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철학학교] 시즌1 8주차『정념론』질문과 메모

정군
2023-04-20 00:02
324

댓글에 메모와 질문을 올려주세요!

댓글 11
  • 2023-04-20 00:29

    데카르트는 '여섯가지 기본정념'으로 '경이, 사랑, 미움, 욕망, 기쁨, 슬픔'을 들고 있습니다. 정념의 종류는 매우 다양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모두 그 여섯가지 정념의 조합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저는 오히려 '기본 정념'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경이'와 '욕망' 두 가지만 있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까, 사랑과 미움, 기쁨과 슬픔은 '경이'와 '욕망'의 파생태들이고, 나머지 정념들은 그것들의 파생태들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2부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 듯 합니다. 앞쪽의 '영혼의 정념들', 96항 이하의 '신체의 정념적 매커니즘'에 관한 부분으로요.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덕의 훈련'을 통해 '정념의 통제'에 이르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건 말하자면 '수동(정념)'을 '능동(의지)'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일텐데요. 뜬금없이 등장하는 이 '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것이 이른바 '좋은 것'이라고 하는 어떤 덕목들이라고 한다면, 그 역시도 이미 우리에게는 '사랑하고, 미워하고, 기뻐하고, 슬퍼하는' '정념적인 것'으로서 '수동'일테니 말입니다. 147항에서 '그것은 정기의 운동에 의존하는 정념과 다르다'고 이야기 하는 걸 보면, 데카르트 자신도 이 문제를 의식하고 있었고 거기서 빠져나오고자 '영혼의 특별한 힘-지적 기쁨'(137쪽)을 가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말하자면 그에게 인간의 '자유의지'는 전제되어 있는 것이고, '정념론'이 만약 윤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의 '윤리적 목표'는 '자유의지'의 올바른 사용이라고 봐야할 겁니다. '자유의지'가 있는지 없는지는 일단 둘째치고, 전개되는 논의(신체 매커니즘과 영혼의 정념의 관계 등등)의 참신함에 비춰 지나치게 평범한 결론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시 말해, '신체 매커니즘'에 관한 이야기를 제외하면 스콜라 철학적 윤리학을 반복하는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 2023-04-20 00:51

    정념론 2부는 그야말로 아무말 대잔치입니다. 신체로부터 생기는 정념들의 근원을 신체 현상으로 환원해 보려는 와중에 나오는 데카르트의 말들은 눈뜨고 보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그런데요…(이거 요요샘 흉내입니다.) 지금의 우리라고 나은 상황일까요? 영혼실체가 연장실체(신체)와 만나면 정념이 생깁니다. 데카르트는 이 정념을 연장실체인 신체로부터 생긴 것으로 여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정념의 발생과 근거를 신체에 입각해 설명하려는 그의 시도는 충분히 과학적입니다. 정기라는 다분히 가설적인 개념에다가 측정 가능한 도구(육안, 칼 및 맛)들을 활용해 기쁨, 슬픔, 미움, 사랑의 신체적 기원과 현상을 심장, 폐, 뇌를 위주로한 장기들 및 혈류량와 혈압 같은 것들로 환원해 밝히려고 하고 있으니까요. 이를 현대에 진행되고 있는 첨단 과학들이 (분자생물학이나 신경과학 등등…) 어떤 레벨에서는 국소성을 가정하고 어떤 레벨에서는 네트워크를 가정하면서 첨단 도구(fMRI를 위시한 보다 진보된 도구들)들을 이용해 작업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여전히 영혼이란 것을 측정했다고 아니면 장소가 특정되었다고 하는 일은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다. 지난 시간 세션샘이 언급하셨듯이 그저 네트워크 수준으로 파악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증거들이 보충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혹시나 후세가 볼때는 지금 우리의 발견들을 보고 아무말 대잔치라고 하지 않을까요? 아무튼 2부는 경우에 따라서는 읽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지만 시도와 방법이 터무니없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질문입니다. 147항에서 뽑아 보았습니다. 아내를 여의는 일이 발생할 때와 책이나 극장에서 괴이한 탐험을 볼 때 두 가지 예를 들면서 우리는 정념의 작용에 불가피하게 휩쓸리지만 영혼의 내적 동요(일종의 정념이 아니라 영혼의 작용쯤 되겠습니다.)는 다르게 펼쳐질 수 있다는 주장합니다. 탐험은 그렇다고 쳐도, 아내의 사망에서 기뻐하는 영혼의 동요는 대체 어느 심급에서 나오는 경지일까요? 아내의 죽음에서 정념적인 기쁨이나 슬픔이 아닌 지적 기쁨을 느끼는 경지는 도대체 어디일까요?

