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철학학교] <차이와반복>읽기 시즌2 세 번째 후기

오이도
2022-06-06 08:15
199

- 10여년 전에 지인이 선물한 들뢰즈 관련서적 꾸러미가 있었다. 오랫동안 책장에 있어서인지 읽지는 않았어도 무언가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그냥 두기가 너무 민망해 몇 번 도전도 해 보았지만 몇 페이지 넘기지 못하고 내려놓고는 했었다. 문탁의 철학학교에서 들뢰즈의 「차이와반복」을 읽는다고 했을 때, 왜인지 이번에 저 빨갛고 두터운 책이 주는 부담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일어났다. 어쩌면 이번 기회를 놓치면 이 부담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날이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는 어느 분의 노랫말처럼, 부담감은 부담감대로 흘려보내야 했음을 체감하는 데에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들었다.

 책은 한글로 되어 있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되는 것보다 이해되지 않는 것이 더 많다. 아니 무엇을 모르는 가를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더 답답하다. 하지만 나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진달래님의 후기에 ‘문장을 모두 이해는 못해도, 그런가보다 하면서 읽다보면 어떤 한 문장을 얻을 때가 있다.’는 가마솥님의 댓글이 무척 위안이 된다. 지난 시간에 대한 후기이지만, 가마솥 형님의 댓글에 도움 받아 내가 얻은 한 부분에 대해서 좁고 편협하게 정리해 본다.

 이번에 내가 알게 된 것은 존재와 존재자를 구분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언뜻 비슷해 보이는데 그것을 왜 구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존재(비형상적인 것/역량)와 존재자(존재하는 것의 참된 특성 ,형상/허상)의 구분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했을까? 생각해 보니 노자의 ‘도’와 불교의 ‘깨달음’처럼 ‘존재’를 언어적으로 표현하면, 언어적인 한계로 인해 표현의 불완전함과 마주한다. 현존하는 허상들의 세계에 어떠한 질서(규칙)가 내재함을 욕망하는, 인간 사유의 집요함이 만들어낸 구분은 아닐까? 무언가 표현되지 못하는 부족함을 ‘역량’이라는 가능태를 통해 유보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 속에 구체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허상’으로 이야기하면서도, 그것을 동시에 존재하는 것의 ‘참된 특성’이라 표현한다. 그것은 존재와 존재자가 결정된 그 무엇이 아니라, 무언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상호의존적으로 묘하게 얽혀서 서로를 구성하며 규정한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 다 이해하려는 마음의 조급함과 부담감을 내려놓으니,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다행이라는 마음이 올라온다. 그래도 엄청 한 것 같은데, 갈 길이 한~~참 멀어 보인다..^^

댓글 6
  • 2022-06-07 12:07

    다행히 우리는 중간에 좌초하지 않고 그 어렵다고 소문난 2장 대자적 반복으로 넘어가고야 말았습니다.

    오이도님, 한참 멀어보여도 걸어가다 보면 어딘가 닿겠지요?

    길을 갈 때도 모든 풍경을 다 보는 것도 아닌데.. 책 읽다 놓치는 대목이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ㅎㅎ

     

    그럼에도.. ㅋ 2장을 펼쳐 읽으면서 든 생각은.. 예방주사의 효과였습니다. 뭔 소리냐고요? 하하 <들만철>에서 읽은 칸트가 생각났습니다.

    뭔가가 탈구되었다 어쩌고 하던 대목이요. 시간의 돌저뀌라는 비유도 생각나고요.(기억에 의존하므로.. 아닐 수도!ㅎㅎ)

    그 예방주사의 효과 때문인지, 아니면 그동안 서론에서 1장까지 허덕대며 읽어온 결과인지

    헉, 이건 뭐지? 아, 그렇구나.. 헉, 이건 뭐지? 아, 그렇구나.. 헉, 이건 뭐지?...

    AB AB AB A..의 반복에서 뭔가를 훔쳐낼 수 있기를 제 정신이 기대하고 있네요.ㅎㅎㅎ

    아, 수동적 종합과 능동적 종합을 그렇게 마구잡이로 섞지 말라고요?

    네, 네! 그렇지만 그 둘이 마구 뒤섞이며 우리의 삶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한 것은 아닐까, 싶네요~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개막작 <애니멀>을 보았습니다. 서울까지 나가지 않아도 되는 디지털 관람, 쉽더군요^^

    저는 2장을 읽으면서 시간의 첫번째 종합, 살아있는 현재, 체험적 현재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 영화를 보며 나무와 풀과 양과 늑대 그리고 상어와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했기 때문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들뢰즈의 존재론을 읽는 것이 지금 여기에서 의미 있는 일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세션님!^^)

     

     

    • 2022-06-07 14:04

      아.. 아침에 커피를 내리며 생각했던 것들이 이렇게 여기서 다시...  신기한 마음에 답글을 답니다. 지난 시간에 저는 응시가 주가 되는 듯한 수동적 종합을 칸트의 종합이나 감성론과 아예 차원이 다른 것으로 보고 싶어했어요(그래서 아마도 아렘샘께 조금 딴지). 이어서 제가 흄의 상상력을 들뢰즈가 교묘히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고 얘기했는데, 요요샘께서 흄이 습관으로서 관념 연합을 말할 때도 역시 이것을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았을 것이기 때문에 들뢰즈가 흄의 개념을 크게 다르지 않게 가져온 것 같다고 하셔서 그 부분을 세미나 끝나고 종종 생각해보았습니다. 

