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학교 단기세미나]<간명한 중국 철학사>3회차 후기

토토로
2023-01-19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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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단기 세미나로 펑유란의 간명한 중국 철학사를 공부하고 있다.

중국의 몇 천년 철학의 기반과 세세한 내용을 단 두 달의 공부로 안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 한 일 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조금은 마음을 비우고 중국 철학의 큰 흐름이나 알고 가자 생각하는 중이다.

 

펑유란의 간명한 중국철학사는 고대 중국이 어떠한 시대적 상황, 지리적 배경, 사회적 특성을 지녔는지 소개하면서 그것들이 어떻게 제자백가 사상에 영향을 주었는지 언급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입문자들이 마주할 어려움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펑유란이 미리 말해 둔 어려움 중 하나, 언어장벽.

 

*중국 철학자들의 말과 글은 너무나도 불명백하기 때문에 그들의 함축성은 무궁무진할 수밖에 없다.(p31)

나는 한자를 잘 모른다. 그나마 작년에 일 년, 사서학교를 했기에 눈치로 알아보는 한자가 늘긴 했지만, 나는 여전히 한자를 보면 머릿속이 흐리멍텅해진다. 게다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아주 쉬운 한자가 오히려 더 어렵다. 중국 사상가들이 쓰는 글자, 비록 단 한 글자일지라도 매우 함축적인 뜻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가령 오늘 세미나 시간에 많이 이야기 됐던 노자의 道와 德을 보자. 노자의 道, 德은 유가의 道, 德과 글자는 같지만 의미는 다르다. 그런데 또 완전히 다른 것 같지도 않다. 공통된 부분도 있어 보인다.

노자에게 도는 만물이 생겨나는 원천이며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것(無名)이다. 그리고 無名은 천지의 시초요, 有名은 만물의 모태이다. 그리고 德은 근원적인 것(道)에서 나온 것이다....정말 알쏭달쏭, 이해하기 힘들다. 도와 덕, 유와 무가 서로의 원인이 된다는건지(즉, 순차적인 것인지), 혹은 함께 서로 상생한다는 건지....단 네 개의 글자를 가지고도 논쟁거리는 무궁무진하다.

 

되돌리는 것은 도의 움직임이다(p40)

한자는 어렵지만 중국 사상의 세계관은 매우 친숙하다. 같은 동아시아인 이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사상은 자연계든 인간사든 무엇이나 극단으로 가면 다시 되돌아오는 반동에 기반을 둔다. 해와 달의 운행, 사계의 순환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지나침, 과도함은 되돌림을 불러오기에, 무엇이든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도를 추구한다. 이런 사고는 유가나 도가 등에도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나는 특히 이 세계관에 기반을 둔 음양가가 매우 흥미로웠다. 옛 사람들은 계절과 월령의 변화를 관찰하며 우주와 천지의 원리를 깨우쳤을 뿐 아니라, 인간이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도 사유한 것이다.

 

陰陽뿐 아니라 水, 化, 木, 金, 土의 성질로 풀어주는 오행(五德), 개인적으로 오행으로 풀어주는 중국역사가 특히 재밌었다. 왕조마다 상징하는 색깔이 달라진 이유, 5행을 가지고 형성된 동양의 사상. 나아가서 음계, 한양의 도시구조, 경복궁의 설계까지 우리가 얼마나 음양오행의 철학적 기반아래 살고 있는지 깨달으며 크게 감탄하였다.

 

인식론, 논리체계, 사상가들의 논쟁

나는 얼핏 고대 중국철학은 서양철학에 비해 대체로 경험적이고, 세간적이어서 형이상학적인 면이 별로 없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공부한 후기 묵가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후기 묵가는 지난시간에 공부했던 (말만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명가를 반박하기 위해  명가보다 더 단단한 논리, 디테일한 인식론을 체계화한다.  책 몇페이지 읽어서는 이해하기 힘든 논리와 방대한 개념들이었다. (어쩐지 다음에 다시 공부하게 될것 같지는 않다^^;;;;;) 

 

앞서 말했듯이 책 한권으로 중국 철학사를  다 알수 없다.

다만 지금까지는 유가, 도가, 명가, 묵가....등등의 춘추전국시대 철학의 큰 특징, 각각의 사상이 가진 부족한 점과 오류에 맞선  대안적인 주장들,  그리고 그 사상들이 아무런 연관도 없는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져 있으며,  차이점 뿐 아니라 은근 공통점도 많다는 것,(심지어 그들은 친구이고, 지인이기도 하다. 그 큰 중국 땅에서 친구관계라니!), 즉 서로 대결하고 보완하면서 사상이 발전해 갔다는 것을 알아가면서 기원전 그 시대를 희미하게 그려가는 중이다.

댓글 2
  • 2023-01-20 13:37

    후기 묵가에서 한자로 설명된 연역법과 필요조건, 충분조건은 너무 신선했어요^^
    어쨋건 간명해서 더 어렵다는걸 슬슬 깨달아가는 와중에 정말이지 그 '함축성'이란눔은 공부의 적이자 스승이란 생각이 절로 드네요 ㅎ

  • 2023-01-26 17:49

    아, 오늘 세미나를 못해서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날씨가 삶에서 이렇게 중요합니다.
    이 책이 간명해서 어렵습니다.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깊이 알면 좋겠지만 '중국철학사'를 간명하게 보는 건 아마도 각각의 특징과 흐름을 한 번 보시는데 큰 의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나름 각 시대의 문제를 짚어 보는 것도 의의가 있구요. 뭐, 내용은 봐도봐도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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