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13회차 후기-공자님 덕질을 시작해봅시다!

도라지
2022-06-15 17:07
84

이제 한 오십 되고 보니. 항간에 들려오는 이야기던 책을 통해 읽은 내용이던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그 내용이 역사와 관련있으면 더욱 그러하다. 말한 이의 의도 내지는 모종의 음모 같은 것이 그 안에 있지 않을까?라며 의심을 먼저 한다. 지혜로워지는 건지 음흉해지는 건지 뭐 둘 중 하나에 가깝지 않을까 싶지만. 이번에 재여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도 좀 그랬다.

 

공문십철 중에서 유달리 재여에게 공자는 인색하다. 다른 제자들을 꾸짖을 때는 교육을 위해서였겠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재여에게는 비난하는 듯하다. 스승과 제자 사이에 자초지종을 다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재여가 공자의 대표 제자 중 한 사람인데 그렇게 비난 일색이었을까? 설마 이게 사실이었을까 싶다.

 

 

재여는 제나라에서 간공의 최측근으로 있다가 제나라 내란 중에 살해당한다. 공문십철에서 언어에 자공과 함께 들어가는 제자가 재여인 걸로 보아 자공 못지않게 언변이 좋았을 재여일텐데 논어에 재여가 나온 장면들이 몇 개 없고 그나마도 삐딱한 모습만 보여주니 아쉽기까지 하다. 나는 이미 자공이 남편감으로 딱!이라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소문에 의하면 많은 쌤들은 사윗감으로 점 찍으셨다는데, 나는 딸이 없음.ㅋ) 그래서 더 아쉬웠을까? 자공과 비교될 재여의 매력을 논어가 담질 못했으니 말이다. ㅎ

 

재여가 나오는 장면을 본문에서 몇 개 살펴보자.

 

 

: "."

재여가 낮잠을 잤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썩은 나무는 조각할 수 없고, 거름흙으로 쌓은 담장은 손질할 수 없다.  재여를 어찌 꾸짖을 수 있겠는가?"

 

진달래쌤은 이미 여러 차례 어이없어하셨다. 낮잠을 잘 수 있지! 좀 심하지 않나요? 라면서.
맞다! 이건 모종의 음모가 아닐 수 없다. 부처님도 피곤하면 낮잠을 주무셨단 말이지 말입니다~


 

宰我問曰: "仁者, 雖告之曰: '井有仁焉'. 其從之也?

子曰: "何爲其然也? 君子可逝也, 不可陷也; 可欺也, 不可罔也."

재아가 물었다.  "어진 사람은 누군가가 '사람이 우물에 빠졌다'고 하면 쫓아서 우물에 들어갑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어찌 그렇게 하겠는가? 군자를 우물에 가게 할 수는 있으나 빠지게 할 수는 없다. 그럴 듯한 말로 속일 수는 있으나 터무니없는 말로 속일 수는 없다."

 

여기에서 궁금했던 것은. 만약 실제로 사람이 우물에 빠져있었다면 군자는 어떻게 해야 옳았을까?였다. 따라 들어갈까? 다른 사람을 시켜 구해오게 했을까? 공자님은 아무 때나 목숨을 거는 건 아니라고 하셨다는 걸로 아는 바. 우물에 빠진 사람을 빨리 구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을 사람들과 같이 도모해야 옳다고 하셨을까? 목숨이 한시가 바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仁한 것일까? ...나는 잘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그 유명한 삼년상 이야기. 재여가 삼년상은 너무 길며, 일년상도 충분하다고 말하자 공자님이 "넌 고작 1년 상으로도 마음이 편안하냐?"라고 묻고 재여는 "네 편합니다."라고 답한다. 공자는 재아가 나가자 "재여는 부모에 대한 사랑이 있는가?"라고 비꼬는 듯이 이야기한다.(길어서 본문 안 옮겼어요;;)

 

(스승에게 기죽지 않고 할 말 다하는 재여의 스웩 넘치는 모습도 제법 멋지다! )

공자는 제자들을 상대하여 말할 때 각자의 사회적 지위, 가족 관계, 형편을 고려해서 같은 질문에도 다른답을 하신 걸로 유명하다. 재여의 일년상 주장에 대해 맹비난하신 데에는 제법 높은 지위의 재여의 행실과 언행이 다른 사람들에게 크게 파장을 불러올지 모른다는 염려로 그렇게 말씀하셨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렇게 쓰고 보니 이전에 공자님이 재여를 책망하고 탓한 것도 어쩌면 그런 이유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공자님이 그리하신 데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을 거야... 혼자 끄덕 끄덕하고 있다. 나 또 이렇게 점점 덕질의 범위가 커져가는가? 부처님에서 공자님까지 다 품고 가려나 보다... 이제 누구 남았지? 소크라테스? 플라톤? ㅎㅎㅎ

 

 

 

곰곰쌤 우리 재여님 MBTI 분석 잊지 말아주세요!
토토로쌤이 제 후기 순서 바꿔주셔서 지난주에 에세이 편하게 잘 썼습니다~ 하트.
마음쌤 내일 여행이야기 꼭 해주세요~~~

 

우리 진달래학당은 사랑과 우정이 아주 넘칩니다요.^^ㅎ

댓글 1
  • 2022-06-16 08:15

    "재여의 일년상 주장에 대해 맹비난하신 데에는 제법 높은 지위의 재여의 행실과 언행이 다른 사람들에게 크게 파장을 불러올지

    모른다는 염려로 그렇게 말씀하셨던 것은 아니었을까?"  라고 하신

    도라지님 분석에 수긍이 가는데요.^^

     

    '진달래학당'  아! 이거 좋네요 ㅎ

    그나저나 여행하고 왔더니 감을 잃은 것 같아요 ㅠ 나른~하니 오늘 저에게 에너지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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