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와 반복> 11.24, D-1 세미나 후기

세션
2022-11-26 11:20
567

2022 차반세미나는 마지막 1번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아, 물론 에세이주간이 2번 남아있긴 합니다. 이번주는 <결론 4절>을 읽는 세미나였죠. 이날은 우리나라의 월드컵 첫번째 경기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아렘샘이 시의적절하게 미리 지원해주신 덕에 저는 이미 월드컵을 하찮게 여기지 않겠다는 튜터샘의 다짐을 받은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반쯤은 정신이 나간 상태로 세미나에 들어갔는데요 쌤들은 역쉬 흔들림없는 성실한 태도로 셈나에 임하셨습니다. 우리 차반 세미나의 변치 않는 하나의 경향? 같은게 있는데, 그건 늘 첫번째 질문에서 잘 나아가질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가 1년간 잘 관찰한 결과 첫 질문의 블랙홀은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최소 20분 때론 30분을 이야기할 때도 있죠. 그래서 진도의 형평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전 가끔 ‘뭐지?’를 속으로 되뇌이곤 합니다. 월드컵이 열리던 이 날도 예외가 아니었죠. 가마솥샘의 질문, 그리고 아렘샘의 시그니처 도발^^(반복이 사소하다던지 등등)이 여지없이 이어졌고 이야기는 길어졌습니다. 전투에 참여할까 잠시 생각해봤지만 중요한 건 월드컵인지라 저는 끝내 셈나 전반전내내 참전하지 않고 쌤들 말씀을 메모하며 주도면밀하게 은밀히 시간을 체크했습니다.(심하게 시간지연을 하시는 분께는 옐로우 카드를 던지겠다는 감시의 눈초리로ㅋ) 다행히 저의 무언의 압박이 통했는지 쉬는 시간까지 질문의 반 이상이 소화됐고 저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소 여유있는 마음으로 셈나 후반전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셈나 후기writer 선정의 시간을 줄여보고자 후기writer에 자원하기까지하는 저의 놀라운 폭주가 있었습니다. 파이팅 16강! 한게임 더 보자!) 결국 셈나 후반부는 우리 셈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른 시간(늘 3시간 오버라서 블록버스터로 불렸던 것에 비해)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우리의 정성(응?) 때문인지 이날 우리팀은 좋은 경기를 했고, 저는 약속대로 현재 나름 충실한 후기를 쓰고 있죠. 이것이 월드컵 첫 경기날 우리 D-1셈나의 전말이자 풍경입니다.

 

차반이야기는 길게 하지 않겠습니다. 사실 이해되는 건 별로 없지만 이야기는 할만큼 했지요. 셈나 전반부는 각종 반복(세가지 반복이 나옵니다)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고 후반부엔 여울아샘의 텅빈 시간의 형식, 호수샘의 어두운 전조, 그리고 정군샘의 예술과 존재론적 반복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4절도 그렇고 5절도 계속해서 반복이 나옵니다. 4절에서는 개념의 재현적 인식에 대응되는 이념의 반복과 현행화, 시간의 발생과 반복, 예술로서의 우리의 삶과 반복에 대해 주로 생각해봤죠. 5절에서는 반복에 대해 최종 정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셈나하면서 느낀점이지만 역시 책은 강독으로 차분히 읽는 게 강사에게 요점 파악의 강의를 듣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차반같이 어려운 책은 강사샘이라 할지라도 오독이나 오역도 있을 수 있더라고요. 여러명이 모여 함께 읽으며 논의를 거쳐봐야 보다 정확한 독해에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정말 오랜만에 돌아온 세미나였는데요, 처음 알게된 쌤분들 가마솥쌤, 정군쌤, 아렘쌤, 호수쌤 등등 엄청 귀여우시고(죄송!) 반가웠습니다^^~~오랜만에 뵌 쌤들도 너무 정겨웠고요, 이렇게 많은 분들을 만난 게 거의 7-8년 만이었는데 재밌었고 오랜만에 한 공부에도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내년에도 재밌는 셈나 많이 하시길 빌겠습니다. 충실한 후기 끝입니다~

댓글 7
  • 2022-11-26 12:00

    마지막에 빵 터짐
    "내년에도 재밌는 셈나 많이 하시길 빌겠습니다. 충실한 후기 끝입니다~"

    우리 세션도 증말, 귀여우세요. ㅋㅋ... 증말 변치 않으세요...볼매 그 자체에요^^

  • 2022-11-26 17:19

    자 그럼 한 8-9년 세션샘 못뵐테니 미리 인사하겠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세션샘.

  • 2022-11-27 12:52

    아렘쌤.
    우리나라가 16강 올라가믄 세션샘이 내년 철학학교 등록하겠다. 그라고 첫번째 후기를 쓰겠노라 ...로 읽힙니다.
    들뢰즈를 넘 읽었나..ㅎㅎ

  • 2022-11-27 18:54

    10시 30분 넘기기를 밥 먹듯 하던 세미나가 평소와 달리 너무 일찍 끝나서 어리벙벙했답니다. 줌을 끄고 나니 좀 허전하더군요!!ㅎㅎ
    D-1이라는 게 실감이 나시나요? 남은 페이지가 엄청 얇아 보입니다. 마지막 5절은 아껴가며 야금야금 읽고 싶군요.^^
    글고 세션님, 내년에도 재미있는 셈나 같이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재미나고 충실한 후기, 정말 감사합니다!! ㅋㅋㅋ

  • 2022-11-28 11:30

    ㅎㅎㅎ갑작스런 작별 인사라니... 올해는 세션샘이 단연 가장 귀여우셨어요......ㅋㅋ

  • 2022-11-29 09:35

    가나전이 끝난 지금... 어쩐지 지난주 세미나가 오래 전처럼 느껴지는군요... 뿐만 아니라 그렇게 놓고 보니 세미나가 고작 3주 남짓 남았다는 게 대단히 비현실적입니다. ㅎㅎ
    그리고... 세션샘의 당부도 비현실적이군요... 진도가속기를 떠나보낼 준비가 아직 되어있지 않습니다. ㅠㅠ 내년엔 (월드컵에 비빌 건 아니지만) 올림픽도 열리는데.... ㅠ

    • 2022-11-29 14:57

      아, 그 작별인사를 해명하자면 그냥 무의식의 흐름대로 간 건데... 쌤들께선 좀 갑작스러우셨던 것 같기도. 사실은 댓글들 보고 제가 더 놀랐다는ㅋ. 그러니까 사건의 전말은 어쨌든 내년엔 어찌될지 모르고, 셈나시간엔 바빠서 그런 류의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고, 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에세이데이날도 갑자기 일이 생겨서 오더라도 잠깐 있다 금방 가야될 것 같아서, 혹시 따로 인사할 시간이 없지 않을까 하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게 흠, 걍 인사가 나왔나봐요. 근데 제가 좀 한템포 빨랐던듯 ㅎㅎ 하지만 뭐 가나전도 잘했고, 올림픽...일단은 참고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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