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철학학교 시즌1> 근대철학 0302 첫번째 세미나 후기

세션
2023-03-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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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일, 복수초와 8일 남은 프로야구 시범경기와 함께 <2023 철학학교 시즌1> 근대철학 셈나가 시작되었습니다. 튜터샘을 포함해 올드 멤버 아홉 분의 샘들과 뉴페이스 세 분의 샘들, 모두 열두 분이 함께 했습니다. 새로 오신 형은샘, 재선샘, 스르륵샘 반갑습니다!!!! 환영합니다!!!! 함께 재밌는 셈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랜만의 셈나이기도 하지만, 철학이 낯선 분야라서 그럴까요? 고백하건대 사실 전 늘 셈나가 좀 어렵습니다. 쌤들의 화려하고 현란한(응?) 말씀들도 결코 알아듣기 쉽진 않고요ㅋ. 특히 저같이 정신이 자주 나갔다 오는 사람은 잠시만 한눈을 팔면 뭔 이야긴지 바로 길을 잃고 마구 헤맵니다. 뭐 등등… 하여 <차이와 반복>이 아니어도 철학셈나는 늘 ‘난이도 상’에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면이 분명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요. 혹시 새로 오신 분들이 낯설게 느끼신다면 전 매번 매시간 셈나 때마다 항상 그렇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정신없음’이 디폴트인 듯ㅎ 뭐 별 뾰족한 수는 없는 것 같고 걍 차분히 읽고 집중해 셈나에 귀기울이는 수밖에 없겠죠. 제가 ‘차분히’를 이야기한다는 게 좀 우습긴 하지만요^^

 

첫 셈나인 만큼 오늘의 책은 데카르트 개론서인 김상환 선생님의 <근대적 세계관의 형성>이었습니다. 그런데 읽고 보니 이 책은 데카르트의 직접적인 개론서라기 보다는 근대적 세계관이 형성되어가는 과정을 데카르트와 헤겔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책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반적이고 보편적인 데카르트에 대한 해설보다는, 저자의 독특한 관점으로 재해석한 다소 낯선 데카르트가 펼쳐져 있었죠. 특히 1부 4장에 가면 작년과 올 초 들뢰즈와 칸트를 읽은 올드 멤버들에겐 적잖이 당황할만한 도발적인 주장들이 마~니 담겨 있습니다. 들뢰즈와 칸트가 비판한 데카르트의 ‘실체’를, 저자는 기막히게도 도리어 들뢰즈나 칸트가 주장했던 초월론적 평면이론의 핵심,혹은 그 시작이라고 뒤집어 설명하니까요. 더 나아가 우리가 흔히 이성철학의 본산으로 알고 있던 데카르트의 철학을, 데리다까지 끌고 와 이성의 ‘분열’의 시작으로 확 엎어 버리는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 부분 정군샘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니 아주 오래전 ‘광기의 역사’ 읽었을 때 푸코와 데리다의 논쟁에 관한 이야기를 언뜻 들었던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내용이 내용인만큼 4장에 해당되는 내용들에 대한 논의가 좀 길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읽을 원전에서는 일단 들뢰즈나 칸트이야기가 많이 나오진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작년 공부한 게 있어서 문득문득 비교되는 것들은 있을 수도 있지만요. 저의 개인적인 희망이라면 데카르트의 원전(특히 ‘성찰’)을 충실히 읽고 그 이전의 스콜라 철학이나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알아보는 것인데요. 중요한 철학사적 맥락은 아마도 ‘박식’의 끝을 보여주는 우리의 튜터샘께서 도와주시리라 믿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1부 4장에서 논의되었던 내용들이고요, 그 밖의 질문들은 과학혁명 부분에서 몇몇 질문들이 있었고, 역시 데카르트인 만큼 물질-공간-연장의 개념, 사유실체와 속성으로의 환원 가능성에 대한 의문, 그리고 새로 오신 재선샘과 형은샘의 칸트의 ‘사유하는 나’나 칸트에서 시간의 문제에 대한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추가 질문이 있거나 이해가 잘 안 갔던 부분들은 댓글달아 주시면 모두들 친절하고도 진지하게 답해주시니 맘껏 서로를 괴롭힙시다!! 올해도 철학학교는 매우 재밌을 예정입니다. 적어도 저는 들뢰즈에서 스탠스를 재빠르게 바꾸어 바로 데카르트-스피노자-라이프니츠로 빙의해 공부할 생각입니다. 말리지 마시길ㅎㅎ. 모두 홧팅!!입니다.

댓글 12
  • 2023-03-03 12:59

    세션샘! 복수초를 만나셨나 봅니다.(부럽^^) 저는 며칠 전 테레비에서 잠깐 비춘 것을 보았을 뿐이랍니다.