       

      들만철을 읽을 때부터, 들뢰즈가 칸트의 이론을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 칸트와 관련한 저의 짧은 지식으로 처음에는 비난 섞인 의구심을, 이제는 감탄을... 뭐 제멋대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플라톤의 이데아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들뢰즈는 과거 철학자들의 사유에서 어떤 부분은 핵심적인 것으로 가져오고 어떤 부분은 가차없는 비판으로 떼어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상상력의 경우, 제가 들뢰즈가 흄과 다르게 쓰고 있다고 느낀 이유는 흄은 그것이 어디까지나 관념의 연합인 습관에서 나온다고 설명한다고 이해하고 있었고(혹시 잘못 알고 있을 수 있고요), 기본적으로 이것은 관념이 동반되기에 아마도 재현적 사유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거미줄 위의 거미가 하는 비재현적 사유와는 다른 사유요. 그런데 들뢰즈가 여기서 "감광판처럼 새로운 경우가 나타날 때 이전의 경우를 계속 보존"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상상력은 응시와 수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것은 유기체의 모든 부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서 '관념 연합'을 벗어나는 얘기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이것은 요요샘의 말씀대로 '살아 있는 현재, 체험적 현재', '인간만의 것이 아닌' 상상력이요. 어쩌면 요요샘께서 세미나에서 이미 같은 말씀을 해주셨던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관념'이라는 것도 다시 봐야할지도 모르겠고요. 아무튼 저는 들뢰즈가 이런 식으로 이전 철학자들의 사유를 거치며 또 그만의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새로운 사유를 말하는 것이 굉장히 감탄스러워요. 그리고 이 사유 속에서 저를 둘러싼 사람들, 그리고 사람이 아닌 존재자까지 동등하게 끌어안을 수 있다는 이 새로운 느낌이 상당히 감격스럽고요.. 

       

      세션샘 말고 제가 답글을 달았습니다 ㅎㅎ

  • 2022-06-07 12:44

    이번주 내내 차반은 하나도 못읽고 다큐만 봤어요. 열대우림파괴 관련 두편, 영구 동토층 해빙관련 두편, 그리고 리버. 심란해서 책도 안읽히네요ㅠ

    들뢰즈 존재론과 환경문제도 관련이 있긴 하겠지만 지금은 차반 한페이지 읽는 것만으로도 허덕대는 관계로^^... 오이도샘 후기에 완전 공감하는 중이에요.

  • 2022-06-07 14:12

    오이도샘 후기 감사합니다. 존재와 존재자는 저 역시 항상 구분이 가지 않아 답답하게 느끼곤 해요(아직은 그냥 제 마음대로 같은 말로 읽어버리고 맙니다..) 오이도샘의 설명을 찬찬히 읽어보며 새롭게 다가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특히 서로 얽힌 가운데 서로를 구성하고 규정한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에요.

  • 2022-06-08 00:36

    영원회귀가 등장하는 부분에서 정군샘은 영원회귀는 굴소스 같지 않습니까? 음식의 맛을 내는?

     

    이런 우아한 비유를 나누어 주셨는데....

     

    모자란 아렘은 정확히 영원회귀가 나올때마다 '아 xx, 무슨 짱개집 다마네기도 아니고...'  뭐 이런 천박한 비유를 떠올렸더랬습니다. 반성이 필요한 때 같습니다. 좀 차분히 읽어야겠는데, 읽으며 감탄하기도 바쁜데, 왜 이리 삐딱한지...

    오이도샘...저도 한참 멀었습니다.

  • 2022-06-08 09:03

    드디어 그 어렵다는 '시간의 세가지 종합'을 다루는 2장에 접어들었습니다. ㅎㅎㅎ 이게 원래 원조는 칸트죠. <순수이성비판> 선험적 연역 부분에서 시간의 세가지 '능동적' 종합을 다루는데, 들뢰즈는 종합의 각 계기들에서 흄(습관)-베르그손(수축)-니체(조합)를 지렛대 삼아 '수동적 종합'으로 바꿔놓습니다. 이제 첫번째 종합을 다뤘는데, 여전히 어렵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겨우 따라갈 수는 있습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문장을 모두 이해는 못해도, 그런가보다 하면서 읽다보면 어떤 한 문장을 얻을 때가 있다.’는 점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건 저의 오래된 주장이기도 합니다만 ㅎㅎㅎ, '이해하는 것은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뭐 그런 생각입니다. 눈에 들어오는 한 문장, 두 문장을 모아서 그것들을 이어붙이다보면 이른바 왜곡도 생기고 오해도 생기고 그러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읽기'라는 게 있을까요. 게다가 그런 읽기의 전형을 <차이와 반복>에서 목격하고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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