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고전학교] 사기열전 - <백이열전>후기

도라지
2023-03-22 01:30
417

 

백이와 숙제는 고죽국의 왕자였으나 왕위를 포기하고 서쪽의 서백창(주 문왕)이 노인을 잘 봉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를 찾아가기로 했다. 먼 길을 왔지만 이미 문왕은 죽은 뒤였고 폭력으로 정권을 탈취하려는 무왕의 모습을 목격하고 좌절한다.  이들은 은나라 주왕을 치려고 나서는 무왕의 말고삐를 잡고 아버지의 상이 끝나지 않았는데 정벌을 떠나는 것은 효가 아니며, 신하된 자로 군주를 치러 가는 것은 충이 아니라면서 무왕의 길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죽을뻔했으나 의인을 알아본 강태공의 도움으로 목숨은 구한다. 그리고 무왕이 은나라 주왕을 물리치자 주나라의 곡식이 아닌 것이 없다며 서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며 살다가 굶주려 죽고 말았다. 

 

사기에서 사마천은 '채미가'를 근거로 백이숙제에게 원망의 마음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공자가 백이숙제에 대해 “무엇을 원망했겠는가(又何怨)”라고 한 말에 대한 사마천이 의문으로 보인다. 공자는 “백이와 숙제는 지나간 원한을 생각하지 않았으며 다른 사람을 원망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子曰 伯夷叔齊不念舊惡 怨是用希)", “인을 구하여 그것을 얻었는데 또 무엇을 원망하였겠는가?(求仁而得仁 又何怨)”라고 말했다. 공자는 백이숙제가 원망이 없었을 것이라고 보았는데 사마천은“나는 백이의 심경이 슬펐을 것으로 본다.(余悲伯夷之意)"라며 원망이 없지 않았을 것으로 본 것이다.

 

우리는 세미나 시간에 백이숙제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했을까? 진달래쌤은 진지한 눈빛으로 "쌤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계속 물으셨다. 나는 이미 사마천이 "착한 이가 곤경에 빠지는 것이 하늘의 도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든 안연의 궁핍함과 죽음, 도척의 잔인함과 천수를 누린 삶에 억장이 무너져서 사마천에게 마음을 다 준 후였다.   이미 '태사공자서' 를 본 다음이라 백이숙제에게서 원망을 읽어내는 사마천의 절절한 마음  또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뭘 보더라도 등장인물에 대해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누는 나의 유치한 편가르기에 따르면 백이숙제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폭력을 동원하지 않은 착한 사람들이었으니 그들의 죽음은 안타깝기 짝이 없었다.  (연진아~ 나도 권선징악, 인과응보 좋아해~~~)

 

루쉰의 '고사리를 캔 이야기'에서 묘사된 백이와 숙제에 대해서는 세미나 중에 다들 의문이 남았던 것 같다. 나는 루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루쉰이 이렇게까지 백이숙제를 우습게(?) 표현하는 것이 계속 이상하다며 툴툴거렸던 것 같다. 이 의문은 시간 날 때 루쉰 많이 읽으신 쌤들과 진지한 대화를 해보는 걸로... 암튼 태사공자서에 이어 두번째 시간이었는데 '사기열전' 읽기.  갈수록 토론할 내용이 많은 풍부한 세미나가 될 것 같다는 기대가 든다. 다음시간에는 '관안열전'이다.

댓글 3
  • 2023-03-22 18:35

    루쉰이 고쳐 쓴 옛 이야기로 백이숙제를 처음 접했고, 줄곧 잊고 지내다가, 사기로 그들을 다시 만났네요.

    은나라 주왕과 달기의 폭정(포락지형 등등), 무왕의 은나라 정벌. 그리고 백이숙제 브라더스.

    ㅋㅋㅋ
    작년에 진달래샘께서 다 알려주신 이야기였는데
    이제야 좀 연결이 되네요.

    근데 인과응보, 권선징악이
    백이숙제, 안연같은 인물들이랑
    딱히, 별 상관은 없는거 같은데....말이죠^^;;;;;

    후기 잘 읽었이요~~

  • 2023-03-22 22:48

    백이숙제가 어떤 인물인가...
    루쉰의 글쓰기는.... 저는 그 때 루쉰 읽기가 어려웠습니다. ㅜㅜ
    제가 지금 보는 백이숙제는 권선징악과 같은 이야기보다, 주 무왕의 은나라 정벌에 반대했던 일군의 세력이 있었음을 알려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헌에서 보이듯이 무왕의 정벌이 폭군인 주(紂)왕을 물리친, 뭐 이런 단순한 사건은 아니었던 것 같다.
    쓰다보니까, 무왕이 정벌을 나갈 때 백이숙제가 말고삐를 잡았던 것처럼 사마천도 한 무제의 말고삐를 잡는 심정으로 <열전>의 맨 앞에 백이숙제의 이야기를 넣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 2023-03-22 23:11

    아... 저의 권선징악은: 착한 이가 곤경에 빠지고
    도척같은 무리가 잘먹고 잘사는 것에 대한 궁시렁~ 이었어요. ㅎㅎ
    그러니 권선징악이 이루어져 착한 사람 잘먹고 잘살고~ 나쁜 놈 벌 받고 단명하고! 뭐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유치한 소감.^^
    (제 표현이 미끄러졌음을 인정!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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