    김상환샘의 책은 술술 잘 읽혀서 좋다, 생각했는데, 뒤로 갈수록 우리를 낯선 곳으로 데려가서 점점 어려워지더라고요.
    세미나를 하고 나서도 그런가, 저런가, 잘 모르겠고요.
    여러 샘들이 말씀한 것처럼 저도 데카르트를 읽을 때 데카르트가 뭔 말을 하나,
    그 자신이 직접 쓴 말이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나,정신 똑띠 차리고 주의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데카르트를 비판하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데카르트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으니까요.
    아무튼 <방법서설>이 김상환 선생님의 표현에 따르면 "과장법적 회의와 그 회의의 정점에 해당하는 코기토라는 근대"로 이끈 책인 만큼
    근대 철학이라는 새로운 사유의 문을 연 그 책을 읽으면서 슬슬 근대 철학의 풍경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꼼꼼히 살펴보도록 합시다.

    함께 세미나 하게 된 재선샘, 형은샘, 스르륵샘, 같이 공부하게 되어 기쁘고 반갑습니다.
    천천히 서로에게 젖어 들어가 보아요.^^

  • 2023-03-03 13:12

    며칠 전에 문탁 공부방에서 책 한권읽고 에세이 쓰기 놀이(?)를 하였습니다.
    저는 인공지능이 가능한가? 생각하는 게 무언가? 라는 주제로 마뚜라나/바렐라가 지은 '앎의 나무'를 일고 에세이를 썼습니다.
    정리를 하면서 아직 읽지 않은 데카르트의 코기토가 빼꼼 고개를 내미는것을 느꼈는데, 김상환씨가 데카르트가 기계가 인공지능(언어)이 가능하냐고 직접 묻고 답했다니(96) 아주 아주 반가웠습니다.
    그 동안 하이데거, 들뢰즈, 칸트에게서 단골로 깨지던 데카르트가 아닐 수 있다는 희망(?), 바램이 생겨서요.
    그냥 거기까지만 소개했으면 좋았을텐데, 저자가 현대 철학자들이 데카르트를 몰라서 그런 것이다로 시작할 때부터 머리가 아파 오더니, 급기야 데카르트 오리엔테이션이 아닌 찐한(!) 첫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수학시간에는 수학을, 영어시간에는 영어를 공부합시다. 음....가끔은 영어로 쓰여진 수학문제를 풀 때도 있겠지만 일단은 수학시간임을......

  • 2023-03-03 14:08

    빠르고 명료하고 응원 가득한 따스한 후기네요... 재작년 서양철학사를 같이 읽을 때까지만 해도 제게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대표적인 '맞말'로 느껴졌었어요. 세션샘 말씀처럼 이 어려운 철학 세미나를 세 해째 함께하는 와중에 이제 '나', '생각', '존재' 모두 내가 알고 있던 그것이 아닌 낯선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어제는 특히 '사유'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새롭게 생각보게 된 것 같아요. 어쩌면 그래서 처음보다 더 처음인 시선으로 데카르트를 읽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제가 엉킨 머릿속을 다 끄집어 내서 같이 좀 정리 좀 해주세요..라며 다른 분들까지 어지럽게 할 때가 많은데.... 친절하고 참을성 많은 샘들 덕을 참 많이 봐왔습니다. 저는 좀 더 자제하고 싶지만(자제가 마음대로 안 돼요 ㅎㅎ) 세션샘 말씀대로 다들 맘껏 서로를 괴롭히고 덕보는 한 해가 되기를요. 세션샘의 빙의도 응원하겠습니다.

  • 2023-03-03 14:40

    오전엔 밀린 집안일을 마치고 오늘은 평소보다 늦게 대전 병원에 와있습니다^^

    저는 데카르트를 모르니까 김상환쌤이 데려다 주는 실체와 속성, 속성의 실체화 ? ㅋㅋ 생각하는 나의 초과적 기획으로의 이행... 어제 수업이 즐거웠습니다~

    공연무대를 알고보나요. 영어도 불어도 뛰어넘는 그 순간은 결코 배우들 소품들 음악들 시나리오 등. 각 부분들의 합을 초과하는 어떤 것 아니겠습니까. 더불어 제가 엊그제 발표한 장자의 소요유에서 해체적으로 읽는 정용선 저자가 "초과적 자유"라고 했던 말이 단순히 초월적 자유가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수정해야 할 듯) 대지의 자유(소요)와 소지의 자유가 과장되게 대립적으로 그려질 때 이런 기획 속에서 독자는 스스로를 성찰하고 제3의 길을 낸다?.. 이것이 장자의 소요유를 초과적 자유로 읽는다는 건가??? 싶습니다.

