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3회차] 중유(仲由)이고 계로(季路)이자 자로(子路)

곰곰
2022-04-25 16:54
109

공자의 가장 측근에서 거의 한평생을 같이 하며 공자가 흔들릴 때마다 버팀목이 되어 준 사람이 있다.

자로(子路)

 

그가 언제 공자의 제자가 되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둘의 첫 만남은 어땠을까? 당시 동네 건달패였던 자로는 집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공부하는 공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자로는 한때 공자를 업신여기며 폭행하려 했다고 전해진다. 그런 자로가 어떻게 공자의 제자가 되었을까?수탉의 꼬리로 관을 만들어 쓰고 수퇘지 가죽으로 주머니를 만들어 찼던 자로가 유복을 입고 폐백을 올리고 그의 제자가 되었다는 것으로 보아 자기의 삶을 가장 극적으로 변화시킨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자로는 <논어>에는 출현 횟수가 가장 많다.(무려 42번!) 그래서일까? 자로는 유독 생동감이 있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단지 자로의 기록이 많아서 라기보다는 정직하고 용감한 모습, 해맑음 같은 그의 매력들 때문이다.   

 

 

공야장 5-6. 용기를 좋아한 자로

공자께서 말씀하셨다.“도가 행해지지 않으니(道不行) 뗏목을 타고 바다를 떠다니련다(乘桴浮于海). 아마도 나를 따를 사람은 유겠지(從我者其由與)?” 자로가 이 말씀을 듣고 기뻐했다(子路聞之喜).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유는 용기를 좋아함이 나보다 나으나(由也好勇過我), 사리를 판단하지 못하는구나(無所取材).”

공자는 도가 행해지지 않는 현실에 지쳐 뗏목이라도 타고 바다로 나갈까 생각했다. 뗏목을 타고 가는 고생스러운 길에 동행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로를 말한 것을 보면 평소에 공자는 자로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었던 듯 하다. 자로는 그 말에 바로 기뻐한다. 그런데 공자는 그런 자로에게 ‘용기가 너무 과하다’며 한마디를 덧붙인다.(공자님은 밀당을 좀 아시는 분이 틀림없다) ‘무소취재(無所取材)’에 대한 해석으로 정말 뗏목 만들 재목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과 자로는 재목이 못 된다(=쓸 만한 재능이 없다=사리 판단을 못한다)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후자에 가깝지 싶다. 공자는 자로에게 “네가 훌륭해서 그렇게 이야기한 것이 아니니, 너무 좋아하지 마라”고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스승의 칭찬에 바로 기뻐하고, 그런 제자에게 핀잔 주는 공자, 여기에는 근엄함 보다는 친근함이 느껴진다.

 

술이 7-10. 자로와 안연

공자께서 안연에게 일러 말씀하셨다. “등용되면 도를 행하고(用之則行) 물러나면 숨는 것은(舍之則藏) 오직 너와 나만이 할 수 있다(惟我與爾有是夫).” 자로가 말했다. “선생님께서 삼군을 통솔하신다면(子行三軍) 누구와 함께 하시겠습니까(則誰與)?”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고(暴虎馮河), 걸어서 황하를 건너다가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는 사람(死而無悔者)과 나는 함께 하지 않을 것이다(吾不與也). 반드시 일을 맡으면 두려워하고(必也臨事而懼)도모하기를 잘하여 성공하는 사람과 함께할 것이다(好謀而成者也).”

공자와 자로에 대화에 ‘용기(勇)’라는 단어가 많이 보인다. 원래 힘 좀 쓰는 인물이어서인지 자로는 용감함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고, 전쟁이 빈번하던 이 시기에 용기는 중요한 덕목이었다. 공자는 자로의 용감함을 칭찬하는 듯 보일 때도 있지만, 자로가 조금만 기뻐하면 또 금방 핀잔을 준다. 너무 과한 용기는 쓸데없다고 핀잔을 주던 공자는 사실 자로의 용감함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당시 대부이던 계강자가 자로에 대해 묻자 그는 과단성이 있어 정치를 할 만하다고(6-6) 대답했고, 공문십철에 꼽히기도 한 자로는 염유와 더불어 정치적 능력으로 인정을 받았다. 실제로 자로는 노나라의 유력한 정치가였으며 공자가 천하 주유를 끝내고 노나라로 돌아갈 당시에도 위나라 관리로 있었다. 그가 그저 주먹이나 앞세우고 공자에게 꾸지람을 듣는 모습이 다가 아님은 분명하다. 단지 공자가 그의 말에 칭찬해 주지 않고 계속 주의를 주는 건 그의 급한 성격으로 용맹함만 앞세워 무모한 일을 저지를까 염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선진 11-12. 공자와 제자들

민자건은 공자를 곁에서 모실 때 온화했고(閔子侍側, 誾誾如也) 자로는 굳세었고(子路, 行行如也) 염유와 자공은 유연했다(冉有·子貢, 侃侃如也). 공자께서 즐거워 하셨다(子樂). “유는 제명대로 살지 못하겠구나(不得其死然).”

