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6 성찰 후기_성찰이 끝나기는 했는데....

봄날
2023-04-10 14:53
445

세상에나, 형은샘의 정념론 요약이 벌써 올라왔어요. 화들짝 놀라 후기를 쓰려고 앉기는 했는데 두시간 반 동안 오고간 이야기가 왜 이리 생각이 안날까요?

 

<제5성찰>은 그의 요약설명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취해진 물체적 본성이 설명되는 것 외에 새로운 근거에 의해 신의 현존을 증명하는 부분'입니다.  다시 한번 신증명을 하면서 데카르트는 삼각형과 산과 골짜기를 예로 듭니다. 매번 나오지만 나올 때마다 조금씩 방점이 바뀌는 삼각형. 여기서는 우리가 삼각형을 상상할 때 그것의 현존과 관계없이 불변하고 영원한 어떤 본성 혹은 본질 혹은 형상이 있고, 이것인 내 정신에 의존하는 것도 아니다, 삼각형은 언제나 명석판명하게 지각되며, 마찬가지로 신도 내 안에서 확실하게 현존한다고 데카르트는 말합니다.  그리고 산과 골짜기의 비유를 들어 신이 현존하지 않으면서 사유할 수 없는 근거를 설명합니다. 즉 산이 골짜기와 분리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산과 골짜기가 어딘가에 현존한다는 것은 따라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신의 경우는 '신이 현존하지 않는다면 내가 신을 사유할 수 없다는 사실로부터,  현존은 신과 분리할 수 없다는 것, 그러므로 실제로 현존한다는 것이 따라나온다'고 하지요.  현존없이 신을 사유하는  것은 내 자유가 아니라고. 왜냐 하면 신은 완전한 존재자이고, 최고의 완전성은 현존까지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면서 안셀무스의 증명과 자신의 증명을 혼동하지 말라고 하는데요, 안셀무스가 신의 현존을 전제로 하므로 (당연하게)신증명을 하는 것과 달리 자신은 사물의 필연성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 거였겠지요?(하지만 여전히 아리송...)

그러고 보니 세션샘이 질문했던 내용, '현존'은 신의 완전성에 포함되는 것인데 현존을 하나의 양태로 본다면, 개념상의 현존과 실제의 현존의 차이는 어떻게 설명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제야 저도 의문이 드는군요.^^;;

재선샘의 요약이 잘 되어 있는 걸 새삼 느꼈네요.  "우리가 명석판명하다고 판단한 지식을 우리는 어떻게 매번 확신할 수 있나? 우리가 주의깊게 삼각형의 속성을 따져보면 삼각형에 대한 확실한 인식을 가질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 정신은 언제가 집중할 수 없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판단력이 흐려지거나 기억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류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물질적 사물들에 대산 지식의 확실성, 진리성을 확보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오직 신의 존재, 신에 대한 참된 인식을 통해 가능하다. 모든 외부 사물은 제일원리인 신에게 의존한다. "(모두 동의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맞는 말을 하기는 한다...뭐 이런 분위기였지 않나요?)

 

<제6성찰>은 본격적으로 정신과 신체의 실제적 구별로 갑니다.  데카르트는 정신의 작용을 상상작용과 순수지성작용으로 구분하고, 이중 순수지성작용은 사유하는 실체로서 인간의 사유작용이니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상상작용인데, 상상은 정신 바깥의 무엇이 있어야 가능하므로 여기에서 물체의 현존이 필요해지게 됩니다. 우리가 상상을 통해 외부의 무엇을 아는 것은 감각이나 정념을 통해서일 겁니다. 데카르트는 이 감각이나 정념은 사유의 수동적 능력인데, 이것은  나의 밖에 있는 어떤 능동적 능력의 실체 안에 있는 것입니다.  이 관념들로서의 감각은 앞의 신존재 증명처럼 물체가 현존해야만 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다들 따집니다.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은 사유실체와 연장실체로 나누고 이들이 서로 의존하지 않는다고 해놓고  6성찰에 와서 이 둘이 결합되어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고 말하냐(여울아)...'물질적 사물의 현존'과 '정신과 신체의 실재적 구별'을 다루는 것은 신존재 증명 없이 두가지를 검토하는 데 애로가 있다, 결국 그의 관념론과 심신이원론이 가진 한계를 드러내는 것 아니냐(요요)... 신은 사유하는 능력을 인간에게 부여하고 물질세계를 창조했는데, 신이 왜 이 세계를 창조했냐? 만약 목적이 있다면 완전성으로서의 신은 자기모순에 빠진다(정군)....나는 데카르트에게 좀 실망이다, 정신과 신체를 분리하고(물론 결합하지만) 신체를 정신의 하위개념(심지어 기계정도로 폄하)으로 보고 있는 거 아닌가?(가마솥) 등등..... 데카르트 이후의 철학과 철학자를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당대 '사유하는 주체'로서의 인간을 구축해낸 그의 위대함, 혹은 특수함에 대해 계속 물음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만...

