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11회차 후기

도라지
2022-11-06 21:55
243

지난 시간에는  그동안 맹자를 읽으며 들었던 각자의 질문들을 함께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 질문도 뭘 알아야 하는구나! 텍스트의 어느 한 구절도 완전히 내것으로 만들지 못했으니, 다 질문거리가 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정확히 뭘 모르는지 잘 모른다는 것에 있었다. 결론인즉슨 다 모르는데 뭘 질문한단 말인가...

 

(다른 쌤들의 주옥같은 질문이 있었지만, 정리가 잘 안돼서 후기는 제 질문으로 작성합니다.)

 

나의 질문은 '時中'과 '權道'의 차이에 관해서였다.  논어를 읽으면서 매력을 느낀 지점 중 하나는 '시중'에 있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삼베로 만든 관을 쓰는 것이 예에 맞지만, 지금은 흰 비단으로 만든 관을 쓰니 검소하다.  나는 여러 사람을 따르겠다.

당 아래에서 절하는 것이 예에 맞지만, 지금은 당 위에서 절하니 교만하다. 비록 여러 사람과 어긋나더라도 나는 당 아래에서 절하겠다."

<자한 9-3>

 

공자는 예라도 따르기 힘든 것은 본래의 예보다 간소하게 따르겠다고 말한다. 그러다가도 어떤 경우는 의리에 맞지 않다며 세속을 따르지 않는다. 맹자는 이런 공자를 '시중의 성인'이라고 말한다. (공자는 본인 입으로도 칠십에 從心所慾不踰矩 했다고 말한바 있다.)

 

'시중'은 맹자에서 '권도'라는 말로 다시 등장한다.

 

淳于髡曰 男女授受不親 禮與 孟子曰
曰 嫂溺 則援之以手乎 曰 嫂溺不援 是 豺狼也
男女授受不親 禮也 嫂溺 援之以手者
曰 今天下溺矣 夫子之不援 何也
曰 天下溺 援之以道 嫂溺 援之以手 子欲手援天下乎(이루상-17)

 

맹자는 말한다. 남녀사이에 지켜져야 할 예가 있지만, 형수가 물에 빠지면 손으로써 구하는 것이 권도이다. 

권도란 구체적인 상황에서 자신이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것들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즉 권도를 행하는 것이 바로 시중에 맞는 것이다.

쉬운 예를 들자면 제철과일 같은 것 아닐까? 제 철에 흔한 과일을 먹는다가 시중의 자세라면 그것은 여름엔 수박일 것이요, 겨울에는 귤이 될 것이다. (너무 저렴한 예시인가요?;;)

암튼 자칫 경전을 신성시하여 교조주의에 빠질지 말 것에 대한 경고로도 이해되는 '시중'과 '권도'는 어쩌면 우리가 공부하는 모든 것의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살아가는 당대의 맥락을 잘 알고 그 안에서 나의 삶을 바꾸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 이것이 공부의 이유가 아닐런지.

 

다음 시간부터는 중용을 읽습니다. 기대~~~

(이런! 후기가 너무 짧군요!)

댓글 2
  • 2022-11-10 07:58

    시중과 권도와......중용이 연결되는거같은데....
    맞나요?
    기대됩니다.

    • 2022-11-14 14:10

      천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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