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무한, 무한정(무규정), 모나드, 디아드 from '빈틈없는 철학사' 이교도 철학편

아렘
2022-05-05 00:44
310

피터 애덤슨이 쓴 '빈틈없는 철학사' (A history of philosophy without any gaps)라고 아주 웃긴 철학사 책이 있습니다. 기존의 철학사는 중간에 갭이 너무 많으니 자기가 가급적 모든 철학자들을 다뤄보겠다는 원대한 취지로 철학사 책을 씁니다. 내용이 너무 웃겨서(? 진짜입니다. 이 책 되게 웃깁니다) 가끔씩 봅니다. 요즘은 로마제국의 이교도 철학을 다룬 부분을 읽고 있습니다. 그 중 묘한 기시감을 느끼는 부분이 나와서 옮겨봅니다. 물론 저 같은 분이 아마 또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우도로스라고 중간 플라톤 주의자쯤 (신플라톤주의자 전쯤 되려나요?) 되는 사람 이야기입니다. 자 옮겨 보겠습니다. 

 

고대 철학자는 무한을 우리가 알 수 없는 무언가로 간주하는 것이 보통이었지요. 무한(infinite)에는 한계가 없으니, 무한의 무규정성(indefiniteness)은 인간의 이해로는 파악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역설적으로 고대에 수는 앎의 범형적 대상인 동시에 잠재적으로 알 수 없는 어떤 것으로 보였습니다. 에우도로스 및 여타의 피타고라스주의자는 플라톤을 직접 계승한 사람들, 곧 '구아카데미아'를 따름으로써 불가능한 일을 해냅니다. 이들은 무한히 많은 수가 딱 두 가지 원리에서, 이른바 모나드(Monad)와 디아드 (Dyad)에서 도출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요. 모나드는 단일성의 원리이고, 디아드는 다수성의 원리입니다. 플라톤이 직접 사용한 용어를 빌리자면, 이 두 원리를 제한(Limit)과 제한 없는 것(the Unlimited)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뭐라고 부르든 간에 그림은 기본적으로 같습니다. 우리에게는 하나임(oneness)의 원천과 다수성(multiplicity)의 원천이 있다는 것이지요. 이들 원리가 한데 어우러지면 무한하면서도 질서 잡힌 계열이 산출됩니다. 모나드 내지 제한은 인식 가능성과 질서를 부여하고, 디아드는 계열에 제한 없는 다수성을 부여합니다. 43~44

 

방학 잘 보내세요. 

댓글 4
  • 2022-05-05 11:55

    ㅎㅎ 역시 아렘샘! 

    모나드와 디아드의 두 원리, 흥미로워요.^^

    하지만.. 저는 그냥, 주어진 2주 간의 방학을 만끽할래요.ㅋㅋ

    (아쉽게도 벌써 한 주가 갔군요.^^)

    • 2022-05-09 11:13

      차이와 반복은 저도 안 읽고 있습니다. 주문해서 도착한 들뢰즈의 사변적 실재론이란 책을 서문만 챙겨 보고..이건 차이와 반복 읽고 나중에...하고 고이 모셔놓았습니다. 이번 주도 방학이니 맘이 좀 편합니다. 저도 ㅎㅎ

  • 2022-05-06 17:44

    변주의 반복이로군요:) 잘 읽었습니다

    • 2022-05-09 11:15

      사실 바로 이어지는 뒷부분도 흥미로운데 길어질까봐 잘랐습니다. 방학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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