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학교 단기세미나]<간명한 중국 철학사> 4회차 후기 - 순자/한비자를 중심으로

곰곰
2023-02-08 01:08
339

후기가 늦었네요. 이번에는 13장 순자, 현실주의자에서 17장 세계정치와 세계철학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공자, 맹자에 이어 유가의 또 다른 거목 순자는 상대적으로 좀더 냉정하고 현실적이다. 순자의 사상은 맹자와 비교해 보면 여러모로 흥미로운데, 맹자가 다소 이상적 성격이 강했다면 순자는 현실적이고 차분하다. 그는 사회적 통제를 강조했다는 점에선 보수적이나, 자연주의를 천명하면서 어떠한 종교사상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선 혁신적이라 할 수 있다. 저 유명한 성악설도 맹자의 성선설과 상반된다. 그래서 순자는 인간을 아주 멸시했을 것 같으나 모든 가치는 인간 문화의 소산이며 인간이 이룩해 놓은 치적이라는 것이 그의 일반적 논조이다. 

 

순자는 하늘(天)을 새롭게 정의했다. 하늘은 그냥 하늘일 뿐. 물리적 天이다. 그는 하늘이 인간 세상과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선언했다. 유가의 전통적 천인 도덕천을 거부했다. 당시로서는 유가의 정통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천과 인은 서로 감응하지 않는 별개의 존재이다. 천은 자연이며 음양일 뿐이다. 천은 천명, 천성, 천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순자의 주장이다. 그가 비록 하늘을 물리적 천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결코 하늘을 단순화하거나 그 존재를 격하시키고 있지는 않다. 사람들은 하늘의 신비스러운 작용을 알 수 없다. 보이지 않는 무궁무진한 세계는 알 수 없음을, 하늘의 무한함을 인정한 것이다. 그래서 성인은 하늘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범부들이나 하늘을 알려고 무리하게 지혜를 짜낸다.

 

순자는 인간의 능동적 참여를 천명한다. 천이 해결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늘에는 사시의 운행이 있고 땅에는 재원이 있으며 인간은 사물을 다스리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 이 다스림을 능참(能參)이라 한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실천적 노력이다.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고 이를 제어하여 활용할 것을 강조한다. ‘자연은 만물을 만들었지만 다스리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을 놓아두고 하늘만을 바라보며 하늘을 칭송해서는 안 된다. 능참, 즉 주체적 능동성을 발휘하여 인문 세계를 창조하고자 하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

 

천명(天命)을 전제하고 성선(性善)을 전제하는 맹자의 체계에서는 그 선한 본성으로 돌아가고 그 선한 가능성을 확충함으로써 충분하다. 그러나 그러한 사단(四端)을 하늘로부터 이끌어낼 수 없는 순자로서는 능참이라는 적극적 참여가 요구되며 교육이라는 외적 기능이 요구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순자는 ‘인간의 성품은 악하다. 선한 것은 인위적인 노력의 결과’라 했다. 순자는 교육이라는 후천적 교화와 예라는 사회적 제도에 의해 악한 성을 교정함으로써 사회의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사람은 인의와 법도를 알(知) 수 있는 바탕(質)을 가졌고 또 그것을 행할 수 있는 능력(能)을 갖추고(具) 있’기에 가능하다. 

 

인간이 선할 수 있는 근원은 무엇일까? 인간은 협동하고 상호부조하며 살아야 하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다른 생물에 지지 않으려면 단결해야 하고, 그러려면 사회조직이 필요하다. 사회조직의 질서유지를 위해서는 행위 규범인 ‘예’가 필요하다. 예는 유가에서 특히 중시되어 왔는데, 공자의 주례와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순자의 예는 혼란스러운 전국시대 말기의 현실적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이 예는 법과 제도로서의 예라 할 수 있다. 도덕적인 내용 외에 인간 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후에 법이 된다.

