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학교 단기세미나] 간명한 중국철학사 두번째 시간 후기 - 묵자, 양주, 맹자, 공손룡의 새로운 발견

한스
2023-01-12 21:06
689
고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정말 흥미로운 시대입니다.
인간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온갖 사상, 상상, 유토피아적 이론의 토대는 이때 다 생겼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왜 하필 그 때에 그랬을까요? 그것은 당시 경제적으로 생산성이 높아졌고, 여러 작은 국가들의 수많은 전쟁이나 '경쟁'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물러설 수 없이 경쟁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나라를 발전시킬 사상적 토대와 전략이 절실했을 것이고, 백방으로 '인재'를 구하던 시기..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것만으로 다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시기입니다. 저도 중국이 부러운 딱 하나가 있다면 ‘춘추전국시대의 그 많은 사상의 홍수’일 것입니다. 어떻게 그 몇백 년 시기에 인간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사유들이 다 나올 수 있었을까. 인류역사 상 온갖 사상들이 봇물 터지는 시기입니다.
공자, 노자, 순자, 맹자, 묵자, 한비자 등등. 사실 우리는 아직도 그들의 사유영역에서 벗어나 있지 않은 듯합니다.
 
오늘 부분은 5장에서 8장까지.. '묵자, 양주, 맹자, 명가' 부분..
펑유란 선생의 책은 중국의 철학을 서구인들에게 설명하는 느낌의 책입니다.
19세기와 20세기 초, 동양이 서구에 밀리는 듯이 보이지만,
동아시아는 더 오랜 역사와 사상을 가졌다고 
강조하며 설명하는 펑유란의 '자존심'이 엿보입니다.
 
묵자, 차별없는 공동체 세상을 추구
 
저 뿐만아니라, 오늘 가장 매력적인 사상가는 '묵자'인 것 같습니다.
묵가는 원래 기술을 가진 무사들의 집단이었다고 하며,
모든 사람에 대해 차별이 없는 '겸애(兼愛)'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말입니다.
그들은 그야말로 말만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진짜 검소한 실천가들 이었습니다.
 
묵가는 무사 공동체이면서도, 전쟁을 반대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전쟁이 전체(사회 전체)를 이롭게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쟁없는 평화로운 세상,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것을 집행할 '권위'를 필요로 합니다.
멋져 보이는 꿈을 이루기 위한
중앙집권적인 권위의 필요성.. 그것은 '독재'로 흐를 위험이 있는 것이죠..
오히려 인간을 억압할수도 있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양주, 양생과 도가의 시작
 
저는 이번에 읽으면서
양주를 극단적인 쾌락주의자, 이기주의자로 보는 것은 오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양주는 좀 억울한 면이 있습니다.
"천하의 큰 이익을 위해, 내 정강이의 털 할 올도 뽑지 않겠다"는 말만 강조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 말도 계속적인 질문 끝에 나온 말..
펑유란이 열자의 양주편에 나왔던 그 대화내용을 설명해 놓았습니다..
그것은 한편으로 알렉산더대왕에게 햇빛을 가리니 비켜달라고 말했던 디오게네스를 연상시킵니다.
 
그러니까 양주는..
나의 생명이 중요하다.. 그것은 천하의 벼슬로도 비교할 수 없고,
천하의 부를 다 차지해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맞는 말 아닙니까? 부귀영화를 위해 너의 몸을 상하게 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이것은 나중에 황로학의 양생(養生)과도 연결되고,
도가의 사상과도 이어집니다.
 
인간을 선(善)하다고 '선언'한 맹자
 
인간 본성은 원래 선한가 악한가는 오래된 질문입니다.
맹자는 인간의 선한 면을 발견하였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선한 면을 '선언'하였다는 것입니다.
'측은지심'이란 인간의 선한 면을 발견하고, 그것을 선언하였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는
진달래 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우리의 튜터인 진달래 샘은 평소 "나는 잘 모르는데.." 로 시작하는 말을 하지만,
중요한 부분에서 핵심을 간파해서 말씀하시곤 합니다. 수년간 공부한 동양철학의 내공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그것은 공자가 귀신의 존재에 별 관심이 없음에도
제사를 공경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레 드리도록 권유하는 것과 연관됩니다.
 
