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철학학교] 시즌3 여섯 번째 후기(4장 6/7절)

가마솥
2022-10-0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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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념들의 기원은 어디에 있는가? 들뢰즈는 이 것을 문제들은 어디로부터 오고 있는가?로 묻고 나서, 이 문제의 한복판에 숨어있는 가능자는 이념의 잠재력, 어떤 역량의 거듭제곱, 이념의 규정가능한 잠재성이다 라고 말한다. 즉 잠재력은 우연 속에서 나타나고, 계속해서 반복하게 하는 내적인 힘은 바로 역량의 증가로써, 역량들이 서로 취합되고 다시 취합되고 고양되어 가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모든 기원은 어떤 특이성이고, 오로지 모사는 물론이고 최초의 원본도 부인되는 세계 안에서만 설정될 수 있다. 기원은 오로지 이미 보편적인 근거와해 안으로 빠져 든 세계 안에서만 어떤 근거를 설정할 수 있다. 비-존재는 결코 부정의 대상이 아닌 처음부터 긍정의 대상인 존재, 문제제기적인 존재이다. (6절)

     잠재적인 것은 언제나 차이, 발산 또는 분화를 통해 현실화된다, 현실화는 원리로서의 동일성뿐 아니라 절차로서의 유사성과도 관계를 끊는다. 이런 의미에서 현실화, 분화는 언제나 진정한 창조이다. 잠재력을 띤 어떤 것 또는 잠재적인 것에 대하여 현실화된다는 것은 언제나 발산하는 선(線)들을 창조한다는 것이다. 가능성과는 어떻게 다른가?

① 가능한 것은 실재적인 것에 대립한다. 따라서 가능한 것의 절차는 ‘실재화’이다. 반면, 잠재적인 것과 실재적인 것은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 잠재적인 것은 그 자체로 어떤 충만한 실재성을 소유한다. 잠재적인 것의 절차는 현실화이다. ② 가능한 것은 개념 안의 동일성 형식에 의존하는 반면, 잠재적인 것은 이념 안의 어떤 순수한 다양성을 지칭한다. 이념은 선행 조건으로 행세하는 동일자를 근본적으로 배제한다. ③ 가능한 것은 스스로 ‘실재화’를 자청하는 한에서 그 자체가 실재하는 것의 이미지로 파악되고, 실재하는 것은 가능한 것과 유사한 어떤 것으로 파악된다. 가능한 것의 결함은, 실존이 유사한 것을 통해 유사한 것을 이중화하면서 개념에 덧붙이는 것이 무엇인지 거의 이해되지 못하고 있다. 이 결함을 통해 볼 때 가능한 것은 사후적으로 생산된 것, 그 자체가 자신과 유사한 것의 이미지에 따라 소급적으로 조작된 것이다. (7절)

 

     들뢰즈를 읽으면서 가끔씩 고개를 드는 질문은 그의 철학은 ‘인간 개별주체’에 대한 사유인지 ‘사회에 대한 사유’로 확장가능한 것이지 아리송할 때가 있다. 그가 살았던 시기가 프랑스에서 사회적으로 가장 역동적일 때이니, 분명 사회적 현상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었을 텐데.....이는 요즘 제자백가 세미나에서 읽고 있는 『장자』에 대해서도 같은 느낌이다. 분명 춘추전국시대의 혼란한 사회 속에서의 철학인데, ‘양생(養生)’등 그 전반에 흐르는 사유는 인간 개별주체들이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주제로 보인다. 이는 정군님은 마지막에 ‘기후 정의’ 팻말을 보면서 ‘정의’에 꽃힌 가치적인(?) 판단에 대해서 들뢰즈식으로 어떻게 해석할 수 있나?를 생각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이번 세미나에서 본 마르크스의 ‘노동’에 대한 사회 혁명적 사유나 헤겔의 변증법 등을 비판하는 것을 보면 분명 인간 개별주체만이 아닌 사회 전체성에 대한 사유인 것 같은데.......

 

들뢰즈는 끊임없이 사회적 규범이나 규정 등은 그 동일성에 기반한 것이므로 모사된 이미지일 뿐, 그 잠재성을 특이점들로부터(차이) 끊임없이(반복) 현실화하는 것이 창조적인 발생이다 라고 한다. 그의 사유를 사회적 현상에 적용하여 생각해보면, 기후 위기를 발생시킨 것 나아가서 자본주의 어두운 면 등도 특이점들이 반복되고 그 역량이 강화되어 나타난 것일진데, 이를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근거는 결국 ‘가치’ 그것도 ‘사회적 가치’가 개입될 수밖에 없지 않는가? 이 ‘사회적’이라는 말 속에서 이미 그것의 실천은 규범이나 규정으로 제한하게 될 것이고 , 그러면 환원적으로 돌아 가는데......

혹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나의 ‘사회’라는 개념이 이미 교육된 이미지이어서 ‘이념의 기원’을 사유한  들뢰즈처럼 ‘사회’라는 개념이전의 모습을 사유해야 위에서 본 순환적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사회’라는 것이 개인들의 단순한 모임, 배치, 역할 들이 아닌 다른 주체로서 사유되어야 하는 것일까?

