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고전학교] 사기열전 <노자 한비 열전> 후기

도라지
2023-04-19 21:37
411

 

며칠 정신없이 보냈던 터라 대충 쓰려고 했는데 후기를 쓰려고 지난 주 복습을 하다보니,

한비자가 짠하게 느껴져서.  짧게라도 대충 쓰지는 않기로 마음 고쳐먹었다. ㅎ

 

한비자: 대략 기원전 230년대 인물. 韓나라 공자 가운데 한명. 한비자의 사상은 황로 사상을 바탕으로 한다.

 

한비자는 주워들어 익숙한 이름이었지만 사기를 통해 한비자가 어떤 인물인지 조금 알게 되었다.  전국시대 비운의 천재.  글을 그토록 잘썼다는데 말을 더듬었다니...

 

그런데 한비자가 언변이 특출하여 유세에 달인이었다면.  한나라가 망하는 것을 늦출 수 있었을까?  통일 진나라에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을까? 동문수학한 이사랑 제대로 한 판 떴을까? 입바른 소리로 권력의 심기를 건드려 결국 험난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전국시대 혼란 속에 천재의 운명은 말을 잘 해도 못 해도 순탄하기는 힘들었을 것 같다.

 

진시황이 한비를 투옥하고 바로 죽이지 않았다는 건 그에 대한 미련이 있었던 것은 또 아니었을지.  한비가 감옥에서 죽지 않고 진시황을 도와서  통일 제국에서 함께 했다면?  그런데 그는 죽기전에 이미 10여만자의 글을 남겼다. 한비의 글을 흠모했던 진시황이라고 하니 한비는 죽었어도 글은 남아 진나라가 중국을 통일하는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암튼 글의 힘은  세다.

 

후에 진나라 재상이된 이사와 함께 순자의 제자였다고 하는데, 이점 좀 특이하다.  순자는 유가 아닌가요?(확실하지 않으면 말을 높입니다~) 그런데 사기에서 보면 그는 유가를 디스한다.  "실속 없는 소인배",  "유가는 글로 나라의 법을 혼란스럽게 하고..." 어쨌거나 그는 당대의 사상들을 흡수하고 비판하면서 자신의 이론을 체계화한 듯하다.

한비자는 상앙의 법과 신불해의 술, 신도의 세를 계승 수정하여 집대성했다고 한다. 

法은 오늘날의 실정법에 해당하는 성문화된 법률. 術은 군주가 신하를 통제하는 정치 테크닉, 勢는 법과 술을 행하게 해주는 힘이다. 세는 병가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이론이지만 유가에서는 배척당한 이론이라고 한다.

 

수업시간에 진달래쌤은 왜 사마천이 노자, 장자, 신불해, 한비자를 사기에서 한편에 엮었을까 생각해보자고 하셨는데. 쌤이 뭐라고 하셨는지 자세히는 기억이 안나고... 아마도 사마천은 전한 시기의 역사가였고 한나라 초기 유행한 학파가 황로학이었으니 노자와 법가를 종합했다고 하는 황로학의 영향으로 노장을 도가로 엮고, 신불해와 한비자를 법가로 엮어서 같이 배치한 것이 아닌가 싶다.

 

<노자 한비 열전>에서 한비자 말고 세사람은 분량이 너~무 짧다. 사마천은 한비자로 분량만 기운 것이 아니라. 진시황이 한비의 '고분', '오두' 두편에 반했다고 썼으면서도 '세난'편만 싣는 속내를 보인다. 그만큼 한비자의 '세난'으로 대신 말하고자 한 바가 있었던 것이다.

 

說難曰凡說之難非吾知之有以說之難也又非吾辯之難能明吾意之難也又非吾敢橫失能盡之難也
凡說之難在知所說之心可以吾說當之

한비는 <세난편>에서 말하였다.
무릇 유세의 어려움이란 나의 지식으로써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어려움이 아니며, 또 나의 언변으로 나의 뜻을 분명히 밝히기 어렵다는 뜻도 아니며, 또 내가 감히 해야 할 말을 자유분방하게 다하기 어렵다는 것도 아니다.무릇 유세의 어려움이란 군주의 마음을 잘 알아 나의 말을 거기에 들어맞게 하는 데 있는 것이다.

 

세난편을 읽는데 한비자의 글에서 사마천의 심정이 느껴진다.  나도 이런데 사마천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자기보다 먼저 불운한 시대를 살다간 천재를 생각하며 사마천이 <노자 한비 열전>을 썼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마음이 울렁... (그래도   후기는  짧게 끝!)

 

 

 

(저 또한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건 나쁜줄 알지만, 한비자는 말을 잘했으면... 참 인물이 아쉬우시다. )

댓글 2
  • 2023-04-20 07:57

    말을 잘 못하는 한비를 보니 <논어> 옹야편에 나오는 "축타의 말재주와 송조의 미모가 아니면 지금 세상에서 재앙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한 공자님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 2023-05-14 23:05

    저도 한비자를 보면서 마음이 울렁거렸습니다.
    희대의 천재와 그 그늘에 있는 자(이사)의 질투의 욕망이, 천재의 마음을 구석으로 몰고가는 걸보면....
    왜 인간의 마음을 '深淵'이란 표현을 하는지 알 거 같습니다.
    그 심연의 깊은 곳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그런면에서 이사는 행복했을까요?
    자신의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한비자였으니..

    도라지 선생님
    아버님 건강은 어떠신지 ....
    두루두루 강건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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