공자는 자로의 직선적이고 강직한 성격을 걱정하며 그가 명대로 살지 못할까 걱정했다. 실제 그 걱정대로 자로는 위나라의 변란 중에 죽었다. 반란이 일어났을 때 그의 동료가 벌써 상황이 끝났으니 같이 도망가자고 했지만, 자로는 녹봉을 받는 사람이 그럴 수 없다며 반란군에 맞서 싸우다가 죽었다. 이러한 자로의 행동이 과연 용감한 것이었는지 대해서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이 용기는 전투에서 필요한 덕목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공자는 용기를 말할 때 의(義)를 언급했다. 용기는 그저 두려움 없이 하는 행동이 아니라, 의에 마땅한 일을 할 때에만 빛을 발한다. 무모한 용기는 의롭지 못하다. 공자는 군자에게 용기만 있고 의로움(마땅함)이 없다면 난을 일으킬 것이고 소인이라면 도둑질을 하게 된다(17-23)고 했다. 

 

 

위정2-17. 안다는 것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유야! 너에게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 주겠노라(誨女知之乎).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知之爲知之)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不知爲不知), 이것이 아는 것이다(是知也)."

여기서 지(知)는 판단력에 가까운 의미로 쓰인다. 공자는 자로에게 진짜 앎은 신중하게 판단한 뒤 실행하는 것이라 한다. 야인 기질이 있는 용감한 사나이, 자로는 판단이 성급했을 것이고 그래서 공자에게 질책을 받았다. 그러나 거칠기만 했던 자로는 점차 진심으로 공자를 따라 배우고 애쓰는 인물로 변모한다. 

 

공야장 5-13. 자로의 두려움

자로는 가르침을 듣고(子路有聞) 그것을 아직 실천하지 못하면(未之能行), 행여 다른 가르침을 들을까 두려워했다(唯恐有聞). 

자로는 자신이 배운 것을 실천하지 못했는데 스승께 또 다른 것을 배우면 어쩌나 걱정을 했다. 우리는 쉽게 배움과 실천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자로의 이러한 태도로 보아, 그라면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한 사람이라 볼 수 있다. 하나를 배우면 반드시 그것을 실천하려 했던 그는 죽음의 순간에조차 ‘군자는 죽더라도 관을 벗지 않는다’며 풀어진 갓끈을 고쳐매고 죽었다고 한다. 이런 자로의 모습은 강직하다 못해 고지식하고 답답하게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배운 것을 실천하려던 모습에 경건함이 느껴진다. 

 

어찌보면 자로는 공자와 별로 어울리지 않는 사람 같기도 하다. 무인이고 야인이었던 자로. 무엇이든 질문하고, 스승의 질문에 잘 몰라고 가장 먼저 대답했을 것 같은 자로. 영화 <공자>에서의 자로는 무슨 일만 생기면 칼부터 뽑는 모습으로 나온다. 분명 성격도 급할 것 같고 그닥 신중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분명 공자가 가장 아끼는 제자 중 하나였고, 공자는 늘 대부들에게 국방장관 정도 시킬 만하다고 그를 추천했다. 그런 것들로 보아 그저 용감한 사람인 것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려운 '자로'스러운 무엇이 있었을 것이다. 아직 자로에 대해 제대로 안다고 하긴 뭐하지만, 요즘식으로 그의 MBTI를 감히 예측해 본다. ESTJ 와 ENTJ 중 하나였을 것 같은데, 지금 생각으론 ENTJ(외향성-직관형-사고형-판단형)쪽으로 조금 기울었다. 활동적이고 솔직하며 결정력과 통솔력이 있고 장기적 계획과 거시적 안목을 선호하는.. 대담한 통솔자 형. 나와는 정반대의 성격유형이다. 그래서 더 매력적인가? ㅎㅎㅎ

 

다음 시간에는 '자로'를 좀더 읽고 '안회'를 읽어오기로 했다. 

댓글 5
  • 2022-04-25 17:46

    😄와우! MBTI 까지 분석하시고😀 다른 제자들은 뭘지 궁금궁금~^^ 😎

  • 2022-04-25 21:43

    자로 ESTJ....에 한표^^

  • 2022-04-26 21:01

    최근 장기하의 '부럽지 않아' 라는 노래를 듣고 문득 현대판 '안회'라면 이런 노래쯤 불러줘야 하는 거 아닐까... 

    안회는 가난을 즐기는 제자로 나오거든요^^ 곰곰님이 만날 안회가 궁금~~~ ㅋ

  • 2022-04-27 23:02

    제 mbti는  자로랑 딱 한글자만 같군요. ㅋ

    공자가 자로를 아껴서 정말 잘 키우고 싶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 

    그렇게 잔소리를 했겠지요.  공자님 밀당천재 맞는듯!ㅎㅎ

  • 2022-05-01 10:55

    저도 한 글자만 같네요.~ 

    처음엔 자로가 막무가네인 것 같아 별로 였는데 <논어>를 읽으면 읽을수록 매력적인 인물인 듯합니다. 

    곰곰샘의 mbti로 보는 인물평도 앞으로 기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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