'호연지기'의 기에 관해서 여러 분이 말씀해주셨습니다..
저도 중학교 때 우리 반 급훈이 '호연지기(浩然之氣)'였던 것이 기억납니다.
학교 뒷산에 올라가 '야호'를 힘껏 외치는 것으로 알았지만요..
 
맹자에 딱 한번 나오는 호연지기는
'氣'라는 언어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무언가 확실히 있는 氣를 말했는데요.
그것은 의(義)과 덕(德)의 배합으로 이루어지며, 그것이 없으면 그 氣는 시들어버릴 것이다"
의(義)과 덕(德)이 있어야 氣가 사는 것이지, 산에 가서
'야호'를 크게 외친다고 얻어지는 아닌 듯 합니다.
 
공손룡(명가), 형이상학을 발견
 
명가에는 장자와 둘도 없는 친구였다는 혜시와 공손룡이 대표적 인물입니다.
혜시는 사실(實)의 상대성을, 공손룡은 이름(名)의 절대성을 중시하였다고 합니다..
혜시는 현재의 사물들이 가변적이며, 항상 변하면서 상대적이라는 입장이므로, 장자와 맥이 닿는 것 같습니다.
저는 공손룡이 '형이상(形而上)의 경지'를 발견했다는 대목이 흥미로왔습니다
그러니까 그동안 서양의 플라톤을 중심으로 한 '이데아'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동양에 이미 형이상학이 존재한 겁니다.
공손룡이 말한 지물론에서 물(物)은 구체적이고 특정한 사물을 뜻하지만, 지(指)는 추상적 보편자를 뜻합니다. 보통명사는 추상적 보편자, 즉 특정 사물의 집합을 나타내는 범주적인 단어입니다..
그러니까, 가령 '책상'에는 나무로 된 책상, 철로 된 책상, 구부러진 책상, 각진 책상 등등 수없이 많은 책상들이 있는데, 우리는 이것들을 '책상'이란 단어로 뭉뚱거려 표현합니다. 그것은 개별적인 책상이 아니죠.. 보편적, 추상적인 의미의 책상을 말한 겁니다.
아무튼, 명가는 서양의 오랜 전유물 같았던 '형이상학'이 동양에서 이미 사유되었다는 의미가 있기도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도 느끼는 거지만, 세미나를 하다보면
'우리의 뇌는 보이지 않게 다른 사람의 뇌와 함께 움직인다'는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가 생각을 나의 머리로 하는 것 같지만, 다른 사람의 머리와 같이 하는 것 같습니다. 혼자서는 안되는..
'세미나의 힘'입니다..
댓글 3
  • 2023-01-14 14:04

    저는 양주에게 가장 끌렸지요~ㅎㅎ
    후기 잘 읽었어요^^

  • 2023-01-16 11:40

    간명한 정리입니다.^^
    명가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니 서양인들을 위해서 썼다는게 이런 거구나 이런게 조금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작년에 했던 철학학교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부가 이렇게 저렇게 연결이 되는게 참 신기합니다. ~.
    앗, 이번회가 노자, 장자, 후기 묵가, 음양가네요.
    한창 흥미로운 장이 될 것 같은데 한스샘이 못 오실 것 같다고 하셔서 아쉽습니다.

  • 2023-01-18 22:09

    돌이켜보니 흥미로운 사상가들이 다 나왔던 시간이었던 것 같네요. 묵자는 묵자대로, 양주는 양주대로, 맹자는 맹자대로, 혜시와 공손룡은 또 그들대로 다 매력이 있었습니다. 묵가가 천지와 명귀를 종교적 정치적 제재로서 이용했다는 점이 새로웠고, 양주는 왠지 요즘 사람들과 비슷한 것도 같아서 공감이 되더라구요. 그리고 공손룡... 이제 흰 말을 보면 그냥 흰 말로 안 보일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ㅋㅋㅋ 그리고 한스님의 가평에 사는 '풍'씨 가문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네요. 군고구마도요 ㅋ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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