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 3회차 후기

곰곰
2022-12-01 00:32
945

지난 시간에는 <중용> 20장을 읽었다.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인 정치에 관해 이야기한다. 다른 장들에 비해 분량이 길다. 

 

1. 정치란 무엇인가

애공이 공자에게 정치란 무엇인지 물었다.(哀公問政)

공자는, 정치의 성패가 군주에 달렸다고 답한다. 군주가 수신해야 현명한 사람을 얻을 수 있다. 수신은 도로써 하며, 도를 닦는 것은 인으로써 해야 한다. (故為政在人, 取人以身. 修身以道, 修道以仁)… 수신하는 사람이 군자이다. 수신에서 중요한 것은 부모 친척 섬기는 것이다. 그러려면 사람의 도리를 알아야 하고 사람의 도리 알려면 하늘의 이치까지 알아야 한다.(故君子不可以不修身 思修身 不可以不事親. 思事親 不可以不知人 思知人 不可以不知天)

 

그렇기에 군자는 ‘불가이불수신(不可以不修身)’ 수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친친(親親)’ ‘존현(尊賢)’ 하면서 사람답게 살려면 ‘수신(修身)’을 안 할 수가 없다. 그것 없이는 인간의 도리를 못한다. 군주라면 사람을 얻어서 정치를 해야 하는데, 사람을 얻으려면 나의 몸, 인격으로 아랫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하니 더욱 수신에 힘써야 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 

 

수신을 생각하면 부모를 섬기지 않을 수 없고 부모를 잘 섬기려면 주변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으면 안된다. 또 사람을 어떻게 잘 알아볼까 생각해 보니까 하늘을 알지 않으면 안된다. 이렇게 나의 존재가 하늘까지, 우주까지 확장된다. 인간은 하늘이 명한 성(性)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하늘의 이치도 알 수밖에 없다. 그러한 하늘의 이치란, 결국 하늘이 우리에게 어떻게 살라고 요구하는 것이며 이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 하늘의 뜻이라는 게 뭘까? 천하에 두루 통하는 도, 우리가 행해야 할 법도가 다섯 가지 있다. 군신유의(君臣有義), 부자유친(父子有親),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 이 다섯 가지가 천하의 ‘달도(達道)’로, ‘삼강오륜’ 할 때의 그 오륜(五倫)이다. 그런데 이 달도를 제대로 행하려면 지(知), 인(仁), 용(勇) 세 가지, 즉 천하의 두루 통하는 덕(達德)을 갖추어야 한다. 오륜도 그냥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다섯 가지 달도에 대해 아는 것이 知, 달도를 몸소 행하는 것이 仁, 달도를 알고 행하는 데 힘쓰는 것이 勇이다. 그런데 이 知,仁, 勇 세 가지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하나, 바로 <중용>의 주제인 성(誠)이다. 성실함. 성이 있어야 ‘수신’에서 ‘지천’까지 갈 수 있고, 성을 다해야만 하늘의 뜻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달도’ ‘달덕’은 ‘성’이라는 키워드로 귀결된다. 

 

이런 걸 ‘혹생이지지(或生而知之)’,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사람(경우)이 있다. ‘학이지지(學而知之)’, 배워서 아는 경우도 있고 ‘곤이지지(困而知之)’, 어려운 경험을 통해 노력해서 아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그게 ‘급기지지 일야(及其知之 一也)’, 그 앎에 이르는 걸로는 한 가지라 한다. 이는 달도에 도달하는 시간(방법)이 사람마다 차이가 난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다. 세 경우가 차이는 있지만 이치를 알게 되는 것은 같다고, 어떻게 하든 아는 단계까지 가는 것이고 도달하고 나면 모두 같은 지평에 선다는 사실에 초점을 둔다. 

 

애공은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라며 공자의 조언대로 실행할 수 없다고 하지만, 공자는 다시 얘기한다. 배우기를 좋아하면 지에 가까워지고(好學近乎知) 행함에 힘쓰면 인에 가까워지고(力行近乎仁)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용에 가까워진다(知恥近乎勇)고. 이렇게 호학하고 역행하고 지치해야 지, 인, 용에 가까워지고 비로소 달도도 행할 수 있다. 

 

 

2. 구경(九經)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는 데는 구경, 즉 아홉 가지 변치 않는 도리가 있다. 나열하자면, 몸과 마음을 닦는 것(修身), 어진 스승에게 배우고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尊賢), 부모 형제와 화목한 것(親親), 중책을 맡은 대신들을 존중하는 것(敬大臣), 신하를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것(體群臣), 백성을 자식처럼 여기는 것(子庶民), 기술자들을 제대로 대우하는 것(來百工), 여행자들을 따뜻하게 대하는 것(柔遠人), 천하의 제후들과 원만하게 지는 것(懷諸候)이다. 순서가 중요한데, 나에서부터 시작해 점점 먼 곳으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에서는 친친이 존현보다 먼저 나왔는데 순서가 바뀌어 존현이 먼저 나온다. 주석에 의하면 반드시 선생님에게 나아가 배우고 좋은 친구를 취한 연후에야 수신의 도가 진전된다고 적고 있다. 기본적으로 유가는 ‘학’이 먼저이다. 그러니까 내가 나아지려면 선생과 친구로부터 배워야 하고 그래야 내가 좀 나아질 수 있고 그러면 부모 형제 관계도 좋아질 수 있다. 서로 인생의 잘잘못을 논할 수 있는 건 부모 형제 사이가 아니라, 선생과 제자 사이, 친구 사이에나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존현’이 ‘친친’보다 먼저이다. 