 

들뢰즈는 가능성과 잠재성의 차이를 열심히 이야기하고 이 잠재성의 실재를 긍정하자고 하는데, 지난 번에 읽은 하이데거는 현존재는 피투된 세계 속에서 염려로써 ‘기투(企投)’하며 살아간다 고 하지 않았던가. 즉 실현 가능성을 가지고 그 가능성에 미리 자신을 던져봄으로써 자신의 고유한 방식대로 살아가는 존재라고 했던 것 같은데, 하이데거의 ‘가능성’은 들뢰즈가 말하는 ‘잠재성’인가? ‘가능성’인가?

 

후기 쓸려고 컴 앞에 앉으니까, 우굴거리는 애벌레 자아처럼 질문만 나오네요......

들뢰즈 ‘차이와 반복’이 그래요. 그렇죠?

댓글 3
  • 2022-10-11 17:06

    역시... 두 분 중에 한 분이라면 '후기 쓰는 배역'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의 반복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역시 그렇군요 ㅎㅎㅎ(농담입니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제가 이번주부터 문탁샘께서 하시는 푸코 세미나에 들어가는데요. 그것 때문에 푸코와 관련된 글들을 지난 주말부터 좀 읽었습니다. 거기서 보면, 푸코와 들뢰즈가 매우 친하게 지내다가, 75년인가...(?)부터 관계가 소원해집니다. 딱히 싸웠다기 보다는 그냥 만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왜그랬을까 이유를 찾아보면 영화로도 나왔던 바더 마인호프 그룹(영화 소개 링크)의 변호사의 송환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맥락이 있기는 하지만, 간단히 말해서 저항으로서 '테러'를 저질렀던 바더 마인호프 그룹을 들뢰즈는 지지했고, 푸코는 반대했던 것이죠. 이것만 놓고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데, 훗날 이란의 이슬람 혁명에 대해 푸코가 취했던 태도까지 놓고보면, 저는 후기에서 말씀한 들뢰즈 사유(어쩌면 푸코까지도)에 있어서 '실천의 문제' 또는 '저항의 문제'와 관련된 심각한 난점이 드러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란의 이슬람 혁명에 대해 푸코는 꽤나 우호적인 제스쳐를 취합니다. 호메이니를 옹호하는 기사를 쓰죠. 그 기사는 파리에 유학 와 있었던 이란 여학생의 분노를 일으키고요. 그 여학생은 기고문에서 '비밀경찰과 광신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기가막힌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에 대해 푸코는 '이슬람의 미래가능성에 대해 덮어놓고 비판하는 건 옳지 못하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테러리스트에 대한 들뢰즈의 반응과 원리주의적 광신도에 대한 푸코의 반응을 도대체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저는 그들이 어떤 의미에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십분 이해하는 중에도, 동시에 그 태도가 주체를 해체하고, 동일성을 기초로 구축되는 보편윤리를 거부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안 좋은 일'을 잘 보여주는 일화라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동일자에 반대해 차이를 옹호하다보면 '공통감'에 비춰 도저히 옹호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도 존재론적 정당성이 부여되는 난점이 생겨나고 마는 셈이죠... 그리고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지난 주에 읽은 부분에서 들뢰즈가 '혁명'과 '의인들의 저항'을 말하는 순간에도, 들뢰즈는 그저 동일성이 깨지고 차이를 긍정하는 역량이 확대되는 것에만 주목할 뿐, 도대체 '의인'들이 누구인지, 혁명은 어떤 '내용'을 갖는지는 말하지 않습니다.  이 길을 따라서 가다가, 이와 같은 정치-사회철학적인 난점들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결국 '윤리적 전회'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말년의 푸코가 그렇게나 '윤리'에 몰두 했던 것이나, 들뢰즈의 실천론이 '앉아서 유목하기' 같은 형태로 가게 되었던 건 이미 60-70년대에 예비되어 있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그리고 이게 차이의 철학, 현대에 되살아난 회의주의 철학이 도달한 아포리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물론 저는 그런 식의 결론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것 말고 우리가 뭘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요.... 쩝. 그거라도 된다면 정말 다행이고, 그게 될 수 있다면 세계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주체'가 어떤 '윤리'가 되는 일 말입니다.(여기서부터 또 어떤 아포리아가 예비되고 있군요)

    • 2022-10-11 20:22

      아무래도 하루 날 잡아 끝장 토론 해얄듯ㅎ. 건 그렇고, 근데 들뢰즈와 푸코가 각각 테러리스트와 원리주의 광신도를 옹호한 좀 자세한 논리근거는 없었나요?

  • 2022-10-11 19:18

    그러니까요. 지난 하이데거도 그랬고 이번 들뇌즈도 자신 철학의 ^구조^에 대해서는 그 많은 이야기를 쏟아 내는데, 사회 현상에 대한 실천 행동을 할 때 수반되는 ^가치^판단에 대해서는  ...,. 내가 공부가 부족해서 인지....아님 철학은 그런 것을 사유하는게 아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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