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고전학교]사기열전 <맹상군열전> 후기

토토로
2023-05-25 20:44
514

이번 주 약간 한가한데 사기열전 세미나를 청강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전에 진달래샘께 슬쩍 여쭤보니 흔쾌히 오케이를 해 주셨어요. 진달래샘의 알찬 수업에 대한 보답으로 세미나 후기를 작성해 보겠습니다.

(후기 차례를 면한 곰곰쌤, 내적 환호성 지르고 계신가요?ㅋㅋ)

 

이번 시간에는 사군자열전(사공자열전)의 시대적 배경, 그리고 사군자 중에서도 제나라의 맹상군(孟嘗君)을 주로 알아보았다.

 

참고로 여기서 사공자란 맹상군(제나라), 평원군(조나라), 신릉군(위나라), 춘신군(초나라). 이 네 사람을 가리킨다. 공자(公子)란 적통이든 방계이든, 혹은 서자이든 주로 왕족 출신의 남자를 부르는 말이다.

 

 

시대적 배경-합종연횡, 외교의 장, 21세기를 능가하는 치열한 정보전

때는 바야흐로 혼란한 전국시대였기에 여러 나라 사이에 합종과 연횡이 잦았다. 필요에 따라 전략적 동맹관계가 맺어지곤 했는데 영원한 우방도 적국도 없었다. 지식인이나 계략가들은 나라를 옮겨 다니며 쓰임을 얻었고, 볼모로 타국에 붙잡혀 지내는 왕족도 많았다. 혼인으로 나라들끼리 엮이고, 각 국가들은 명분을 지키는 일 못지않게 부국강병의 절박함도 컸다. 따라서 이웃 국가의 정보를 캐내야 자국의 안녕을 도모하며 생존 전략을 세울 수 있었으니, 은밀히 정보를 나르는 데엔 거상들이 역할이 한 몫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나온 네 명의 공자열전을 읽을 때에도 각 나라의 엮임과 관계를 함께 파악해야 한다. 신릉군열전에는 평원군이 등장하고, 진나라의 침략을 받은 조나라를 위해 위나라가 나서고, 그런 와중에 어떤 나라는 흥하고, 혹은 기울고....정신이 없다. @.@

(중국 고대사는 스케일이 큰데, 나라마다 얽히고설키고, 등장인물은 완전 많고, 왕 이름도 비슷하여..나 같은 입문자에게 어려움이 큰 편이다.)

 

 

맹상군-빈객과 선비 모으길 좋아한 사람, 어쩌면 조금은 허세꾼

맹상군은 이름은 문(文)이고 성은 전(田)이다. 그는 제나라 왕족인 전영의 자손이지만, 비천한 첩에게서 태어났고, 40명의 아들 중 하나였다. 그가 태어난 날은 5월 5일이다. 아버지 전영은 5월에 태어난 아들은 부모에게 해롭다는 말을 믿고는 어린 아들을 죽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어머니가 몰래 그를 거두어 기른 덕에 죽임을 면했고 장성하여 아버지를 만났으며, 뛰어난 언변으로 아버지의 신임을 얻게 된다.

그는 집안일을 돌보고 빈객을 대하는 일을 맡게 되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아버지를 이어 설 땅의 영주가 되고, 빈객을 수 천 명이나 거두는 인물로 성장한다. 빈객들에는 지략가부터 좀도둑, 닭울음 잘내는 사람, 칼잡이, 협객, 간사한 자들 등등 신분에 상관없이 별별 인물들이 있었다. 그 많은 빈객들과 그 식솔들 까지 거둬들이느라 맹상군의 허리가 휘청하기도 했다. 그래서 맹상군은 자기 봉읍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며 소위 이자놀이짓을 했다. 물론 이자가 잘 걷혔을 리 만무하다. 암튼, 맹상군은 성인군자 스타일이 아니었으며, 거친 사람들까지도 주변에 두고 싶어하고, 빈객의 숫자에서 어깨가 으쓱하며, 그 맛에 돈도 꽤 필요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도도하고 지혜로운 빈객, 풍환

맹상군에게는 짚신에 칼 한 자루 들고 찾아온 풍환이라는 빈객이 있었는데, 그는 가진 것도 없으면서 꽤 도도했다. 풍환은 하는 일도 없고 별 말도 없이 일 년 넘게 대접을 받았다. (맹상군네엔 빈객인지 빈대인지 애매한 자들이 많다.) 풍환은 빈대같은 빈객생활을 지낸 이후에 맹상군에게 꽤 도움이 되는 역활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 중 하나를 들자면 맹상군의 영~시원찮은 이자놀이를 현명하게 해결해 주었다는 것이다.