    암튼 이번 책은 재밌었고, 여러 선생님들의 쇼를 보는 동안 몰랐던 것도 알게 되고 소리는 못냈지만 공감과 야유와...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습니다. 저보다는 데카르트를 아는 분들이 계셔서 귀동냥이 즐거웠고 스르륵처럼 이렇게 어려우면 가만 안 있겠다고 엄포? 를 놓는 동지도 있어 반갑고(스르륵님, 그 역할 작년엔 제가 했습니다~~).

    정말 철학학교가 시작됐다는 게 실감납니다~

  • 2023-03-03 14:53

    복수초 피었군요. 세션은 직관했나요? 난 티비에서 봤어요. 봄꽃이 젤 늦게 피는 설악산에도 능선에 복수초가 피었대요.
    글구 개구리도 도룡농도 요즘 일찍 깨어나서 산란한다고 하더라구요^^

    • 2023-03-03 17:23

      식물원에 전화해 물어보곤 하다가 2월15일, 엄청 춥고 칼바람불 때 설강화, 복수초 처음 핀 꽃 봤어요. 첫번째 피는 꽃 못볼까봐 안절부절했었는데...작년엔 2월 10일 경에 피었었는데 올해는 더 추웠는데도 조금 늦거나 거의 비슷했어요. 쌤들과 같이 봤으면 좋았을텐데...어찌나 신기하고 고맙고 미안하고 뭐 등등 그렇던지 말로는 어찌 표현하는건지 모르겠어요. 그런 느낌은.

  • 2023-03-03 17:04

    명석판명한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데카르트는 칸트, 들뢰즈, 데리다를 몰랐습니다. 이거 붙들고 데카르트에 집중하자는 샘들 의견에 공감합니다. 그런데 아마도 이 양반들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우리는 우리 잣대를 들이대게 될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읽기다 아닐테니까요... 우리가 가진 편견/관점이 여과없이 투하될 데카르트가 기대됩니다. 너무나 잘 알려져 좀처럼 읽지 않는… 샘들과 읽게 되어 영광입니다.

  • 2023-03-04 13:40

    앞부분 잘 읽혀서 와~ 했는데 마지막에 무슨 소린지 몰라서 또 좌절하게 되었네요.
    이제 읽을 책들이 궁금해지기는 했습니다. 이번 세미나 시간에는 정신을 잘 차리고 있어야 할텐데요^^

  • 2023-03-04 15:53

    일단 제 '박식'은 博識이 아니라 薄識이라는 것을 밝혀둡니다. 당연하게도 주로 '데카르트' 이야기를 할테지만, 말씀대로 '철학사'가 필요할 경우엔 되도록 '앞쪽' 철학사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예를들면 '코기토 명제' 이야기를 하면서 아우구스티노 이야기를 안 할 수는 없으니까요. 뒤쪽은 세미나 때도 계속 이야기 한 것처럼 어쩐지 '반칙' 같으니... ㅎㅎㅎ '영어시간엔 영어공부를!' 첫시간을 해본 결과 여하간에 올해도 아주 재미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 2023-03-05 18:37

    두 시간 반 내내 '나는 누구? 여긴 어디?'를 되뇌였고 당최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것이 수두룩했지만, 관찰자로써 느낀 것은 하나 있습니다. 이 모임이 참으로 귀하다는 것입니다. 속성과 실체에 대해 머리가 타들어가도록 토론을 하는 것이 밥도 쌀도 안 가져다 주지만, 배움이 즐겁고 알아가는 것이 행복한 분들 중에서도 기꺼이 이 정도로 어려운 책을 읽고 서로에게 지적 자극을 줄 수 있는 비슷한 분들이 모이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요? 한수샘이 작년에 왜 저에게 자꾸 목요일 수업을 들으라고 했는지, 정군샘은 왜 마치 제가 할 수 있을 것처럼 적극 권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한수샘은 여기가 대학원생이라고 하셨는데 제가 보기에는 교수님 여덟 분이 계시는 것 같네요^^ 일단 데카르트까지 화이팅해 보겠습니다!

  • 2023-03-06 11:33

    저도 첫 시간 실체에 대한 논의를 따라잡지 못해 '내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건가?' 의심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요요샘이나 아렘샘, 정군샘이 저의 포괄적인 질문에 열심히 대답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다른 샘들께서 데카르트에 집중하자, 너무 어렵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속이 시원해지고, 다소 안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일단 열심히 질문 만들어가서 참여하겠습니다~

  • 2023-03-07 07:56

    저는 거두절미하고, 질문이라도 만들어보는게(왜 궁금한게 안보일까 긁적긁적...) 목표랄까요? ~~~~~~
    샘들 티키타카는 주욱 거의 못알아듣겠지만 뭐 이런 경험도 나쁘진 않을듯ᆢ라고 위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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