  • 2023-04-20 07:23

    ‘방법서설’ 5부와 비슷해보이지만 영혼과 정기의 운동의 연계가 조금 더 자세하다. 특히 사랑, 미움, 기쁨, 슬픔, 욕망 등 다섯가지 정념에서 피와 정기의 운동을 이야기한다. 사랑은 풍족한 상태의 심장의 피, 미움은 심장 열기의 불균형, 기쁨은 심장 안에서 생산하는 피의 균등과 섬세함, 슬픔은 신경축소와 심장으로 절제하는 흐름, 욕망의 정기는 신속함과 다량 등 그런대로 수긍이 간다. 전체적인 정념의 몸에 관한 설명 방식은 비장, 간, 위, 장 등의 몸속 장기와 심장, 뇌에서의 피의 흐름이고 이 운동의 근본적인 원인은 생명의 원리인 심장의 열이다. 열은 피를 통해 전달되고 그로 인해 뇌로부터 정기가 온몸으로 전달된다. 즉, 열-피-정기-영혼으로의 설명.

    굳이 데카르트 형이상학에서의 실체론을 가져와 비판하고 싶지 않다. 형이상학은 연장과 사유의 분리를, 자연학은 몸과 영혼의 결합을 설명한다고 이해된다. 결합된 몸과 영혼의 연결에 대한 데카르트의 설명들이 나름 역동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이런 데카르트의 행보(?)가 특이해 보여 흥미가 간다. 보통은 자신의 형이상학에 자연학을 꿰어맞추려 할 것 같은데 데카르트는 형이상학자로서도 자연학자로서도 충실해 보인다. 오히려 이런 데카르트의 시도는 혹시 철학과 자연학이 점점 엄격하게 분리되어갈 징후의 시작 같은 건 아니었을까?

    질문ㅡ근데 메모와는 달리 2부를 다시 읽으면서 점차 묘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뇌피셜이지만 정념을 통해 '몸과 영혼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정념으로 '영혼의 두가지 존재 방식'을 이야기하는 느낌말이다. 몸의 피와 정기로 연결된 영혼과, 단독적으로 자신 자체의 작용으로 존재하는 영혼. 이 두 영혼을 설명하면서 극단적으로 말하면 사실상 연장 실체는 사라지는 느낌, 혹은 몸은 있다해도 영혼을 유지하기 위한 부속물같은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연장 실체와 사유 실체의 결합 비율이 1:1이 아니라면 이걸 결합이라고 할 수 있을까?

  • 2023-04-20 07:43

    63항 자기만족과 뉘우침 중
    “그리고 우리 자신에 의해 이루어진 좋은 것은 모든 정념 가운데서 가장 감미로운 내적 만족감을 준다.” -> 매슬로우의 욕구이론

    85항 매력과 혐오에 대해
    “왜냐하면 감각에 의해 영혼에 오는 것이 이성에 의해 영혼에게 표상되는 것보다 더 강하게 영혼과 접촉하고, 또한 매력과 혐오는 일반적으로 진실을 덜 지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정념들 가운데 매력과 혐오가 가장 기만적인 것이며 가장 조심스럽게 경계해야만 하는 것들이다.” -> 샐럽에 대한 과도한 찬사, 각종 혐오문제(난민, 가난, 성소수자 등등..)

    90항 매력에서 생기는 욕망은 어떤 것인가
    “그러나 제일 중요한 종류의 매력은 또 다른 자신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되는 어떤 한 사람 안에 있는 것으로 상상하는 완벽함에서 오는 매력이다.” -> 사랑에 대한 정의

    데카르트의 정념론은 처음 읽을 때는 지루했지만, 다시 읽을 때는 표현이 흥미롭고, 전개가 논리적이고, 내용이 상식에 부합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동안 데카르트를 동물 기계론을 주장한 기괴한 철학자로 인식한 것은 저의 오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데카르트의 본고장이자 철학이 교육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하는 프랑스에서는 데카르트의 위상이 어느 정도일까요?