풍환은 맹상군에게 빌린 돈을 갚을 여력이 되는 사람에겐 갚을 날짜를 정해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차용증은 불살라 버림으로써 빚을 없애 주었다. 돈을 값지 못하는 처지에 이자만 쌓이고 독촉을 당한다면 필시 달아나 버릴테니 그렇게 된다면 맹상군의 위신이 떨어질 것이라는 점, 그리되면 조세수입 조차 감소한 다는 점, 반대로 빚을 없애준다면 군주의 이름이 칭송될 것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 부분에서 가마솥샘은 은퇴 전에 성남시에서 벌였던 장발장 은행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풍환의 해결책이 장발장 은행의 아이디어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빚 갚을 가망이 전무한 사람들을 독촉해대서 궁지로 몰고, 오히려 경제 활동을 막게 되는 결과를 만드는 것보다 차라리 빚을 탕감해 주거나 대신 변제해 줌으로써 나락에 떨어지지 않게 하자는 것. 다시 회복해서 삶을 꾸려가게 하자는 것. 2000년 전 풍환의 해결책이 지금에도 필요하다고 사례를 들어 설명해 주셔서 아주 흥미롭게 들었다.

 

빚 탕감에 대한 풍연의 말을 듣고 맹상군은 손뼉을 치면서 칭찬하고 고마워했다고 한다.  고집 세고 재물만 밝히는 탐욕스런 사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름 사리판단이 가능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받아들일 줄 알며 비천한 사람들까지 거두는 면으로 봐서 그저 사람 좋아하고 은근 세 과시를 즐겼던 허세꾼인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맹상군의 외모는 비록 왜소하였지만 협객과 간사가 많이 따랐다 하고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자도 있었으며, 제후들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 자신을 보호했다 하니, 맹상군은 나름 그 세계(?)에 어울리는  생존법과 처세술을 아는 인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맹상군과 빈객들, 시대적 사건이 쓰여진 <맹상군 열전>을 읽고난 뒤

누가 주인공인지, 맹상군은 오히려 조연이 아닌지, 모호했다.

 

 

댓글 5
  • 2023-05-27 12:26

    가마솥샘이 들려주신 장발장 은행 이야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에 다시 읽다보니 맹상군이 참 특이한 사람인 것 같았습니다.
    <유협열전>을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그나저나 청강하러 오셔서 후기까지 써 주시니... 감사합니다. ~

  • 2023-05-28 18:23

    후기를 읽다보니 맹상군 나름 멋지고. 뭔가 다른 에피소드가 더 있겠지... 기대하며 읽어 나갔는데.
    맹상군 이야기 아쉽게 마무리 되네요.
    '유협열전'에 맹상군 이야기가 더 있다는 건가요?
    암튼.
    청강 제도 좋군요!^^
    (토토로쌤 고마워요~)

  • 2023-05-29 18:19

    감사해요~ 후기까지 자발적으로 이렇게 잘 써주시니... 토토로샘은 '봄날의 햇살'이십니다~!

    저도 셈나 할 때까지만해도 맹상군이 그냥 사람 좋아하는 사람인가...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니 첫 부분에 아버지와의 에피소드가 다시 들어오네요. 자기를 버린 아버지에게 찾아가 자신의 주장까지 받아들이게 했잖아요. 할 말은 제대로 잘 하는 사람? 그리고 빈객들의 얘기도 (차별없이) 잘 들어주는 잘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던 것 같구요. 저는 맹상군에게서 멋찜을 좀더 찾아보고 싶어서... ㅎㅎ

    • 2023-05-31 15:46

      토토로의 햇살^^
      영어세미나에서는 토토로의 마법입니다^^

      매주 햇살이 함께 하면 좋을듯~~~
      합니다.

  • 2023-05-31 15:39

    무언가를 '도모' 한다는 것은 '함께'한다는 것 같습니다.
    용인(用人)이 춘추의 판을 가르니 ,
    인재를 보는 안목 또한 시대의 필수요건인 것 같습니다.

    인재들의 디아스포라 Diaspora
    동일하지만 동일하지 않은 전형적인 전국시대에
    떠도는 이문화인(異文化人)들의 이합과 집산이
    그 나라의 흥망성쇠의 역사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마솥선생님이 말씀하신 그 지역의 '구제제도'가 진정한 '상생의 민생'이라 생각합니다.
    (생각하는 리더는 사기를 읽는다. 나갔다 하면 설화나 만드는 짜~식들은 안읽겠죠!!!!)

    청강으로 빈자리를 채워주신 토토로선생님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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