 

순자에 대한 간명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이제껏 ‘순자=성악설’ 뿐, 그에 대해 너무 무지했고, 그래서 많이 오해했단 생각이 든다. 그는 ’천’에 대항 가능한 적극적인 인간상에서부터 예에 구속(?)받는 인간상, 음악에 대한 조예, 정명에 있어서도 관계의 바탕 위에 명칭을 정해야 함을 논리적으로 밝히는 등 참 여러 방면으로 다양한 생각을 펼쳤던 사람이었다. 진정한 대학자! 그럼에도 주자의 도통에 들지 못했고 그만큼 주목받지는 못했으니 (한스님 표현처럼) 억울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세미나에서는 인간 감정의 순화와 정화의 역할로서의 ‘예’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지금은 허례의식으로 간소화하거나 생략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형식화된 애도의 방식이 주는 효과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예는 자기 신분을 공고히 하기 위한 엘리트주의적 성격이 있지만 예 안에서 누리는 안정감이라는 것도 있다, 고대에는 시대나 상황에 따라 예의 변형이 많고 그래서 복잡했던 것 같은데, 오히려 후대에는 정체되고 고정되어 버린 경향 있다 등등.  

 

주나라 말, 봉건 사회가 붕괴되고 광범위하게 사회적 정치적 변화가 발생했다. 전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행정력이 필요했다. 군주들은 각국이 당면한 새로운 문제를 다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필요로 했으며 법술지사를 통해 통치방법을 개발하였다. 한비자는 순자의 제자이며 법가의 대표적인 인물로, 총명한 군주는 (법)에 따라 공평무사하게 행동하고, 은밀하게 백성들을 통치하는 법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백성들은 어떻게 지배당하고 있는지 몰랐으며(술) 법을 강력하게 실행할 수 있는 위(세)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과거의 경험을 살펴보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었으나, 법가는 세상의 변화에 따라 일하고 일에 알맞게 준비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들은 고대인들이 보다 순박했던 이유는 그들의 본성보다 그들이 처한 물질적 환경에 기인했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주장은 현실적이며 동시에 혁명적이었다. 한비자는 순자와 달리 인간 성품의 교화가 아닌 다스림의 기술에 주목했다. 이에 반해 유가는 법치를 반대하였고 예에 의한 덕치를 주장하였다. 유가는 귀족 뿐 아니라 서민대중도 형벌이 아닌 예의에 의해 다스려져야만 된다고 하여 보다 고차원적인 행위를 백성들에게 요구하였다. 하지만 법가에서도 법과 군주 앞에서 귀족과 대중의 구분은 존재하지 않았다. 법가는 예의를 폐지하고 모든 일에 똑같이 적용되는 상벌에만 의존함으로써 귀족의 지위를 끌어내렸다. 

 

법가에 의하면 군주는 다만 상벌의 권위만 쥐고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스릴 수 있다. 도가는 인간을 순박하게 보고 절대적인 자유를 옹호하였는데 반해 법가는 인간의 성품이 악하여 극단적인 사회통제를 주장하였다. 그러나 두 학파는 통치자의 무위를 공통적인 기반으로 두었다. 법가는 타인이 일을 하도록 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한비자의 억울한 면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는 과히 천재적이었음에도 말이 어눌하였으며 (그런 이유가 작용했는지는 모르지만) 진나라에 갔다가 이사의 모함에 사약을 먹고 죽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새로 출간된 책에는 인물 그림이 생략되어서 몰랐는데, 한비자는 잘 생겼다. ㅋ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쓰다보니 또 많이 길어져서...  순자와 한비자를 중심으로 정리하며 급마무리 합니다.  다음시간에는 20장(386쪽)까지 읽고 만납니다!

댓글 2
  • 2023-02-08 14:14

    잘생긴 한비자... ㅋㅋㅋ

    법가에 의하면 군주는 다만 상벌의 권위만 쥐고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스릴 수 있다. 도가는 인간을 순박하게 보고 절대적인 자유를 옹호하였는데 반해 법가는 인간의 성품이 악하여 극단적인 사회통제를 주장하였다. 그러나 두 학파는 통치자의 무위를 공통적인 기반으로 두었다. 법가는 타인이 일을 하도록 시키는 것이다.

    이 부분, 세미나 시간에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 2023-02-08 16:50

    ㅎㅎ 꼼꼼하게 잘 정리해 주셨네요..

    제가 순자에 관해 특히 기억나는 부분은..
    " '기우제'를 지낸다고 비가 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우제'를 지내라"는
    순자는 말입니다..
    인간의 감정, 정서적인 면, 욕망을 어루만지는
    순자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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