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고전학교]<케임브리지중국철학입문>5 법가철학 후기

바다
2024-05-1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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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가를 집대성한 철학자로 알려져 있는 한비자가 바로 그 법가사상에 입각해 천하통일을 이룬 진시황을 찾아갔다가 옥에서 독살당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그리고 중국역사상 가장 어지러웠던 춘추전국시대 때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치국평천하 방책과 사상이 등장한 것 역시 그러하다.

 

제자백가(諸子百家)가 등장해 치열한 사상논쟁을 벌인 백가쟁명 시대에 한비자는 스승인 순자가 주장한 예치(禮治)에서 더 나아가 오직 법치(法治)를 통해서만 천하를 통일할 수 있다고 역설하며 난세의 리더십을 주장했다. 법가는 인도주의적 가치를 부정하고 백성을 위한 통치보다는 통치자의 권력유지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지금 기준으로 보면 지나치게 가혹한 형벌을 휘둘러 법가가 가진 장점은 훼손되고 단점은 크게 부각되는 듯한데 얼핏 보면 매력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인간의 탐욕을 제어할 수 없으므로 좀 더 강력한 시스템으로 약자를 보호하고 강자를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에 한 때 깊이 매료되었던 나로서는 처음엔 법가가 나름 현실적인 사상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좀 더 들여다보니 이 또한 너무 극단적이다.

 

 

[한비자]는 노자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 도치(道治)를 전제로 법치(法治)와 술치(術治),세치(勢治)를 하나로 녹인 것인데 법가사상에 영향을 미친 사람들은 관중, 상앙, 신불해, 신도, 그리고 한비자라고 할 수 있다.

 

상앙의 법에 대한 개념에서 法이란 ‘표준standard'를 의미하는 것으로 넓게는 측정의 방법,좁게는 형벌을 의미한다. 그리고 신불해의 기술에 대한 논의에서 術이란 일종의 정치기술로 관료의 능력과 업적을 계량화해 군주가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대인관계와 세습적 관료주의에 의존하지 않고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려 했다는 점에서 근대적이라 할 수 있다. 또 신도는 도가와 법가사상을 통합하여 군주가 어떻게 권위를 유지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이것이 황로사상과 관련이 있는 勢이다. 한비자는 신도의 勢개념에 비판적이었으며 ’德‘에 의한 통치와 ’勢‘에 의한 통치가 양립불가능하다고 보았는데 그에게는 法이 勢보다 중요했다. 그 당시 늘어난 인구규모와 백성에 대한 불신으로 [한비자]는 형법과 관료제 운영을 핵심으로 제시했는데 勢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法에 적절하게 근거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물의 희소성을 무질서의 원인으로 보고 인간본성보다는 인간의 나약함을 다루는 전략을 실행하는데 관심을 보였는데 유가와 묵가의 논쟁보다는 더욱 현실적이다. 그러나 한비자는 ’시대에 따라 환경이 변하면 그 환경에 따라 척도도 변한다‘ 라고 말하며 변화된 상황에는 새로운 정치적 제도기반이 필요하다는 데서 유연함을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법가사상가들은 백성과 관료를 군주를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하여 군주의 권력은 法의 공개성과 術의 비밀성으로 유지한다고 주장하였다. 상앙은 관료들의 토론을 제한하자고 주장했고 한비자는 지식을 통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결과적으로 법가사상은 인간본성과 성취에 대한 기대를 감소시키고 백성을 국가권력의 도구로 전락시켰으며, 역설적이게도 법가사상가들은 자신들이 세운 잔혹한 형벌로 끔찍하게 죽었다.

 

한 주에 하나의 철학사상을 훑고 가다보니 ‘대충 이런 거구나!’ 하면서 따라가고는 있는데 갈 길이 진짜 멀다 싶다.

댓글 3
  • 2024-05-13 14:01

    샘의 글을 읽으니, 우리가 난세를 살아가다보면 얼마나 쉽게 법의 그물에, 혹은 시스템이라는 규준에 굴복하기 쉬운지 생각하게 됩니다. 인간의 자율성을 믿기에는 너무 험악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은... 그걸 끝까지 지켜내려고 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뭐 그런 생각이... 두서없이^^;;

  • 2024-05-13 14:19

    세상에 완벽한 건 없구나, 영원한 건 없구나 라는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느 때는 내게 힘을 줬는데 또 지금은 나를 진빠지게 만드는 ... 이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이런 저런 생각해봅니다~^^

  • 2024-05-13 16:29

    현대의 사회가 법치주의이니, 법가 세상에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문탁에서 우리집 고기동에 오려면 괴속방지턱을 32개, 30Km 속도제한 카메라를 4개 자나야 합니다.
    방지턱은 턱이 높은 것이 있어서 반드시 거의 정지하다시피 하지 않으면, "꽝"하는 진동을 느껴야 합니다.
    마치 국가의 권력이 여기 있다고 새겨 주는 것같아서 매우......
    백성을 왕의 잠재적 위협세력으로 보는 것이나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정치철학 속에서 나온 많은 법조항 들이 유사합니다.
    방지턱을 지나면서 매일 2000년전 법가를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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