋㅋㅋ
    이번주 나갈 부분을 읽는데 어쩐지... 스피노자도 스피노자지만 저는 몇년 전부터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마키아벨리가 궁금해집니다. 그에 더해 마르실리우스까지 읽는다면 더 좋을 것 같고요. 두번째 교훈이네요. 공부를 하면 할수록 공부할 게 늘어난다. (그래서... 함부로 공부하고 그러면 안 된다고 선배들이 그랬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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