 

성찰을 다읽은 우리에게 어느 편에 설 것인지를 고르라고 해놓고 아렘샘은 스윽 빠져나갔습니다. 데카르트1(영혼불멸과 신의 미망에 사로잡힌 그)과 데카르트2(기계론과 자연학의 위대한 스승?) 중에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며....이거야말로 데카르트의 <성찰>에서 제일  어려운 질문인 것 같습니다. 제가 아렘샘을 대신하여 다시 질문한다면 여러분은 1번과 2번, 어디를 찍으시렵니까?ㅎㅎㅎ

 

 

댓글 6
  • 2023-04-11 13:28

    영혼이나 신존재에 관한 문제는 데카르트의 철학에서 부차적인 것으로 느껴진다는 데 동의합니다. (아렘샘 말씀이었나요?)
    그가 신학적인 주제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두었던 사람은 아닌 것 같구요. 심신이원론, 신의 완전함과 같은 개념들은 엉뚱한 것 같지만 읽는 도중에는 묘하게 설득이 되면서도 특유의 글쓰기와 사유방법에 감탄하게 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데카르트는 (기계론과 자연학은 모르지만) 근대를 연 철학자로서 합당한 인물이라는 데 한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그리고 요약문은 민망한 수준은 피하려고 나름 열심히 썼는데 의미전달은 되었나 보네요ㅎㅎ

  • 2023-04-11 17:31

    신체와 정신의 분리 호합은 정념론에 오니까 몸과 영혼의 결합으로 전개되어 나가네요.....정념을 연결고리로....
    플라톤의 이원론을 어떻게든 결합론으로 비판하려는 것처럼 읽히네요...

  • 2023-04-11 18:10

    신에 진심이었음은 부인하기 어려워보이지만, 2번 안경을 끼고 읽어야 글이 잘 읽히는 묘한 경험이었습니다. 동의/부동의를 떠나 대체로 근/현대의 분기점이라 일컬어지는 데카르트 원전을 읽고나니 오래 끌었던 부채를 청산하는 기분이 듭니다.

    봄날샘은 제 질문을 일깨워주시면서 답은 안쓰셨네요 ㅎ

  • 2023-04-11 19:39

    저는 <방법서설>과 <성찰>이 도착한 곳이 '물질적 사물의 현존'과 '정신과 신체의 실재적구별'이란 걸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아렘샘 나가고 나서 우리 세미나의 분위기는 대충 2번 데카르트로 기우는 듯했다는 후일담 전합니다.ㅎㅎ
    <정념론>을 폈는데.. 이번주 세미나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참으로 궁금해지는군요.^^

  • 2023-04-12 13:51

    드디어 [성찰]을 다 읽었군요! 앞에 읽은 [방법서설]과 더불어서, '우리가 사는 세계', '우리가 아는 철학'이 이렇게 태어났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그런 점에서 대단히 의미있었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1의 데카르트나 2의 데카르트나 모두 긍정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실제 역사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지만, 그런 양면성 덕에 '모든 것'을 낱낱이 다 밝히려고 하면서도, 이른바 '영성'의 근거도 데카르트 속에서 마련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으니까요.

  • 2023-04-12 23:56

    전 데카르트가 '성찰'이란 책에서 하고싶었던 진정한 이야기는 '인간은 사유하는 존재야'가 아니라, '사유하지 않고 고뇌하지 않는다면, 넌 인간이 아니야' 일 거라고 생각하기를 좋아했었는데요. 그건 그냥 데카르트에 대한 제 바램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번에 읽은 아주 단순한 느낌은 '난 생각이란 걸 할 수 있는 존재야. 그러니 나에게 아무말이나 지껄이고 나를 현혹시키려 수쓰지마!' 였습니다. 데카르트는 여러면에서 비판도 많이 받고 있지만, 아주 현실적으로는, 생각이 무지 하기 싫은 지금의 저에겐 '다시 한 번, 생각으로' 로 돌아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권유인 듯 해서 잠시 멈춰볼 만 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어떤 철학자든 공부하면 너무 대단해 보이는 게 사실이니까요. 늘 읽고나면 제 버릇 개 못주고 대충 아무렇게나 읽고 휙 치워버린 것 같아 아쉽네요ㅠ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809
[2024 철학학교 시즌2] 순수이성비판 : 선험적 변증학 읽기 모집 (2)
정군 | 2024.04.09 | 조회 109
정군 2024.04.09 109
808
[2024철학학교1] 시즌 1 마지막 시간, 방학이다! (3)
진달래 | 2024.04.09 | 조회 150
진달래 2024.04.09 150
807
[2024 철학학교 1] 순수이성비판 8주차 질문들 (9)
정군 | 2024.04.02 | 조회 117
정군 2024.04.02 117
806
8주차 번외 질문 (3)
아렘 | 2024.04.02 | 조회 82
아렘 2024.04.02 82
805
[2024 철학학교1] 7주차 후기: 시즌 1이 거의 끝나갑니다. (7)
아렘 | 2024.03.29 | 조회 140
아렘 2024.03.29 140
804
[2024 철학학교 1] 순수이성비판 7주차 질문들 (10)
정군 | 2024.03.27 | 조회 115
정군 2024.03.27 115
803
[2024 철학학교1] 6주차 후기: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0)
휴먼 | 2024.03.24 | 조회 164
휴먼 2024.03.24 164
802
[2024 철학학교 1] 순수이성비판 6주차 질문들 (9)
정군 | 2024.03.20 | 조회 178
정군 2024.03.20 178
801
[2024 철학학교 1] 5주차 후기: 쪼그라든 상상력, 불어난 통각 (7)
세븐 | 2024.03.15 | 조회 216
세븐 2024.03.15 216
800
[2024 철학학교 1] 순수이성비판 5주차 질문들 (9)
정군 | 2024.03.13 | 조회 162
정군 2024.03.13 162
799
<2024 철학학교1> 4주차 후기 (8)
세션 | 2024.03.10 | 조회 203
세션 2024.03.10 203
798
[2024 철학학교 1] 순수이성비판 4주차 질문들 (10)
정군 | 2024.03.06 | 조회 262
정군 2024.03.06 262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