  • 2023-04-20 11:52

    1. 동물기계론의 입장에서 볼 때 동물의 정념은 기계적인 운동에 의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정념이 과도할 수 있는 것은 왜 일까요? 각 개체의 차이로 인한 것일 터인데, 기계에게는 역사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진화론적 설명이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이점에서 데카르트의 정념론은 한편에서는 자연학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신학적인 것 같습니다. 데카르트의 정념론을 읽다 보니 인간의 감정을 진화론적으로 설명하는 방식과 기계론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의 차이를 인식하게 되는 효과가 있는 것 같군요.

    2. 129항에서 눈물을 설명할 때 증기가 물로 변하는 기상학을 가져 옵니다. 데카르트에게 기상현상으로서의 비와 인간의 눈물이 같은 현상이라는 것이 정말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이 모두는 같은 물질일 뿐이라는 것, 정말이지 인간의 몸에서 어떤 예외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느껴집니다. 데카르트가 보는 자연은 동일한 물질의 운동, 연장의 세계이지 않을까 싶은데 이런 생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3. 133항 아이와 노인의 울음에서 어떤 노인이 불화 앞에 자주 운다면 그것은 몸의 배치가 아니라 정신의 기질 문제라고 합니다. 그리고 연약한 사람에게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합니다. 저는 이런 관점에서 기계론이 가진 우생학적 관점이 엿보인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아이와 노인을 예로 들었지만 여성이 잘 우는 이유 또한 연약함 혹은 여성공통의 정신의 기질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간단합니다. 기계론은 역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요인 역시 배제됩니다. 이렇게 읽어도 될까요?

  • 2023-04-20 12:49

    늦어서 죄송합니다.

    정기는 판단 능력을 지니는가?

    86항. 욕망이라는 정념은 영혼에게 적절한 것으로 표상되는 것을 미래를 위해서 영혼이 원하도록 영혼을 배치시키는 정기에 의해 야기된 영혼의 흔들림이다.(89)

    86항을 보면 정기는 (마치 그 자체로 사유 실체이기도 한 것처럼) 판단도 하고 영혼을 안내하기도 한다. 하지만 데카르트철학에서 연장 실체에 속하는 정기가 스스로 판단을 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아마도 이 판단의 주체는 신 또는 자연일까?(50쪽. “정기는 이 샘 안에서 특별한 운동을 일으키게 되기 때문인데, 이 운동은 영혼이 정념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 자연이 설립한 것이다”).

  • 2023-04-20 13:28

    메모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질문은.......
    79항, 사랑과 미움의 정의에서,
    "....(중략) 이러한 판단들이 몸에 의지하지 않고 영혼안에서 불러일으키는 동요를 몸에의존하는 사랑과미움의 정념으로부터 구분하고자 한다"
    의 의미가 분명하게 읽히지 않네요.
    데카르트는 1부에서 독립된 신체와 영혼의 결합을 꾸준히 시도하는 것으로 읽히고, 79항에서도 "사랑은 정기의 운동에 의해 야기된 영혼의 동요"로서.....라는 언명에서 보듯이 '정기'로서 신체와 영혼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문장은 무슨 뜻인지......

  • 2023-04-20 13:43

    ‘욕망은 무엇보다 ‘정념’인데, 144항에서 ‘우리에게 의존하는 욕망’으로서의 욕망은 덕으로서의 자유 의지로 읽히는데, ‘덕’과 ‘자유 의지’와 ‘욕망’의 관계도가 좀 선명하지 않습니다.

  • 2023-04-20 14:43

    질문
    68항. 영혼이 경이로워하고 좋아하고 희망하고 두려워하는 힘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자신 안에 각각 다른 정념을 받아들이는 힘을 지니고 있으며, 그 정념들이 영혼을 밀어붙이는 작용을 하게 하는 힘을 지니기 때문에, 나는 이전 학자들이 왜 정념들을 모두 육욕이나 화에 연관시키려 했는지 알 수 없다.

    문장 해석이 안 되네요.. 여기서 데카르트는 자신이 이전 정념을 썼던 저자들과 다르다고 하면서 하는 말입니다. 설명 좀 해주세요.

  • 2023-04-20 15:16

    106항 욕망의 상태에서
    욕망이라는 정념과 의지를 같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떤 좋은 것을 얻거나 어떤 나쁜 것에서 피하려고 하는 의지'와 욕망은 같은 건가요?
    86항의 욕망이라는 정념은 영혼에게 적절한 것으로 표상되는 것을 미래를 위해서 영혼이 원하도록 영혼을 배치시키는 정기에 의해 야기된 영혼의 흔들림이라는 말도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배치시키는 정기' 이런게 가능한가요?

  • 2023-04-20 15:43

    질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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