 

구경을 행하는 것은 성(誠)이며, 성으로써 구경을 단계별로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야 한다. 

 

 

3. 성(誠)

성자(誠者) 천지도야(天之道也); 성지자(誠之者) 인지도야(人之道也). 

하늘의 도는 거짓없는 성실함이다. 사람의 도는 천도를 따라 성실해지려는 것이다.

 

성한 것은 천도이고 성해지려고 하는 것은 인도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천도는 일종의 자연 법칙 같은 것이라 언제 어디서나 변함이 없다. 자연은 서로 물고 물려서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렇지만 사람은 애초에 지식, 의지, 감정 등 다양한 측면에서 완전하지 않다.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하니 예상치 않은 전개를 만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계속하는 것이 고통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천도를 따라 성실해지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4. 박학지(博學之), 심문지(審問之), 신사지(愼思之), 명변지(明辨之), 독행지(篤行之).

성인이 아닌 우리는 천리의 ‘성’을 어떻게 잡고 갈 것인가. 학이지지, 배워서 알아가고 행해야 할텐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성실해지려는 사람은 천도를 택해서 그것을 굳게 지켜 실천한다. 이런 사람은 넓게 배우고 자세히 묻는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분명하게 판단한다. 천도를 따르는 사람의 실천은 진실하고 돈독하다. 이것이 ‘성’하고자 하는 목적, 인생의 원대한 지향점을 가르킨다고 보면 된다. 넓게 배우고 깊이 파고들어 질문하고, 깊이 생각하고, 확실히 판단하는 연속의 과정 속에서 명철한 판단력이 생긴다. 그리고 그 ‘행’을 돈독히, 철저히, 거짓됨 없이, 죽을 때까지 지속해야 하면 천도, 성인의 길로 점점 다가가게 된다. 

 

그런데 박학지, 심문지, 신사지, 명변지, 독행지 이런 것들을 다른 사람은 한 번만 시도해도 척척 잘 된다. 자신은 그렇지 못하니 부러울 뿐이다. 그러면 기백지(己百之), 나는 백 번 하라고 한다. 다른 사람이 열번만에 잘 하면 기천지(己千之), 나는 천번을 한다. 이런 마음으로 노력하라는 것이 독행지이고, 방치하지 않는 태도(부조弗篤)이다. 

댓글 4
  • 2022-12-01 08:14

    긴 내용, 그냥 휙휙 달려 힘드셨을 텐데... 잘 정리하셨네요. ^^

  • 2022-12-01 09:03

    피.땀. 눈물의 후기 라는걸 이니까
    이따가 노트북으로 꼭꼭 씹듯이 천천히 읽을래요.
    고생했어요~

  • 2022-12-01 19:44

    와~👍 OwO

    피, 땀, 눈물의 후기 ? 무슨 사연이 ~? 궁금궁금 ^^

  • 2022-12-02 09:47

    ㅋㅋㅋㅋㅋ 그런 게 있었을리 없잖아요~ 땀 정도는 났을려나요 ㅎㅎ 늦은 후기지만, 그래도 올렸다는 걸 좋게 봐주신 거겠죠 ㅋ
    공자님은 무언가를 몸 상하게까지 하는 건 싫어하시지.... 않았나요? ㅎ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137
[2024고전학교] <케임브리지중국철학입문>4 - 질문 올려주세요~ (5)
고전학교 | 2024.04.17 | 조회 41
고전학교 2024.04.17 41
1136
[2024 고전학교] <캠브리지 중국철학입문> 2 후기 (2)
고은 | 2024.04.10 | 조회 61
고은 2024.04.10 61
1135
[2024고전학교] <케임브리지중국철학입문>3- 질문 올려 주세요~ (5)
고전학교 | 2024.04.10 | 조회 66
고전학교 2024.04.10 66
1134
[2024 고전학교] <캠브리지 중국철학입문> 2 - 질문 올려 주세요 (5)
고전학교 | 2024.04.03 | 조회 76
고전학교 2024.04.03 76
1133
[2024 고전학교] 네번째 시간! 케임브릿지 중국철학 입문 첫번째 후기! (4)
동은 | 2024.04.01 | 조회 96
동은 2024.04.01 96
1132
<케임브리지 중국철학 입문>(1) 질문 (4)
고은 | 2024.03.27 | 조회 93
고은 2024.03.27 93
1131
[2024 고전학교] 세번째 시간 <춘추에서 전국까지> 후기 (4)
곰곰 | 2024.03.26 | 조회 83
곰곰 2024.03.26 83
1130
[2024고전학교]<춘추에서 전국까지>2-질문 올려주세요! (3)
자작나무 | 2024.03.20 | 조회 102
자작나무 2024.03.20 102
1129
[2024고전학교] <춘추에서 전국까지> 두번째 시간 - 후기 (5)
가마솥 | 2024.03.19 | 조회 133
가마솥 2024.03.19 133
1128
[2024고전학교] <춘추에서 전국까지> 1 - 질문을 올려 주세요 (6)
고전학교 | 2024.03.13 | 조회 121
고전학교 2024.03.13 121
1127
[2024고전학교] 첫 시간 후기 - 요순우탕문무주공 (2)
진달래 | 2024.03.12 | 조회 173
진달래 2024.03.12 173
1126
[2024 고전학교] '중국철학 입문' - 첫시간 공지입니다 (3)
진달래 | 2024.02.28 | 조회 158
진달래 2024.02.28 158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